삶이 무료한가? 그렇다면 우리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포는 분열하고 있고 동시에 DNA는 복제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 속 DNA는 단백질 만들기에 한창이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곧 끝없는 DNA의 복제와 끝없는 세포 분열의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DNA 공장은 미칠 듯이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다. 삶을 마음껏 즐기자. 무료하거나 슬플 틈이 없다. 세포 분열의 과정이 계속되는 한 우리 역시 그 값비싼 몸을 활용해 즐겁고 행복하게 현재를 살아내야 할 의무가 있다.(34쪽, 오늘도 DNA공장은 야근이다)
인간은, 우리 모두는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지 않다고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다. 나답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손에 쥔 인간이 그 평범한 행복을 언제까지나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52쪽, 인간의 손안에 들어온 유전자 조작)
셀 수 없을 정도로 얽혀 있는 신경세포의 연결, 그리고 그 속에 해마라는 기억의 별 제작소, 결국 기억의 한 조각에서 시작하는 모든 것이 우주의 먼지에 불과한 인간에게 우주로 나아가고 있는 힘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모든 기억은 축복이다.(76쪽, 우리 몸안에는 작은 우주가 있다.)
미국 UC버클리대 교수 리처드 뮬러는 우주가 계속 팽창하며 시간을 만든다고 했다. 그러니 사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은 너무나 철저히 인간의 시각에서 바라본 말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저 별빛은 4년 전의 별빛이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저 태양 또한 8분 전의 태양이기에. 우주에서는 ‘지금’이라는 단어도 쉽게 성립되지 않는다. 시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도 물음표다. 그럼에도 팽창하는 시간의 최전선, 그 끝 모서리가 바로 우리가 ‘지금’이라고 부르는 순간이기도 하다.
우주 엔트로피의 증가를 인간이 멈출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통제할 순 있다. 지금 이 순간에 내리는 우리의 선택을 통해서 말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117쪽, 시간은 왜 앞으로 흘러가는가)
누가 우리에게 그 존재를 상기시켜주지 않는 한 우리는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에 대해 평생 인지하지 못한 채 죽을 것이다. 사실 암흑물질들은 우리 곁에 널려 있는데 말이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이처럼 실은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그 소중함을 알더라도 제쳐두고 잘 찾지 않게 되는 것들이다. 이 글을 계기로 나에게 암흑물질과 같은 존재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조용히 내 삶의 95%를 채워주고 있는 무언가. 그 무언가에 대하여 잠시 골몰해보는 일이 이 우주를 이루는 95%의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떠올리는 일하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188쪽,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95%의 우주)
바이러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이를 계속하고 있다. 질병 X는 WHO가 경고한, 알려지지 않은 병원균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적 전염병이다. 지난 2017년 빌 게이츠는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 변화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전염병으로 멸망을 하냐 마냐는 인간의 손에 달린 듯하다. (223쪽, 인류는 정말 전염병으로 멸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