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원생의 학부모님 중 한 분께서 오늘 아침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원아도 오늘 검사를 한다고 합니다.
8월 13일 금요일, 코로나 2차 접종일이었다. 첫째를 등원시키고 접종 장소로 가기 위해서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 키즈노트 알림음이 떴다.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온몸이 돌처럼 굳어졌다. 일단 무슨 상황인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어린이집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친분이 있던 아이 친구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까지 키즈노트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어린이집 근처에 도착하자, 정신없는 등원 시간에 미처 공지사항을 확인하지 못한 아이들이 등원 중이었다. 그중 안면이 있는 둘째와 같은 반 아이 엄마가 보였다.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었다.
“00 엄마!”
“봄이 엄마네요!”
“이게 무슨 일이에요? 갔다가 돌아오시는 거예요?”
“우리 애들 반에 학부모가 확진이 됐다네요.”
“봄이 반에요?”
“네, 누구인지는 말씀하실 수 없다고 해서 더 묻지 않았어요. 일단은 그렇게 알고 계세요. 걱정이네요. 아이는 감염이 안 됐어야 할 텐데요.”
“그러게요...”
“그런데 봄이는 며칠 안 오지 않았나요?”
“맞아요. 봄이 수요일부터 배탈 증상이랑 미열이 있어서 소아과 갔더니 냉방병 비슷한 거라더라구요. 미열 때문에 수, 목, 이틀 등원 안 했어요.”
“그럼 봄이는 좀 낫겠어요. 걸린 아이가 어제까지도 등원을 한 모양이더라구요.”
“아, 그렇구나.. 알겠어요. 고맙습니다.”
정신없이 대화를 마쳤다. 둘째는 이틀 전에 소아과에서 냉방병과 유사한 바이러스 감염을 진단받고 삼일째 등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날도 둘째는 처방받는 약이 다 떨어져서 추가로 약을 진단받으려 남편과 함께 소아과에 간 터였다. 차를 돌려 소아과 앞으로 갔다. 남편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집에 가 있으라고 했다.
지정된 접종 장소는 집에서 차로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곳이었다. 주차할 곳이 없어서 한참을 헤맸다. 겨우 주차를 하고 실내로 들어갔다. 다행히 사람이 덜 붐비는 시간이었다. 신분 확인과 예진을 하고 접종을 했다. 1차 접종 때 이틀간 미열과 심한 몸살 증상을 겪은 터라 여러 모로 긴장이 되었다. 15분간 이상 반응을 관찰한 뒤,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애들은?”
“잘 놀다가 싸우다가 해.”
“알았어. 바로 갈게.”
차를 몰고 가는데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약간의 미열도 나는 듯했다. 어찌어찌 한 시간을 운전해 집에 돌아오니,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열부터 재보니 다행히 37.2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몸이 욱신거리고 혀의 느낌이 평소랑 좀 달랐다. 혀가 약간 찌릿찌릿하다고 해야 하나. 두통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어지러움은 심했다. 대충 점심을 먹고 남편에게 두 아이를 부탁한 뒤 자리에 누웠다. 몇 번쯤 선잠이 들었다가 깨곤 했다.
띠링♬
조금 전 보건소로부터 연락받았습니다. 오늘 오후 3시 30분까지 모든 원아를 대상으로 선재 검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죄송하지만 3시 30분까지 어린이집 앞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보건소 선재 검사’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아이도 확진이 되었구나’ 싶었다. 천근만근 바닥으로 꺼지기만 하던 몸에 빳빳하게 힘이 들어갔다.
“여보, 애들 데리고 검사받으러 오래. 아무래도 그 아이 확진인 것 같아.”
“진짜? 그래도 봄이는 이틀 동안 등원 안 했잖아. 그리고 사랑이는 다른 반이고. 어린이집 마스크도 철저히 씌우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봄이, 이틀 전부터 열난 게 혹시라도 코로나 걸린 건 아니었을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만약에 봄이가 감염이 된 거라면 그 아이가 먼저 증상이 있었겠지. 걔는 어제까지도 등원했다며.”
“그래도 잠복기라는 것도 있으니까...”
“아이고, 우리들 다 멀쩡하고 제일 위험한 이틀 동안 등원도 안 했는데, 걱정도 만들어서 한다. 진짜.”
“아니면 다행인데, 아니 아닐 거 아는데... 괜히 불안해서 그러지..”
시간을 맞춰서 두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 앞으로 갔다. 먼저 온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나름의 거리두기를 하고 서 있었다. 원장 선생님이 나오셔서 어린이집 앞은 장소가 협소하니 근처 공터로 자리를 옮기자고 하셨다. 학부모들은 알아서 거리두기를 하면서 근처 공터로 이동해서 띄엄띄엄 줄을 섰다.
“그래도 봄이는 이틀 등원 안 해서 마음이 좀 낫겠다.”
“아녜요, 언니. 잠복기도 있고. 똑같죠. 뭐. 제발 다들 음성이어야 할 텐데요.”
“그러게나 말이다. 결국 우리도 이걸 피해 가지 못하는구나.”
뚝 떨어진 거리 때문이었는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불안감 때문이었는지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이내 보건소에서 사람들이 나왔고, 방호복을 갖춰 입은 의사 두 사람이 아이들의 콧속 깊은 곳에 면봉을 찔러 넣었다. 아이들은 너 나할 것 없이 자지러지게 울었고,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을 달래느라 여념이 없었다. 첫째 사랑이는 전에 한 번 해본 검사라고 제법 씩씩하게 검사를 받았다. 둘째는 당연히, 엄청 울었다.
모두들 작별인사 따위 할 틈도 없이 각자 집으로 흩어졌다.
검사 결과는 하루 뒤에 나온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으레 그랬듯이 마스크를 벗었다. 네 식구 옹기종기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아이들은 이상하게 그날따라 사이가 좋았다. 끌어안고 레슬링을 하며 놀았다. 검사를 받고 왔으면서도 그런 아이들을 마냥 예쁘게만 보았다.
드문드문 불안하긴 했지만 대체로는 별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봄이가 이틀 동안 등원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사랑이는 아예 다른 반이라 동선이 겹칠 일이 없다는 사실, 워낙 철저하게 마스크를 씌우는 어린이집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그 말을 그냥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남편과 나는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목요일까지 함께 등원했던 다른 아이들을 더 걱정했다. 그리고 2주간의 자가 격리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생각에 골머리를 앓았다.
피곤했는지 아이들은 일찍 잠이 들었다. 잠든 아이들을 뒤로 한 채 방에서 나오려고 휴대전화를 집어 드는데 부재중 전화가 보였다. 지역 번호였다. 낮에 한 검사와 관련 있으리라는 직감이 들면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전화는 계속 통화 중이었다.
겨우 연결된 전화는, 예상대로 보건소였다. 하지만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지금 인력이 부족해서 연락이 빨리 안 될 수 있으니 어린이집에서 올려주는 공지사항을 잘 참고해달라는 이야기였다.
‘무슨 이런 얘기를 하려고 불안하게 이 밤에 전화를 한 거야. 식겁했네!’
불안과 걱정이 스멀스멀 기어오를 때마다 ‘가능성’을 생각했다.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별다른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확진을 받은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면서, 이 일이 조용히 마무리되기만을 기도했다. 접종 후유증에, 두 아이를 데리고 선재 검사를 다녀온 것에, 각종 복잡한 생각까지 더해져 말할 수 없이 고단한 하루였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잠은 오지 않았다.
길고도 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