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의 '연결'이 두려워진 시대

by 진아

스탠리 밀그램의 6단계 분리 법칙, 세상 사람들은 6단계만 거치면 모두 아는 사이라는 법칙이다. 이미 1969년에 스탠리 밀그램이 실험으로 증명을 성공한 법칙이라고 하니, 2021년인 지금에서는 그 단계가 확 줄었을지도 모르겠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Untact(언택트)의 시대’가 되었다는 말을 흔히들 한다. 전에 읽은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도 ‘언택트’에 기반한 여러 기술들이 올해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했었다. 비대면, 비접촉의 시대. 더 이상 물건을 사러 마트에 가지 않고, 저녁으로 시킨 짜장면은 ‘현관문 앞에 두고 가세요’라는 요청사항대로 현관 앞에 고이 놓여 있는 시대. 각종 모임은 온라인 모임으로 대체되고, 학교 수업마저 온라인 수업으로 이루어지며, 회식까지도 온라인 화상 회의 시스템으로 하는 시대. 확실한 언택트의 untact 시대.


아이의 코로나 확진으로 완벽한 untact의 세계(격리시설)에 들어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내내 contact(연결)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우리는 쉽사리 untact의 삶을 살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아이의 동선을 확인하며 내 아이 한 명과 연결된 수많은 이들을 눈으로 확인했다. 별다르게 다닌 데가 없었는데도 그랬다. 유명한 관광지에 간 것도 아니고 외식을 한 것도 아니었다. 기껏 해봐야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와 동네 놀이터 정도가 다였는데도 그랬다. 나와 남편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 역시 양성이라고 생각하며 미리 동선을 정리해봤었다. 우리에게 연결된 이는 또 얼마나 많은지.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나와 남편은 개인적인 약속을 거의 잡지 않았다. 아이들이 이곳저곳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도 사람이 붐빌까 봐 ‘나중에 코로나 끝나면 가자’는 말만 반복했었다. 그러니 가는 곳이라고 해봐야 동네 공원이나 놀이터가 다였고 만나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아이들 어린이집 엄마들 몇 사람과 시댁 식구들 정도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우리의 일주일 치 동선에서 ‘접촉자’로 분류될 만한 이들은 차고 넘쳤다. 아이의 동선에서만 하더라도, 놀이터에서 같이 논 아이들, 함께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를 이용한 아이들과 그 부모들, 아이의 진료를 보았던 소아과의 관계자들, 만약 그중 단 한 명이라도 감염이 되었다면 그들의 가족들과 지인들까지 안전하지 않았다. 나와 남편의 동선까지 고려하니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가능한 한 ‘연결’되지 않으려 일 년 반이 넘는 시간을 애쓰며 살았는데,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설렘보다는 두려움으로 기다림보다는 걱정으로 다가왔었지만, 이건 차원이 달랐다. 내가 뉴스에서나 보던 ‘확진자’의 가족이 되자, 그래서 어쩌면 ‘확진자’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누군가와의 ‘연결’은 두려움과 걱정을 넘어 ‘공포’가 되었다.


나와 남편이 음성 판정을 받고, 우리의 동선에 대한 두려움이 사그라들 때쯤 다시 생각했다. 우리는 어쩌면 스탠리 밀그램이 증명한 법칙보다 훨씬 더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6단계는커녕 두세 단계 안에서 모두 ‘연결’되어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언제쯤 ‘연결’을 기다리고 기대하며 설레 하던 때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오래전 그날처럼, 꼭 그날 같던 순간이 돌아오긴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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