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두 분의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검사를 받기로 한 한 시까지 무슨 정신으로 보냈는지 모르겠다. 어찌어찌 두 아이를 다른 방에 분리해서 두 끼의 밥을 먹인 기억뿐이다. 코로나와 관계없이 두 아이 모두에게는 보호자의 손길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더 어린 둘째는 내 몫이 되었고, 상대적으로 큰 첫째는 아빠 몫이 되었다. 집에서 마스크를 쓰기 싫다는 아이들을 달랬다 윽박질렀다 하며 겨우 오전을 보냈다.
두 아이를 안고 보건소 선별 진료소로 갔다. 미리 온 몇 사람이 줄을 서있었다. 확진자가 된 둘째를 부둥켜안고 그 줄에 함께 할 수 없었다. 멀찌감치 떨어져, 아이에게 “엄마 품에 고개를 숙여”라는 말만 반복했다. 아이는 내 품 깊숙이 얼굴을 비볐다. 남편과 첫째도 밀접접촉자인 터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마치 우리 네 식구가 하루아침에 사람에서 바이러스로 변해버린 듯했다.
남편이 검사소 안으로 들어가 아이가 확진되어 급하게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왔다는 말을 전했다. 관계자는 우리에게 우선순위로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아마도 내가 확진 아이를 안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나와 남편은 차례로 코 깊숙한 곳까지 면봉을 찔렸다.
두 아이를 차에 태우고 돌아오는 길,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음성이 나온다면 고민의 여지없이 내가 간병에 들어가면 되는 거고.
내가 양성이 나오더라도 봄이랑 같이 입원을 하면 되는 건데,
만약 남편이 양성이 나온다면? 아직 너무 어린 봄이가 열흘 넘는 시간을 아빠와 둘이서만 괜찮을까?
만약에 둘 다 양성이 나온다면? 사랑이는 어떻게 해야 하지? 밀접접촉자로 격리 상황인데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나? 맡긴다면 누구?
어떤 생각도 부질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부부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생각도 의미가 없는 거였다. 걱정만 부풀리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멈춰지지 않았다.
오전에 보건소에서 전화를 받을 때만 하더라도 우리 검사를 긴급으로 처리해서 네다섯 시면 결과가 나올 거라고 했었다. 저녁 때라도 병상을 확보해서 입원할 거라는 이야기까지 들은 터라 짐을 어디까지 싸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섯 시 반이 넘어가는데도 전화는 오지 않았다. 한 집에서 공간을 겨우 분리한 채 모든 행동에 제약을 받던 두 아이는 이미 여러 차례 폭발한 상태였다.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어렵게 연결된 전화에서는 검사받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일곱 시는 되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입원은 다음 날로 넘어갈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가 전화하기 전에 미리 전화를 해주셨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지만, 주말까지 반납하고 업무에 시달릴 그분의 사정도 이해가 되었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주십사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여덟 시쯤 되어 두 아이를 재우려 나는 둘째를 데리고 안방으로, 남편은 첫째를 데리고 아이들 방으로 들어갔다. 한 번만 안아달라는 첫째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들어온 터라 마음이 내내 무거웠다. 내가 확진일 수도 있어서 그러기도 했지만, 그게 아니라도 내내 둘째를 돌보았던 내가 음성 판정을 받은 첫째를 안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둘째는 마스크를 쓰고 잠을 자야 한다는 내 말에 서럽게 울었다. 우는 아이를 겨우 달래 자리에 눕히고 토닥이는데 진동이 울렸다. 벌떡 일어나 번호를 보니 보건소였다.
“여보세요.”
“봄이 어머님, 부모님 검사 결과 나왔어요. 두 분 다 음성이세요. 봄이 지정 보호자 한 분 정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진짜요? 하, 감사합니다.”
아이가 코로나 확진 상황에서도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어디에 감사한 것인지도 모르면서도 감사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아이들 방의 문을 벌컥 열고 남편에게 결과를 통보했다.
“그럼 당연히 제가 간병합니다.”
“아, 그럼 어머님이 함께 들어가시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부모님 두 분 다 음성이시고, 봄이도 증상이 경미해서 입원 치료가 아니라 생활보호센터로 입소하실 것 같아요.”
“생활보호센터요?”
“네, 관련 내용은 내일 오전 중으로 관련 공무원이 전화를 드릴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양가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모두 다행이라며 한 시름 놓았다고 하셨다. 이 상황에서도 '다행스러운' 상황이 있다는 게 어쩐지 조금 위안이 되었다. 우리 네 식구는 다시 이산가족처럼 두 방으로 갈라졌다.
“봄아, 내일 엄마랑 둘이서 멀리 여행을 갈 거야.”
“여행? 집에 안 와?”
“응, 집에 열 밤 정도는 안 와. 엄마랑 둘이서 비밀 여행을 할 거거든.”
“오빠는? 아빠는?”
“아빠랑 오빠는 집에 있어야 하고. 우리 둘만.”
“싫어. 싫어.”
봄이는 이때부터 이미 통곡 수준으로 울기 시작했다.
“... 사실 봄이 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딱 붙었대. 그래서 내일 의사 선생님 만나서 치료받으러 가는 거야.”
“코로나 바이러스 싫어. 너무 싫어.”
“엄마도, 너무 싫다. 정말.”
자리에 누워 이야기를 나누던 봄이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러더니 윗옷을 들어 올리고는 제 손으로 제 배를 마구 꼬집었다.
“내 몸에서 코로나 다 떼내고 싶어.”
쏟아지려는 눈물을 겨우 삼켰다. 아이의 거친 손을 잡았다.
“엄마도 다 떼내고 싶어. 그런데 손으로 떼낼 수 있는 게 아니래. 내일 의사 선생님 만나면 떼 달라고 하자. 엄마가 잘 말해줄게.”
봄이는 조금 더 울다가 잠이 들었다. 마스크를 쓰고 새근거리는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서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