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치료센터에서의 생활, 유일하게 예측 불가능한 것은.
생활치료센터에서의 생활은 매일이 똑같다. 집에 있을 때도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었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은 집과 비할 수 없을 만큼 규칙적으로 돌아간다.
7시 10분~20분 : '곧 아침 식사와 물품이 배부된다'는 방송이 나온다. (강제 기상 방송... 신기하게도 봄이는 그 큰 방송 소리에도 토닥여주면 계속 잔다.)
7시 30분 : '아침 식사와 물품이 배부되었으니, 문을 ‘살짝’만 열고 나와서 가지고 들어가라'는 방송이 나온다. (배부하는 인력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반드시 이 방송이 나온 다음에야 문을 살짝 열어 도시락을 가져올 수 있다.)
이 방송이 정확히 12시 10분~20분, 12시 30분에 한 번(점심식사) 6시 10분~20분, 6시 30분에 한 번(저녁식사) 반복된다. 오전 8시와 오후 4시에는 '건강상태를 체크(봄이는 체온만 체크하지만, 다른 분들은 체온, 맥박, 혈압, 산소포화도를 측정한다.)해서 치료센터 앱에 기록하라'는 방송이 나온다. 그 외에 비정기적으로 '치료센터가 어떤 곳이고,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에 대한 방송도 잦다.
처음 얼마간은 갑자기 방송이 켜지면서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봄이가 화들짝 놀라서 안심시키기 바빴는데, 이제는 지지직 하는 동시에 봄이가 먼저 “엄마, 방송 나온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방송이 잦은데, 격리시설 특성상 사람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사항을 방송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식사시간을 기준으로 봄이는 하루 두세 번 만화도 보고 유튜브 영상으로 동요나 동화 영상도 본다. 뛰어놀아야 하는 아이인데, 이곳에 갇혀 있다 보니 답답한지 자주 영상을 보고 싶어 해서 최대한 타협한 게 그 정도다. 영상을 보고 나면 그 영상에서 본 장면을 반드시 놀이로 승화시켜야 하는 아이라서, 딴짓을 하면서도 힐끗힐끗 그 영상 내용을 익혀야 한다. 안 그러면 놀이를 할 때 맥락을 못 찾아서 봄이의 불호령을 맞을 수 있다.
그 외 시간은 블록도 만들고, 클레이로 요리 놀이, 가게 놀이도 하고, 병원놀이 도구로 병원놀이도 한다. 가져온 색종이에 풀을 붙이기도 하고,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그림을 그린다지만, 너무 창의적(?)이라 그 의미를 이해하긴 어렵다.) 혼자 역할을 정해서(주로 동물이다.) 동물원 놀이, 수족관 놀이 등을 돌아가며 한다. 덕분에 수시로 나는 물개가 되었다가, 수달이 되었다가, 사자가 되었다가, 심지어 사육사가 되기도 한다.
이런저런 모든 걸 해도 심심할 때면 “이제 엄마 미끄럼틀 탈게!”라고 선언한 이후, 나를 침대에 걸터앉게 한다. 내가 다리를 쭉 뻗고 앉으면 침대에 기어올라와 내 배에 턱, 앉은 후 그대로 다리 미끄럼틀을 탄다. 때마다 내 다리가 더 길지 못해서 아이가 너무 빨리 바닥에 닿는 것 같아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게 그렇게 재밌는지 깔깔 넘어가는 소리가, 그야말로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다.
지루할 수도 있는 매일이, 봄이의 웃음소리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채워진다. 견디기 어려운 순간이 봄이와의 교감으로 버틸 만한 순간이 된다.
“봄아, 우리 집에 못 간지 오래됐잖아. 봄이는 오빠랑 아빠 보고 싶지 않아?”
“보고 싶어.”
“누가 제일 보고 싶은데?”
“음... 엄마!!!”
“엄마? 엄마는 내내 같이 있잖아.”
“그래도 엄마!! 엄마가 제일 보고 싶어.”
봄이가 웃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내내 같이 있어도, 종일 엄마를 독차지해도, 여전히 다 채워지지 않는 둘째 봄이의 마음을 가늠할 수 없었다. “엄마도 봄이랑 계속 있어도 봄이가 제일 보고 싶어!”라고 말해주는 수밖에.
매일 똑같은 일이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이곳에서, 틀을 깨는 건 오직 아이뿐이다. 하루는 예상이 가능하지만 봄이는 예상이 불가능하다.
틀을 깨는, 예측 불가능한 아이와 함께라 똑같은 생활 속에서도 웃을 일이 생긴다. 이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잊지 않으려, 오늘도 기록하길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