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활치료센터 내부로 배달 음식과 주류를 반입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있습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배달 음식? 주류 반입?
귀를 의심했다.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방송이라고 하기에는 분명히 사례가 있을 터였다. 그리고 나와 봄이가 이곳에 온 지 일주일 동안 ‘적발된 사례’를 운운하는 방송은 딱 한 번 있었으니, 짐작건대 아마도 그날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
꼭 그날 방송이 아니더라도 하루에 몇 번씩 반복적으로 나오는 방송 중에는 상식선에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많다. 이곳 건물 내부로는 외부인 출입이 일절 금지된 곳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쿠팡 새벽 배송 금지’, ‘쿠팡 프레시백의 반출 금지’는 단골 방송 멘트다.(정말 이쯤 되면 쿠팡은 대단한 기업이다.) 또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느끼는 방송도 많다. ‘냉동 또는 냉장 식품 반입 금지’, ‘금주, 금연’, ‘도시락을 들고 들어갈 때 외에는 현관 밖에 나오지 말 것’, ‘다른 방 입소자와 물건 교환을 하지 말 것’, ‘출입문을 열어두고 생활하지 말 것’ 등.
모든 상황이 중앙 방송으로 통제되는 곳이다 보니, 문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방송 내용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 상식과는 너무 다른, 저런 방송을 듣고 있다 보면 과연 진짜 일어나는 일일까? 의심하게 된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이곳에 입소한 사람들은 나처럼 확진 판정을 받은 아이의 보호자(극히 일부일 것이다.)를 제외한 모두가 ‘코로나 확진 환자’이다. 감사하게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중증 환자가 아닌 경증 또는 무증상 환자, 그러나 ‘코로나’라는 엄청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분명하다.
봄이의 경우에는 너무 어리고 드러나는 증상이 전혀 없어서 치료적 조치가 전혀 없지만, 성인들은 센터에서 제공되는 약이 있는 것 같다. (이것도 ‘센터에서 제공하는 약 이외에 개인적인 약은 일체 복용하면 안 된다’라는 방송으로 짐작한 내용이다.) 몸의 통증을 크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분명히 환자인 사람들이 ‘주류 반입’이라니? 몰래 배달 음식을 반입하려 한다니?
누군가에게는 치료센터에서의 생활이 휴가 같은 걸까? 단순히 무료함을 견디는 시간인 걸까? 먹고 싶을 것을 참지 못해서 원칙을 깨도 될 만큼, 가벼운 순간인 걸까?
나에게 이곳은 ‘불안’과 ‘두려움’의 공간이다. 코로나 치료센터라고 해서 입소했지만 ‘치료’라는 건 받아본 적이 없고, 의료진을 만난 건 입소하던 날 딱 하루뿐이다. 검사라고 받은 것도 입소 다음날 찍은 흉부 엑스레이가 전부였고, 그것에 대한 설명도 따로 없어서 내가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전화를 안 한다고 한다. 그럼 엑스레이를 찍을 때 그 말을 미리 해줄 수는 없는 걸까?) 확진 날짜부터 열흘 정도 아무런 증상이 없으면 퇴소를 한다는데, 그때 퇴소를 해도 정말로 괜찮은 건지, 정말 ‘완치’라고 생각해도 되는 건지, 훗날 후유증 같은 건 없는 건지…….
아이 일이어서 더 그렇겠지만, 아무튼 하나부터 열까지 불안하고 두렵다.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불안 속에서도 다행스러운 일을 찾고 두려운 순간에도 웃을 일을 만드는 것뿐이다. 그래서 아이를 열심히 살피고,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내가 그렇게 고군분투하는 동안, 누군가는 먹고 싶은 음식을 참지 못해 몰래 배달 음식을 시키고, 한 잔의 술을 참지 못해 술을 반입했다. 하지 말라는데 복도에서 지인인지 가족인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갑갑하다며 복도 쪽 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엄마, 현관문 열면 안 되잖아.”
“엄마, 여기서 마음대로 나가면 의사 선생님한테 혼나잖아.”
“엄마, 우리 집에 가면 꼭 파스타 사 먹자.”
봄이는 오늘도 방송이 나올 때마다 그렇게 말했다. 세 살짜리 아이도 알아듣고 하지 않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어른이 있다는 게 같은 어른으로서 화끈거렸다.
저기요, 우리 여기 놀러 온 거 아니잖아요. 모두가 답답하고 외롭고 그렇습니다만, 꾹꾹 참고 있다구요.
환자면 환자답게, 제발 좀 자중하자구요.
모두의 건강을 위해.
일상의 회복을 위해.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