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쓰자면, 오늘(8월 24일) 오전 11시에 생활치료센터를 퇴소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나는 14일간의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다.(확진자-봄이-와 열흘 간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봄이의 퇴소일부터 내가 자가격리 대상자가 된단다. 이 사실은 시설 입소 이후 5일 차쯤 되던 날에, 다른 문의를 하려고 보건소에 연락을 했다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다. 왜 이런 중요한 사실을 아무도 미리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 이 답답함은 다음 글에서 풀도록 하고.)
어제(8월 23일) 오후 4시경, 생활치료센터 운영지원단에서 문자가 한 통 왔다.
……현재 귀하의 상태가 확진일 기준 9일 차까지 안정적이라고 판단되어 특별한 불편사항이 없으면 내일(24일) 오전 11시 퇴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확진 10일 차에 퇴소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를 접고 확실한 통보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 생각하고 있었다. 문자를 받고 나자 퇴소가 실감 났다. 아이와 열흘 동안 머문 작은 방을 괜히 한 번 둘러보았다.
퇴소 통보를 받은 후, 오후 5시까지 기록해야 하는 체온 체크를 하는데 왠지 아이 몸이 평소보다 조금 따듯한 것 같았다. 이틀 전부터 간혹 37.4도까지 체온이 올라간 경우가 있어서 체온계에서 ‘삐비비빅 삐비비빅’ 알림음이 울릴 때까지 괜스레 긴장이 되었다.
겨드랑이에 꽂힌 체온계를 빼버리려는 아이와 실랑이를 하며 겨우 체온을 쟀다. 37.4와 37.3이 나왔다. 센터에서는 37.5 이상이 나와야 열이 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 기준에 따르면 봄이는 정상 체온이었다. 그러나 이곳에 들어와 일주일 내내 36.5~37.0 사이를 보이던 봄이의 체온이 퇴소를 앞두고 다시 조금씩 높아지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이대로 나가도 되는 거야?’
글에도 여러 번 썼지만, 센터에 있는 동안 치료적 조치는 받은 것이 없다.(입소 다음날 흉부 엑스레이를 찍은 것이 전부다.) 열흘 동안 격리되어 있으면서 봄이의 건강과 관련된 일이라고 한 것은 매일 두 번 체온을 체크해서 기록하는 일뿐이었다. 물론 생활치료센터 안내문에는 ‘발열, 또는 기침, 목 아픔, 숨 가쁨 등의 증상이 발현된 경우 의료진에게 바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다행히 봄이는 어떤 증상도 발현되지 않았고, 내가 먼저 의료진을 찾을 일은 전혀 없었다.
5일 차쯤 되었을 때, 퇴소 일자와 퇴소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의료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이 있었다.
퇴소 시에 따로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는다.
- 완치 여부와 상관없이, 한동안은 무조건 양성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검사에서 죽은 바이러스까지 모두 잡아내기 때문에 퇴소 시의 검사는 의미가 없다고.(이것은 보건소를 통해서 확인한 내용이기도 하다.)
양성인 환자를 간병한 음성 보호자의 경우, 퇴소 시 코로나 검사가 의무 사항이 아니다.
- 이 부분이 제일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는데, 확진 환자와 열흘 동안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한 음성 보호자가 왜 코로나 검사 의무 대상자가 아닌지 아직도 그 기준을 모르겠다. 이 부분은 관할 보건소와 따로 협의가 되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나는 봄이의 퇴소 전날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도 퇴소 당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생활치료센터에서는 보건소 대신 코로나 검사를 해줄 수는 있지만, 검사 결과 판독은 보건소에서 검체를 수거한 후 가능하다.
- 코로나 생활치료센터라고 해서 그곳에서 코로나 관련된 모든 업무가 다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퇴소 결정은 완치 판정이나 마찬가지다.
- 확진 일자부터 최소 열흘 동안 특별한 증상이 발현되지 않으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거의 사라졌다고 보고 퇴소를 결정한다. 그럼 따로 자가격리를 이어할 필요 없이 바로 일상생활 및 외부활동이 가능하다.
이 몇 가지 사실을 알고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일단 보호자인 내가 코로나 검사를 반드시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또 아무런 검사 없이 경과 관찰만으로 '완치'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어딘지 이상하게 느껴졌다. 여러 가지로 찝찝한 마음을 지닌 채 퇴소 예정 문자를 받았는데, 아이의 체온이 37.4도까지 오르니 이대로 퇴소를 해도 괜찮은 건지 불안하기만 했다.
“여보, 봄이 진짜 나가도 되는 거겠지?”
“의료진이 나가도 된다잖아.”
“그래도 37.3이 두 번이나 나왔어. 한 번은 37.4도 나왔다니까.”
“발열 기준이 아니라잖아. 그리고 사실 거기 가서 봄이가 치료라고 받은 것도 없잖아.”
남편은 대수롭지 않았다. 치료센터라고 해서 들어갔지만, 치료라고 받은 것도 없었을뿐더러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 대해 신뢰를 잃은 탓도 있었다.
생활치료센터 앱에 체온을 기록하고 얼마 뒤 의료진에게 전화가 왔다. 퇴소 관련해서 간단한 안내를 받았다.
“저, 오늘도 봄이가 37.3이 몇 번 나왔어요. 아까는 37.4도 나오더라고요.”
“아, 그런데 어린아이들은 원래 체온이 조금 높기도 하니까요.”
“여기 와서 초기에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부터 37.2, 37.3 이런 온도가 몇 번씩 나오니까 불안해서요.”
“의사 선생님께 한 번 여쭤볼게요. (웅성웅성) 그 정도는 괜찮다고 하시네요.”
“그럼 이대로 나가서 내일부터 바로 외부활동도 가능하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방역수칙만 잘 지켜주세요. 마스크 불편해해도 잘 끼우시고요.”
“혹시 다시 열이 나거나 다른 증상이 생길 수도 있나요?”
“증상이 재발현되는 경우도 있어요. 잘 먹이고 잘 쉬게 하세요.”
무슨 말을 더 물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미 봄이는 ‘퇴소 대상자’였고, 의료진이 판단하기에 ‘완치’로 분류된 아이였다. 봄이의 체온이 미열 수준도 되지 않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기도 했고, 지내는 열흘 동안 다른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오직 불안한 것은, 엄마인 나뿐이었다.
“봄아, 우리 오늘 집에 간다!”
“오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둠 속에서 실루엣만 보이는 아이에게 퇴소 소식을 전했다. 아이는 앉아서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 퇴소 시간인 11시까지 “엄마, 우리 언제 집에 가?”를 몇 번이나 물었는지 모른다. 그 사이 아이의 체온을 두 번 더 쟀고, 여전히 37.1~37.2 사이를 오갔다. 그래도 전날보다는 안정적인 체온인 것 같아서 안심했다.
사용한 물건들 중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구분했다. 버릴 것은 주황색 폐기물 봉투에, 가져갈 것은 소독제로 다 닦아서 캐리어에 싼 후 지급받은 검은색 비닐로 이중 포장을 했다. 겨우 열흘 있었는데, 버릴 게 너무 많았다. 있는 내내 일회용품을 엄청 쓰면서 매일 내보내는 쓰레기만도 엄청났는데, 집에 가기 전 내놓은 쓰레기는 그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코로나가 환경 변화에 의해 생긴 바이러스라면, 앞으로는 더한 바이러스를 만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들어오는 날에도 그렇게 비가 오더니, 오늘은 그때와 비할 수 없을 만큼 더 많은 비가 왔다. 태풍이라고 했다. 아기띠에 봄이를 안은 채, 캐리어 두 개와 블록 상자까지 밀어 넣은 대형 검은 비닐 두 개를 끌고 센터 입구로 내려왔다. 아이 이름이 적힌 명찰과 짐을 쌌던 검은 비닐을 풀어서 폐기한 후, 소독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소독이 끝난 후 딸깍, 열리는 문을 열고 나오니 그대로 비가 쏟아지는 ‘바깥’이었다. 열흘만에 바깥에 나왔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온몸이 비에 젖었다. 얼른 차에 올라 빗길을 뚫고 집에 돌아왔다.
열흘만에 만나는 첫째를 으스러지게 안아주었다. 봄이는 집에 온 것만으로도 신이나 팔짝팔짝 뛰었다. 둘은 잠시 애틋하더니 이내 다퉜다. 그제야 진짜 격리시설에서 나왔다는 게 실감 났다.
아무래도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어서 잘 놀고 있는 봄이의 체온을 쟀다. 37.5였다. 몇 번을 다시 재도 그랬다. 조금 뒤 보건소 직원에서 앞으로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생활해 달라는 안내 전화가 걸려 왔다. 방역수칙이고 뭐고, 집에 와서 아이가 미열이 난다고 이야기했다. 보건소 직원은 좀 알아본 뒤에 다시 연락을 준다고 했다. 그 뒤 보건소에서 받은 연락은 아이에게 어떤 증상이 발현되면 보건소로 다시 연락을 달라는 거였다.
“보건소가 운영되지 않는 시간에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 또 보건소로 연락드리면 보건소에서는 어떤 조치를 해주시나요?”
또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다던 직원은 몇 분 후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운영 시간 외에 그런 일이 발생하면 병원에 가서 코로나 양성 판정 후 격리시설에서 격리를 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의료진의 판단에 따르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은 나도 하겠다…….)
결국 저녁 6시 봄이의 체온은 37.7까지 올랐고, 혹시나 아이가 아픈 것도 모르고 놀고 있을까 봐 먼저 해열진통제를 먹였다. (생활치료센터 의료진도 집에 가서 아이가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이라고 했다.) 체온이 오르거나 말거나, 봄이는 대체로 잘 놀았다. 중간중간 울고 보채긴 했어도 그게 잠투정인지 몸이 아파서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그 순간만 지나고 나면 잘 놀았으니 잠투정이었다고 믿고 싶었다.
격리시설에서만 나오면 모든 게 해피엔딩일 줄 알았다.
해피는커녕 엔딩조차 꿈꿀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집에 와서도 마스크를 끼고 잠이 든 봄이의 작은 얼굴을 보며, 제발 이 상황에 ‘엔딩’이 찾아오기를 기도했다.
* 아이는 퇴소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불안과 지난 열흘 동안 겪었던 일들, 숱한 감정의 변화들을 차근차근 풀어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