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인 척, 나의 이야기
엄마의 치맛자락에 늘 희미하게 배어 있던 음식 냄새는 여지껏 나를 지탱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평안하고 안온한 사랑의 힘이 되었다. 이맘때면 나무상자에 든 홍옥을 사놓고 다섯 아이에게 깎아주던 어머니, 그 붉은 사과 껍질이 수북이 쌓여가던 엄마의 치마폭 곁에 둘러앉아 아기새처럼 받아먹던 우리들. 제철에 실컷 먹어야 한다며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던 어머니의 눈길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17쪽)
미나리를 다듬으며 거머리를 대담하게 떼어버리던 어머니의 야무졌던 손이 생각난다. 어머니는 다듬고 난 미나리 뿌리를 버리지 않고 예쁜 항아리에 물을 받아 담가 두셨지. 그게 다시 잎이 올라와 겨울의 방 안을 연두색으로 생기 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끊어서 먹기도 했다. 알뜰했던 어머니, 아니 그 시절 엄마들은 다 그러셨지. 뿌리의 생명력을 그냥 버리기가 아까웠던 마음이 읽힌다. (37쪽)
어머니의 발걸음이 생각난다. 엄마의 손을 잡고 같이 갔던 동대문시장의 풍경과 소리와 냄새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엄마가 눈길을 주었던 맛살을 팔던 아줌마, 돼지 비계를 쇠번철 위에 올려놓고 빈대떡을 부치던 정갈하게 쪽을 찐 할머니들, 엄마를 보고 푸근하고도 반가운 미소를 짓던 아줌마들, 전선줄을 꼬아 만든 시장 바구니, 물건 값을 깎지 않았고 악착스레 더 달라고 하지도 않았던 부드럽고 우아했던 엄마. (1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