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6살이 되는 사랑이의 유치원이 결정되었다. 마음을 졸이며 원서를 접수했고 다행히 원하는 곳에 선발되었다. 겪지 않은 이들에게는 유치원에 가는 게 뭐 대수로운 일인가 싶겠지만, 겪은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유치원 입학을 대학 입학 이전의 최대 입학 전쟁이라고 표현할 정도이니.
유치원 원서 접수 기간이 가까워지면 ‘처음학교로’라는 사이트가 열리고, 그곳에서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유치원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영어 유치원은 제외다.) 원서 모집과 결과 확인 및 등록까지 모두 ‘처음학교로’에서 한다. 예전에는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 원하는 유치원 앞에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는데, 그때에 비하면 덜 전쟁스러운(?) 시스템이 갖추어지긴 했다.
그럼에도 유치원 접수 기간이 되면 부모들을 마음을 졸인다. 원하는 유치원의 정원은 정해져 있고, 내 아이가 합격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 역시 발표일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 원하는 곳이 딱 한 곳뿐이라 2지망, 3지망은 무의미했다. 꼭 1지망에 선발되기를 바라며 아이의 두 손을 잡고 기도까지 했다.
우리 동네는 도시 외곽의 주거 밀집구역이라 영유아들이 많이 사는데, 그 덕분인지 주변에 유치원이 상당히 많다. 아파트 앞에 오는 유치원 버스만 해도 열 군데쯤 된다. 열 군데의 유치원은 모두 저마다의 특색이 있어서 부모들은 그것을 일일이 비교해가며 내 아이에게 맞는 유치원을 찾아 골몰한다.
코로나 시대이다 보니 대부분의 유치원에서는 입학 설명회를 따로 하지 않았다. 희망하는 부모들을 소수로 모아 약식의 입학 설명회를 하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개별 방문이나 전화로 상담을 진행했다. 주변 유치원 열 곳도 각각의 방식으로 상담을 진행했는데 내가 사랑이의 유치원 입학을 위해서 상담을 받은 유치원은, 없다.
사랑이의 유치원 입학을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환경 변화에 민감하고 낯도 많이 가리는 아이라 고민이 깊었다. 선택할 만한 곳들이 많다 보니(선택을 한다고 해서 합격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미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본 동네 엄마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곳저곳 염두에 두긴 했었다. 그러나 알음알음으로 얻은 정보는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영향을 미친 것은 결국 딱 두 가지 조건이었다.
첫째,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어려운 아이의 성향을 고려할 때, 친한 친구들과 함께 다닐 수 있는 유치원
둘째, 학습을 최소화하고 놀이 시간을 최대한 보장하는 유치원
사랑이와 친한 친구들 대부분이 다자녀 조건에 해당하는 아이들이라 우선 선발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지원한 상황이었다. (병설 유치원은 사립 유치원보다 우선 선발 모집 비율이 높다.) 친구들과 함께 간다면 변화에 민감한 사랑이도 조금 수월하게 적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첫째 조건만큼이나 둘째 조건도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근처에 유치원이 많다 보니, 경쟁적으로 공부를 시키는 곳들이 많았다. 어떤 데는 5, 6세에 한글을 떼게 해 준다고 했고 어떤 데는 영어로 일상회화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했다. 유아교육과정인 누리교육과정의 핵심은 ‘놀이와 쉼이 보장되는 교육과정’이라는데 ‘놀이’와 ‘쉼’이 보장되는 곳은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병설 유치원은 누리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운영되는 편이고 학습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다른 유치원에 상담을 신청하지 않았다.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고, 놀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다른 유치원과의 비교는 무의미했다. 간절하게 바랐고 감사히도 사랑이는 1지망 병설 유치원에 선발되었다.
지금까지 사랑이를 키우며 흔들리지 않고 지켜온 신념이 있다면, 어린 시절 충분히 잘 놀게 하자는 것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이토록 놀이에 집중하고 놀고 또 놀아도 괜찮은 때가 없을 것이다. 언젠가부터는 하고 싶지 않아도 공부를 해야 할 때가 온다. 그때 하고 싶지 않은 공부도 해낼 수 있게 하는 힘은 결국 실컷 놀아본 에너지에서 나오리라 믿는다. 어느 책에 나온다는 ‘놀이 허기’라는 표현을 듣는 순간 믿음은 확고해졌다. 놀이 허기가 채워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렵다는 말. 사랑이의 놀이 허기가 충분히 채워져 포만감을 느낄 수 있을 때, 그다음 단계로의 성장도 어렵지 않으리라 기대한다.
아마 다른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들과의 학업 간극은 조금씩 더 벌어질 것이다. 누군가는 6세가 지나기도 전에 한글을 뗐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영어로 대화를 한다고 하겠지. 책 한 권을 혼자 읽는다고 할지도, 영어 문장을 술술 읽는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그때마다 나도 자신 있게 말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