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가족사진을 찍다

by 진아

여섯 번째 가족사진을 찍었다. 결혼기념일 즈음 해서 매년 가족사진을 찍어왔는데, 벌써 여섯 번째가 된 것이다. 사진 속에는 둘에서 셋으로, 셋에서 넷으로 변해간 가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꼬물거리던 사랑이가 걷고, 안겨있던 봄이가 서고, 두 아이가 엄마 아빠의 도움 없이 자세를 잡고 앉은 모습까지.


스튜디오에 가서 사진을 찍는 비용은 결코 적지 않고, 옷을 맞추고 시간을 내어 사진을 찍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6년째 계속 사진을 찍는 이유는 시간이 흐른 뒤, 흩어진 기억들을 사진을 통해서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자라 왔다고 아이들과 나눌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방긋방긋 잘 웃는 둘째 봄이와 달리 사랑이는 사진 찍는 내내 얼어있었다. 낯설고 어색하고 민망한 이 상황을 어찌할 바 모르겠다는 듯, 아빠의 목덜미에만 매달려 있었다. 괜히 안타까운 마음에 사랑이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기도 하고 다 찍은 뒤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는 회유의 말도 던져보았지만 아이는 요지부동이었다.


“엄마, 아빠. 어떻게 찍어도 아이들은 예뻐요. 그러니까 엄마 아빠 표정만 신경 쓰세요.”


사진사분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를 웃게 하느라 정작 내 모습은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나나 잘하자고 마음을 먹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얼굴에 함박웃음을 담았다. 역시 결과물 속의 사랑이는 활짝 웃지 않았어도 존재 자체로 예뻤고, 아이를 바라보는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나와 남편의 모습도 꽤 사랑스러웠다. 그 사이에서 가장 크게 웃고 있는 봄이는 말할 것도 없었고.




집에 돌아와 이제까지의 가족사진을 쭉 늘어놓고 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잠시 잊고 살았던 6년의 시간이 찰랑찰랑 강물처럼 흘러왔다.


참 다른 나와 남편, 우리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기로 약속한 날의 사진.

뱃속에 사랑이를 품고 떠난 만삭 여행 사진

사랑이의 돌을 맞아 셋이 찍은 가족사진.

뱃속에 봄이를 품고 사랑이와 함께 찍은 만삭 사진.

봄이의 돌을 맞아 처음으로 넷이 찍은 가족사진.

제 발로 걷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찍은 가족사진.

그리고 올해의 가족사진.


둘에서 넷이 된 시간 동안, 우리는 모두 참 많이 달라졌다. 각자의 삶밖에 모르던 나와 남편은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삶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웬만한 일에는 날을 세우지 않게 되었고, 적당히 양보하고 타협하고 포기도 해가며 함께 사는 방식을 터득해가는 중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던 두 아이는 혼자 옷을 입고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갈 만큼 자랐다. 함께 있으면 내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했던 우리 넷은 (아주 잠깐일지라도) 조금씩 각자의 시간을 가질 만큼 달라졌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함께 자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조금 더 성숙한 사람으로 키워낼 것이다.


나와 남편은 아이들을

아이들은 나와 남편을

나와 남편은 서로를

두 아이 역시 서로를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할 것이다. 우리의 성장 역사는 매년 가족사진으로 남을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시간이 많은 흐른 후에 사진 속에서 나와 남편이 차례로 사라지더라도 우리에게서 시작한 이 가족의 역사가 잊히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온전히 남아,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시간들로 영원히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내내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시간들이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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