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제를 간단히 요약하면, 근대인은 개인에게 안전을 보장해주는 동시에 개인을 속박하던 전 개인주의 사회의 굴레에서는 자유로워졌지만, 개인적 자아의 실현, 즉 개인의 지적·감정적·감각적 잠재력의 표현이라는 적극적 의미에서의 자유는 아직 획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유는 근대인에게 독립성과 합리성을 가져다주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개인을 고립시키고 그로 말미암아 개인을 불안하고 무력한 존재로 만들었다. 이 고립은 참기 어려운 것이다. 개인이 고립에서 벗어나려면, 자유라는 무거운 부담을 피해 다시 의존과 복종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인간의 독자성과 개인성에 바탕을 둔 적극적인 자유를 완전히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16쪽)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모든 정력을 소비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행동의 전제, 즉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전제에 조금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가 추구하는 목표가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어떤지를 생각지 않는다. 학교에 다닐 때는 좋은 성적을 원하고, 어른이 되면 더 많이 출세하고 더 많이 벌고 더 많은 특권을 누리고 더 좋은 차를 사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모든 활동에 미친 듯이 열중하다가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하면 이런 의문이 떠오를지 모른다. “만약 내가 이 새 일자리를 얻으면, 내가 더 좋은 이 차를 사면, 내가 이 여행을 하면, 그다음엔 무얼 하지?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 모든 걸 원하는 게 정말로 나일까? 내가 지금 추구하는 목표는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것으로 생각되지만, 내가 거기에 도달하자마자 나를 피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은 일단 제기되면 무섭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가의 모든 활동을 떠받치는 토대 그 자체, 즉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느냐고 그 자신에게 묻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런 성가신 생각을 되도록 빨리 없애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피곤하거나 우울해서 이런 의문에 시달렸다고 느끼고, 그들이 자신의 목표라고 믿는 목표를 계속 추구한다. (273쪽)
우리는 자발적 활동에서 생겨나는 그 자질들만이 자아에 힘을 주고, 그리하여 자아의 본래 모습의 토대를 이룬다.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거나, 진정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그 결과 타인과 자신에게 가짜 자아를 보여줄 수밖에 없거나 하는 것은 열등감이나 무력감의 근원이다.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자기 자신이 아닌 것보다 부끄러운 일은 없고,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는 것만큼 큰 자부심과 행복을 주는 것도 없다. (2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