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 있다.
노라는 삶의 목적을,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이틀 전처럼 배너지 씨를 대신해 약국에서 약을 타오는 사소한 목적조차 없었다. 노라는 노숙자에게 돈을 주려다가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34쪽)
“삶과 죽음 사이에는 도서관이 있단다.” 그녀가 말했다. “그 도서관에는 서가가 끝없이 이어져 있어. 거기 꽂힌 책에는 네가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살아볼 기회가 담겨 있지. 네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지 볼 수 있는 기회인 거야. 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하나라도 다른 선택을 해보겠니?”(49쪽)
“넌 선택은 할 수 있지만 결과까지 선택할 수는 없다는 걸. 하지만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건 좋은 선택이었어. 단지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았을 뿐이지.”(123쪽)
죽고 싶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죽음 앞에 서면 삶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삶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 어떻게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마냥 무서워할 게 아니라 이 삶에 실망해야 다른 책을 펼쳐볼 수 있다.(192쪽)
“전 그냥 삶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노라가 부루퉁하게 말했다.
“삶을 이해할 필요 없다. 그냥 살면 돼.”(312쪽)
‘죽고 싶지 않아.’
노라는 더 노력해야 했다. 늘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삶을 원해야 했다. 이 도서관이 그녀의 일부이듯, 다른 인생도 그녀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다른 삶에서 느꼈던 감정을 모두 느끼지 못할 수는 있지만 그녀에게는 능력이 있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여행가, 와이너리 대표, 록스타, 지구를 살리는 빙하학자, 케임브리지 대학 졸업생, 엄마, 혹은 그 외의 백만 가지 사람이 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놓쳤을지 몰라도 노라는 어떤 면에서 여전히 그런 사람이었다. 그들은 모두 그녀였다. 그녀는 그 모든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었고, 한때는 그 사살이 우울하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자극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제는 마음먹고 노력하면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가 살았던 삶에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중략) 노라는 잠재력 덩어리였다.(380쪽)
하지만 모든 게 달라졌다.
모든 게 달라진 이유는 이젠 그녀가 단지 다른 사람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상 속 완벽한 딸이나 동생, 애인, 아내, 엄마, 직원, 혹은 무언가가 되는 데서 유일한 성취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목표만 생각하며 자신만 책임지면 그만이었다.(400쪽)
노라는 자신이 블랙홀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화산이었다. 그리고 화산처럼 그녀는 자신에게서 달아날 수 없었다. 거기 남아서 그 황무지를 돌봐야 했다.
자기 자신 안에 숲을 가꿀 수 있었다.(4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