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그 달리기 끝에서 느끼는 우울함이나 허망함과 같은 감정들은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거다’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달려갔다가, 막상 이루고 나서야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달려본 사람만이 압니다. 또 그게 내가 꿈꾸거나 상상했던 것처럼 대단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만큼 불필요한 집착이나 아집을 버릴 수도 있어요. 그만큼 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치열하게 달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부든 사랑이든, 일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럴 수 있는 뭔가를 만나고 그만큼 노력을 한 다음에 찾아오는 이 우울함을 경험해보기를 바랍니다. 그러고 나면 아마도 또 다른 세계가 여러분 눈앞에 펼쳐질 겁니다. (<라틴어 수업> 1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