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동경하듯, 이곳을 애정하길

by 진아

『몽 카페』(신유진)라는 책을 읽었다. 프랑스 파리에 머무르며 저자가 마주친 카페에 대한 기록이었다. 프랑스라니, 파리라니, 카페라니. 어느 하나 두근거리지 않는 단어가 없었다.


센 강에서 와인을 마시고, 오래된 골목을 누비다 작은 카페를 발견하고, 갓 구워 나온 크루아상 봉지를 들고 카페로 들어서고, 해변가에서 바다를 등진 유일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부럽다는 단어로는 표현이 되지 않았다. 뭐랄까, 순간의 감정은 동경에 가까웠다. 여행이 귀해진 시기라서가 아니라, 십 년 전쯤 딱 한 번 가 보았던 프랑스 파리의 기억이 살아나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내가 있는 곳, 내가 머무르는 시간과 너무도 이질적이라서. 그래서였을 것이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당장 누릴 수 없는 것들이라서, 다가갈 수 없는 곳이라서.




과거의 나는 자주 그랬다. 당장 내가 누리는 것들보다 누리지 못하는 것들에 간절했고, 가진 것들보다 가지지 못한 것들에 목말랐다. ‘그것’을 누리기 위해, ‘그곳’에 가기 위해, ‘그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 꽤 열심히 애쓰고 바둥거렸다. 그것이 이것이 되고, 그곳이 이곳이 되며, 그 시간이 이 시간이 되면 이내 그것, 그곳, 그 시간의 자리에는 새로운 것들이 놓였다. 아스라이 멀었던 무언가를 손에 넣었다는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았고, 다음에 쥐어야 할 것들에 조급해지기 일쑤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아주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고 여겼다. 그것보다 이것에, 그곳보다 이곳에, 그 시간보다 이 시간에 집중하려 애쓰게 되어서이다.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기보다 내 것인 것들에 몰입하고자 마음을 다잡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또 내가 갈 수 없는 곳, 내가 누릴 수 없는 것들에 이토록 쉽게 마음이 홀리고 만다. 여전히 더 많이 읽고 써야 하나 보다.

내가 사는 곳에도 카페는 넘쳐난다. 센 강만은 못해도 제법 잘 가꾸어진 호수도 있다. 그 카페에서 갓 볶은 원두향을 머금은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그 호숫가에서 사랑하는 누군가와 봄볕 같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 카페가 파리 골목길의 카페가 아니라고 해서, 그 호수가 센 강이 아니라고 해서 내가 마실 커피가 내가 만날 사람이 덜 가치로운 것은 아니다.


사실은 충분히 더 가치롭다.




그 : 자기에게서 좀 떨어진 것을 가리키는 말

이 : 자기에게서 가까이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


‘그’와 ‘이’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듯 삶의 가치를 저울질해왔다. ‘그’의 영역에 남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더 아름답게 여겨졌고, ‘이’의 영역에 들어선 것들은 금세 당연하게 느껴졌다. 너무도 간절했던 ‘그것’은 ‘이것’이 되는 순간, 별 것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소중한 것은 가까이 있다는, 참으로 단순하고 보편적인 진리를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어쩌면 그토록 어렵기만 한지.


그것보다는 이것을

그곳보다는 이곳을

그 시간보다는 이 시간을

그 사람보다는 이 사람을

그 마음보다는 이 마음을


내게서 먼 무엇보다 가까운 무엇을 더 사랑하는 마음.

먼 무엇을 동경하는 마음보다 가까운 무엇을 애정하는 마음.

오늘의 나에게, 아니 매일의 나에게 꼭 필요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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