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지고 있다. 사흘 뒤면 새해가 밝을 것이고, 나이에 한 살이 더해질 것이다. 전날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인데, 잠에서 깨어나면 서른여덟의 나는 서른아홉이 되어있을 것이다. 더해진 나이를 뺄 도리는 없으니, 또다시 한 살의 무게만큼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5년 만에 분주하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으리라 짐작했던 5년이 끝나간다. 2022년은 어제와 오늘이 다를 것이고, 내일은 오늘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채워질 것이다. 엄마라는 역할로 꽉 차 있던 나의 일상에 직업인으로서의 일과가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 집에서는 엄마로, 학교에서는 교사로, 틈을 찾아 나로 살아내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분명 버겁고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잠은 부족할 것이고, 체력은 달릴 것이며, 마음은 자주 요동치겠지. 잘 해내리라는 확신은 없다. 어쩌면 이도 저도 제대로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렵지만은 않다.
5년 전과 달라진 점은 아가씨에서 아줌마가 되었다는 객관적 사실뿐만이 아니다. 나를 모르던 ‘나’에서 나를 조금은 알게 된 ‘나’가 되었다. 드라마틱한 변화다. 남들의 시선에 매여 살던 내가 내 마음을 살필 줄 아는 내가 되었다.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제는 제법 나를 사랑할 줄도 알게 되었다.
모든 변화는 읽고 쓰는 일에서 시작되었고, 읽고 쓰는 일로 진행 중이다. 무료한 시간을 때우고, 사라지는 나의 시공간을 지켜보려 아등바등 시작한 읽고 쓰기가 예상치 못한 길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모든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거짓말처럼 일관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아라.
지금에 충실해라.
곁에 있는 이를 사랑해라.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소설이든, 산문이든, 자기 계발서든, 철학서든 (메시지를 담은 책들이라면) 궁극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거의 비슷했다. 너무 흔하고 어쩌면 당연한. 읽기를 계속할수록 모든 책의 내용이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고, 쓰기를 계속할수록 살아가야 할 길도 선명해졌다.
아직도 삶은 메시지를 따라가지 못한다. 오늘을 살아야 함에도 어제를 후회하고, 내일을 걱정하는 중이다. 지금에 충실해야 하는데 나중을 준비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곁에 있는 이를 사랑해야 하건만, 미워하지 않기도 버겁다. 내면의 목소리는 외부의 목소리에 가려지기 일쑤다.
그래도 인식하고 있다. 오늘이 귀하다는 걸. 지금이 소중하다는 걸. 곁에 있는 이를 사랑해야 한다는 걸. 내면에도 목소리가 있다는 걸. 그래서 애쓰고 있다. 그러니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어쩌면 그 마음이 새로 올 해를 두려움 대신 설렘으로 맞이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곧 삼백예순 일의 무게가 한 살의 나이로 포개질 테다. 나란 존재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을, 지금을, 곁에 있는 이를, 내면의 목소리를 더 귀히 여기며 조금은 더 나은 나로 살아낼 수 있기를. 한 살 더해질 나이의 무게를, 올해와 달라질 내년의 일상을, 두려워하기보다 두근거려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