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생일이 지나간다. 올해가 끝나간다.

by 진아

12월 31일, 일 년의 마지막 날이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준비하는 날이자, 일 년에 딱 한 번뿐인 내 생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12월 31일이 생일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와! 마지막 날에 태어났네?”라며 꼭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해의 마지막 날이 생일인 것이 왜 놀랄 만한 일인지 십 대 때까지는 잘 알지 못했다. 삼일절, 광복절, 크리스마스처럼 공휴일도 아니고, 그냥 해의 마지막 날일 뿐인데 뭐가 놀랄 일인지. 그래도 ‘해의 마지막 날’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생일이니, 조금 ‘특이한 생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생일이 특별하게 느껴진 건 이십 대를 지나면서부터였다. 12월 31일이 되면 송년회다, 망년회다, 애쓰지 않아도 줄줄이 약속이 잡혔다. 모든 모임은 내 생일 케이크에 초를 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촛불을 끄고 나면 생일 한 번 기막히다는 인사와 동시에 생일 파티는 끝이 났다. 자연스럽게 송년회가 시작되었으며 모인 이들은 한 해를 보내는 마음과 새해를 맞는 소회를 나누었다.


친구들과 각자 자리를 잡고 사느라 바빠지면서 더는 매년 송년회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내 생일은 좋은 핑곗거리가 되었다. 12월 31일이 되면 카카오톡에서는 친절하게도 ‘오늘 생일인 친구’에 내 이름을 띄워주었다. 오랫동안 안부를 전하지 못하던 친구들도 생일을 핑계 삼아 축하 문자를 보내왔다. 자연스럽게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묻게 되었고, 새해를 맞이하는 덕담도 나누게 되었다.


내 생일은 더는 ‘특이한 날’이 아니었다.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오늘도 오랜만에 친구들과 안부를 나누었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로 시작했지만 생일 이야기는 금세 사라지고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갈 이야기만 남았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준 두 아이에게 한 해 동안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생일 축하한다며 선물을 건넨 남편에게도 올 한 고생했다고, 내년도 잘 부탁한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생일은 해에 한 번, 오직 ‘나’에게만 특별한 기념일일 테지만, 내 생일 12월 31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날일 것이다. 어제까지 힘들어하던 사람도 오늘이 되면 새해를 맞이하는 다짐을 한다. 어제까지 괴롭던 사람도 오늘이 되면 새날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사실 어제나 오늘이나 태양은 비슷한 시간에 뜨고 지고, 하루는 24시간으로 똑같은 데도 말이다.


생일이 지고 있다. 이제 두 시간쯤 남았다.

올해가 지고 있다. 이제 두 시간쯤 남았다.


두 시간 후면, 오늘과 다른 내일이 되어 있을 것이다.

2021년에 1이 더해져, 2022년이 되어 있을 것이고.

마지막 장에 이른 헌 달력은 빳빳한 새 달력으로 교체될 것이다.

12월 31일은 1월 1일, 완벽히 새로운 날로 바뀔 것이며.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이었고 오늘과 다를 것 없는 내일이겠지만.

마음만은 분명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생일이 지나간다.

올해가 끝나간다.

새해가 밝아온다.

다시 생일이 다가온다.


가는 것을 잘 보내주고, 오는 것을 잘 맞이할 수 있기를.

당신의 새해도, 더없이 따스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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