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타라 웨스트오버)

by 진아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507쪽)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저자가 교육이라 부르는 '그것'은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이다. 저자에게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이 가능하도록 해준 것이 바로 교육이었다. 도대체 저자의 삶은 어떠했기에, 교육을 통해 이뤄낸 것들이 그러한 걸까.


이 책은 회고록이다. 지나간 시간을 기억에서 끄집어내어 기록한 것이다. 저자의 지나간 시간에는 '아버지'라는 거대한 인물과 그를 맹신하는 가족들이 있다. 모르몬교 광신도인 아버지는 정부에 의존하는 일체의 삶을 거부한다. 지구 종말을 대비해 식량을 준비하고 지하대피 공간을 만든다. 현대의학의 힘을 결코 빌리지 않고 대체의학에 의존하며, 공교육을 불신하고 홈스쿨링으로 일곱 아이를 키운다.


홈스쿨링이라고 했지만, 저자가 아버지에게 받은 교육은 대체로 모르몬교 교리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 외의 시간에는 대부분 아버지의 일(폐철처리장)을 돕는데, 안전하지 않은 일에 동원되면서 저자를 포함한 남매 모두 아찔한 사고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심각한 화상을 입고, 피부가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등. 보통의 사람들이 일생에 한 번도 겪지 않을 일이 저자의 가족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일 만큼, 사건 사고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신의 뜻'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어떤 치료도 약물도 거부했다.

아버지의 맹목적인 믿음 아래에서 집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자란 일곱 남매에게 옳고 그름의 기준은 오직 아버지였다. 공부를 하겠다며 두 오빠가 먼저 집을 떠나지만, 그들 역시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아버지 아래 남은 오빠들과 언니는 말할 것도 없었다. 저자도 대학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났지만,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아파도 약을 먹지 않고, 심각한 치아 손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함에도 치과 치료를 받지 않으며, 이성 교제를 하는 동안 자신이 '창녀'로 비칠까 두려워 하는 등. 집을 떠났어도 아버지의 그림자는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저자는 대학 교육을 받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건들의 진상을 알게 되고, 아버지가 조울증 환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을 학대했던 숀(오빠 중 한 명) 역시 정상적인 정신 상태가 아님을 깨닫고 두 사람의 치료를 권하지만, 그 일로 인해 저자는 가족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버렸다. 미움과 분노, 의문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가족과 단절되면 후련하지 않을까, 했던 건 나의 완벽한 착각이었다. 저자에게 가족은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두렵고 미워도 가족의 그늘을 잃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저자가 공부를 접고 가족에게로 도망치듯 돌아가는 모습에서 '도대체 가족이란 무엇인가. 부모란 무엇이며 형제자매란 무엇인가', 묻고 또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웠던 것은 저자가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버지에 의해 배제되었던 교육과 배움을 끝내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해나갔다.(저자는 케임브리지를 거쳐 하버드에서 학위를 받았다.) 아버지에게 세뇌당해 온 믿음을 부수고 새로운 삶을 정립해 나가는 일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는 일이었다. 고통 속에 살면서도 그게 고통인지조차 몰랐던 유년과 이별하려면, 새삼 과거의 고통을 마치 현실인 것처럼 되새겨야 했다.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감히 공감한다는 표현조차 쓸 수 없었다. 저자의 고통은 결코 내가 공감할 만한 수준의 것이 아니었으므로.


저자가 새로운 자아로 '변신. 탈바꿈' 하여, 과거의 '허위'를 '배신'할 수 있었던 교육의 힘은 놀라웠다. 배움의 발견으로 저자가 진짜 발견한 것은 바로 진정한 자아였다. 교육은, 배움은 그럴 때 진짜 힘을 얻는 거란 생각을 했다. 바르게 판단하고 가치 있는 일을 선택하되, 그 판단과 선택의 주체를 '나'로 세우도록 도울 때. 그게 진짜 교육이자 배움이 아닐까.


그 경험이 나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 그 자체가 그 경험의 영향이었다는 사실 말이다.(182쪽)

나는 영원히, 항상 어린아이로 남아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를 잃게 될 것이다.(214쪽)

나는 이렇게 썼다. <어릴 때 왜 제대로 된 교육을 받도록 허락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261쪽)

내가 자각의 길에 들어섰고 오빠, 아버지, 나 자신에 관해 아주 기초적인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략) 힘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전진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287쪽)

학생은 가짜 사금파리가 아니에요. 그런 가짜는 특별한 빛을 비출 때만 빛이 나지요. 학생이 어떤 사람이 되는,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 나가든, 그것은 학생 본 모습이에요. (중략) 학생은 순금이에요.(379쪽)
이제 이해가 됐다 아버지가 내게서 쫓고자 하는 것은 악마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471쪽)

<누가 역사를 쓰는가?> 나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492쪽)

그러나 나와 아버지를 가르고 있는 것은 시간과 거리만이 아니다. 그것은 변화된 자아다. 나는 아버지가 기른 그 아이가 아니지만, 아버지는 그 아이를 기른 아버지다.(5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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