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아 Feb 24. 2022

글쓰기를 글쓰기, 출간합니다.

“진아 작가님이죠?”   

  

전화 너머로 ‘진아’라는 이름이 불렸다. 낯선 번호의 전화는 잘 받지 않는 편인데, 어쩐지 망설임 없이 받은 전화에서 ‘진아’를 찾고 있었다. 두 아이와 이불 위에서 베개 싸움을 하던 중에 받은 전화라 잘못 걸린 전화인 줄만 알았다. (내가 진아인데, 왜 진아인 줄을 모르니…….)     


나는 분명히 ‘진아’이지만, 그때의 나는 ‘진아’가 아니었다. 진아라는 자아는 아이들이 잠든 밤, 새벽에만 잠깐씩 출몰하는 존재이므로.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의 나는 진아가 아니었다. 진아일 수 없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는 글쓰는 사람, 작가로서의 자아가 그토록 흐릿하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전화를 끊으려다 말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네. 제가 진아입니다.”

“아, 여기 출판사인데요. 투고 건으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몸을 벌떡 일으켜 아이들방으로 뛰어갔다. (뛰쳐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문을 닫으려고 하자 아이들이 꼬리처럼 따라 들어왔다. 엄마 잠시 중요한 통화가 있으니 아빠한테 가 있으라고 하고 문을 닫았다. 전화의 요지는 하나였다. 우리들의 글을 출판하고 싶다는 것!      


이것은 꿈일까? 잠깐 정신이 혼미해졌다. 투고를 하면서 출간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데, 투고를 하면서도 진짜 출간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던 사람처럼 허둥거렸다. 선량 작가님과 읽는 인간 작가님께 차례로 연락을 드리고, 단톡방에 불이 나도록 호들갑을 떨었다. 아직 계약서도 쓰기 전이었는데, 이미 우리 책이 세상에 나온 것처럼.      




우리 세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Zoom에서 얼굴을 보긴 했어도, 실제로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앞으로 언제쯤 만나게 되리라는 기약도 없다. 우리의 소통 창구는 오직 글이다. 문자이고, 문장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토록 끈끈하게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서로에 대한 호기심? 서로를 향한 믿음? 욕심내지 않는 마음?     


뭐, 모든 게 적절히 버무려져 우리 세 사람의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겠지만,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진심’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서로에게 진심이었다. 어쩌면 ‘진심’은 호기심, 믿음 그런 단어를 모두 품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서로를 진심으로 궁금해했고, 진심으로 알아가고자 노력했다. 서로를 진심으로 믿었고, 함께 하는 일에 진심으로 개인적인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우리의 진심을 알아본 출판사를 만났다. 앞으로도 우리는 변함없이 함께 글을 쓸 것이다. 진심을 나누며, 진심을 담아, 진심이 또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지기를 희망하며. 함께 출간하게 되는 ‘첫 책’은 그 진심을 엮어내는 여러 작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굳이 ‘첫’이라는 관형사를 붙인 것은 우리가 함께 쓸 책이 하나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것이다.)

     

가을쯤 만나게 될 우리의 첫 책.

글쓰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낼 우리의 첫 책.

그 책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올 한 해를 버틸 힘이 생긴다.

함께 할 두 분 작가님께는 감사와 사랑과 존경을,

우리의 이야기를 기다려주실 예비 독자님들께도 ‘미리’ 고마움을 전한다.




진짜 출간을 하게 되었습니다. 투고를 하면서도 이렇게 빨리 출간이 결정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어떤 눈 밝은 출판사 대표님이 저희 글에 담긴 진심을 알아봐주셨고,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룹 페이스톡, 인증샷♡


저를 포함한 작가진 세 사람은 어제 조촐하게 계약 기념 자축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출간 기념도 아니고, 계약 기념이요.^^ 멀리 도쿄에 계신 읽는인간 작가님이 저와 선량 작가님께 꽃다발을 보내주셨어요. 남편에게도 못받은 꽃다발을 작가님께 받고는 한참을 울었습니다. 참, 귀한 인연이라는 생각에 그냥 눈물이 났습니다.


앞으로는 책 본문에 들어갈 글을 모두 올리지는 않겠지만, 출간 과정과 그때그때의 고민들을 이 매거진에 발행하려고 해요. 그동안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출간까지의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