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글쓰기
함께 공동 매거진에 글을 쓰고 있는 읽는 인간 작가님과 진아 작가님께 조심스레 말했다.
“이렇게 애써서 쓴 글을 브런치에만 두기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늘 고민했던 매거진, 그 너머의 것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어떤 형태로든 이 글을 책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투고도 해보고 안되면 우리들끼리라도 책 만들어서 출간해보는 거 어때요?”
읽는 인간 작가님은 아직 출간 경험이 없으시고, 진아 작가님은 곧 육아휴직이 끝난다. 글쓰기와 책 쓰기는 너무나 달라서 함께 책을 쓰자는 말이 쉽게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글을 쓸 때마다 고민하고 고민하며 글을 쓰는 작가님들을 보니, 브런치 매거진으로 끝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두 작가님께서 동의를 해주셨고 우리는 줌에서 만나 기획회의를 했다.
가장 중요한 책의 주제와 방향성에서부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턱 막혔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이미 차고 넘치는데, 그 시장에 우리의 책을 더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과연 다른 책과 차별성이 있을까?
일본과 밀라노와 대구는 너무 멀었지만, 우리의 열정만큼은 매우 가까웠다.
방향을 다시 정하고, 주제를 다시 정하고, 샘플 원고를 다시 썼다.
출간 기획서를 여러 번 수정하고, 투고 메일의 내용을 만들어 공유했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책 제목과 부제, 대제목을 수정했다.
드디어 출판사에 투고를 시작했다.
일 이주 정도 검토 시간을 거친 후 연락을 주겠다는 곳과 긍정적으로 기획서를 보긴 했지만, 이미 일정이 꽉 차서 출간이 힘들겠다는 곳과 글 전체 초고가 언제 즈음 나오는지 물어보는 곳과 정중히 거절한 곳이 있었다.
투고를 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은 굉장히 고달프기도, 굉장히 설레기도 한 시간인데 이번엔 달랐다.
나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두 안 된다고 해도 우리 좌절하지 말아요. 우리가 직접 만들면 되죠!!”
우리는 상황에 매몰되는 대신 우리가 직접 상황을 이끌어가고 싶었다.
“작가님, 작가님. 제가 못 기다리고 전화했어요. 일어나셨어요?”
조금 늦은 주말 아침, 경상도 억양이 섞인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진아 작가님이었다.
“계약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뭐라고요?”
“기획 출간하자는데요???”
안녕하세요, 선량 작가입니다.
그동안 글쓰기를 글쓰기 매거진을 구독해주시고 읽어주신 모든 구독자님들께 진신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쓰기를 글쓰기 공동 매거진은
일본에서 글 쓰는 읽는 인간,
대구에서 글 쓰는 진아,
밀라노(지금은 잠시 서울)에서 글 쓰는 선량,
저희 세 사람이 글쓰기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었습니다.
저희 세 사람은 sns에서 만났지만, 좋아하는 일에 너무 진심이다 보니 함께 매거진을 만들고 글을 쓰게 되었어요.
주로 카톡으로 진심과 사심을 넘나들고 이모티콘으로 사랑을 고백하며, 존경을 돌려막기 하지만, 글 앞에서는 다시 진지하게 피드백하는 사이입니다.
이런 사이를 뭐라고 정의 내려야 할까요?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물은 인과의 법칙에 의해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환경이 조성되어야 일어난다는 뜻으로 불교의 업설과 인과응보설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현재는 기회와 때가 올 때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우리 세 사람 앞에 “시절 인연”이라는 용어를 수식하고 싶어요.
사람의 인연을 맺기도, 끊기도 쉬운 세상입니다. 하지만 서로 이해득실을 따지며 재지 않고, 나눈 마음을 거둬드리지 않고, 받을 줄 알고 줄 줄도 아는 사이.
이런 저희 세 사람이 함께 책을 쓰게 되었어요.
저희 세 사람이 만들어갈 글과 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