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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Feb 16. 2022

여전히 우리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거진에 글을 발행하지 않은 지 꽤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쓰고 있는 두 작가님들도.) ‘글쓰기를 글쓰기’라는 매거진을 만들고 주거니 받거니 하며 2주에 한 번씩, 거의 두 달 동안 글을 발행해왔다. 쓰고픈 말이 넘쳐나 애쓰지 않아도 마구 써지는 날도 있었고, 깜박이는 커서를 한없이 쳐다보며 밤을 지새우던 날도 있었다. 그렇게 두어 달 동안 우리는 각자의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고 서로의 글쓰기를 지지하며 이곳에서 함께 써왔다.      


한동안 글을 발행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글쓰기를 글 쓰고’ 있다.      


처음 목표했던 30개의 글 중에 절반 가까운 글을 발행했고 이쯤에서 투고를 해보면 어떨까, 마음을 맞추었다. 지금까지 써온 글들을 바탕으로 책의 가제를 정하고 출간 기획서를 함께 썼다. 서로의 뜻에 귀 기울이고 서로의 글에 마음을 기울였다. 그로써 우리가 ‘글쓰기를 글쓰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어떤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지가 조금씩 분명해지기를 기대하면서.     


이탈리아, 일본, 대한민국, 세 나라에 떨어져 사는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온라인 메신저와 Zoom 화상회의뿐이었다. Zoom에서라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우리의 시간은 서로 다르게 흘러갔고, 저마다가 감당해야 할 삶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대화는 메신저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고요하고 소란스런 수다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책의 제목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른다. 소제목에 들어갈 단어 하나를 놓고 몇 시간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글 하나하나의 제목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 저자 소개란을 채우면서 각자가 놓친 지점들을 서로가 일러주었다. 경쟁 도서와 유사 도서를 함께 읽으며 같이 좌절하고 같이 흥분했다.     


그렇게 우리가 함께 나눈, ‘글쓰기’에 대한 마음을 고스란히 품은 출간 기획서와 샘플 원고가 완성되었다.      


투고를 시작했다. 이미 정중하게 거절한 곳도 있고, 다정하게 기다려달라 한 곳도 있다. 검토 기간을 거치겠다 한 곳도 있으며, 아무런 답이 없는 곳도 있다. (답이 없는 곳이 제일 많다.^^;) 그래도 우리는 마음을 모아 원고와 기획서를 썼으며, 그것이 ‘투고’라는 1차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달뜬 날들을 보내고 있다.      


기획출판이라는 어마어마한 기회가 우리에게 올지 그렇지 않을지, 결과는 알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몫을 다한 뒤, 간절함을 담아 주사위를 던졌을 뿐.




출간 기획서와 원고를 쓰는 내내, 우리 세 사람이 마음에 새기고 있던 문장은 하나였다.      


“당신도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매일을 살아내는 것도 버겁지만,

쓰고 또 쓰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지만,

써봤자 돈도 안 되는 게 글이라지만.


그래도 당신이 우리와 함께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을 꼭 전하고 싶었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 없고, 서른 넘도록 자기 이야기를 담은 글 한 줄 써본 적 없던 우리도 이렇게 쓰고 있다고. 글쓰기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고.      


선량, 읽는인간. 두 작가님과 벌써 세 계절을 함께 했다. 오직 글로 만나 글로 소통하며, 여름과 가을을 지나 이토록 시린 겨울까지 함께 나는 중이다. 앞으로 그녀들과 함께 보낼 숱한 계절이 벌써 애틋하다. 그만큼 소중하고 다정해진 우리. 이런 우리와 함께, 글로써 삶을 나누어갈 동지들이 더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우리가 함께 보낼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자꾸만 변해가겠지만,

우리가 함께 나눌 온도는

언제나 글볕 아래에서 따스하고 포근할 것이라 확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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