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첫째 아이가 3년 동안 다닌 어린이집을 졸업했습니다. 어린이집을 졸업했다니 어딘지 표현이 어색하지만요.
만 24개월에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집을 60개월이 되어 졸업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선생님들이 편집해서 키즈노트에 올려주신 졸업 영상을 보는데, 주책맞게 눈물이 났어요. 그것도 찔끔이 아니라, 펑펑. 그 눈물에 담긴 마음은 무엇이었을까요.
잘 자란 아이에 대한 기특함.
이만큼 키워낸 나 자신에 대한 토닥임.
3년 동안 잘 돌봐주신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함.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애틋함.
뭐라 다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함.
그 모든 감정이 한데 뒤섞여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아이에게도 그 영상을 보여주었더니, 여섯 살 조그만 꼬마 눈에도 눈물이 고이더군요. 눈물을 찍어가며 “엄마, 이때로 돌아가고 싶어. 어린이집 다시 가고 싶어.”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니, 지난 3년이 아이에게도 꽤 행복한 시간이었구나 싶어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첫째가 졸업하던 날, 둘째도 어린이집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짧은 방학에 들어갔고, 일주일째 우리 가족은 함께 복닥거리며 3월 전 마지막 여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너무 심해져서 여행 계획은 모두 취소했지만, 가까운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놀이터에서 술래잡기를 하는 등 소소한 외출은 해가며 다시없을 이 시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제 진짜 새로운 출발이 코앞입니다.
첫째는 유치원으로 둘째는 어린이집 새로운 반으로 저는 학교로, 모두 변화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남편도 (일적인 변화는 없겠지만) 제가 복직을 하니 생활면에서는 꽤 달라질 겁니다.
돌이켜보니, 어떻게 5년이나 휴직을 할 수 있었나 싶네요. 제도적으로 받침이 되어주는 직업 덕분이기도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5년씩 휴직을 하는 이들은 잘 없었거든요.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최소 2년쯤은 휴직을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선배들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샘처럼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2년 휴직, 쉽지 않아요. 아마 1년 만에 못 참고 튀어나올걸요?”
그때는 육아가 뭔지, 육아 우울이 왜 오는 건지 전혀 알지 못했으므로 선배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일 년쯤 지나갈 때서야 선배들의 말이 어렴풋이 이해되더라고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내 일을 하고 싶은 마음과 나만 뒤처지는 듯한 불안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그럼에도 선배들의 짐작과 달리, 돌쟁이 아이를 두고 복직할 마음은 나지 않았습니다.
첫째가 15개월이 되었을 때 둘째가 생겼고, 이듬해 겨울 둘째를 출산했습니다. 점점 복직이 멀어지던 때에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복직은 더욱 아득해졌어요. 두 아이는 끊임없이 엄마를 찾았고, 엄마의 손을 필요로 했습니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날들은 계속되었고, 매일 눈을 떠서 눈을 감기까지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었어요.
아이들은 순간마다 새롭게 자라나는데 언젠가부터 그 모습이 눈에 온전히 담기지 않더군요. 아이들이 웃는 소리보다 짜증 내는 소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고, 아이들이 기뻐하는 순간보다 내가 기쁜 순간이 간절해졌어요. 그때쯤, 결심이 섰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내 일을 해야겠다.’
코로나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차례로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이제는 그만 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 돌아갈 직장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5년 만의 복직이긴 하지만 두려움이 크지는 않습니다. 학교 현장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고, 새로운 업무에 수업까지 정신없는 날들이 이어지겠지만 별로 겁이 나지는 않네요. (이래 놓고 복직하자마자 우는 소리를 달고 살지도 모릅니다.)
어찌 되든 지금으로서는 그렇습니다. 우주에 없던 두 생명체를 뱃속에서 열 달이나 품었고, 무사히 세상에 내어놓았으며, 이만큼 키우기까지 했는데 더 이상 겁날 일이 뭐가 있을까 싶어요. 오히려 전에는 보이지 않던 학생들의 삶이 보일 것 같은 기대마저 생깁니다.
이전에는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아이들이나 무기력에 빠진 아이들을 ‘이해’의 영역에서 해석하려 했어요. 그러니 늘 이해가 어려워,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 마음으로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정’과 ‘사랑’의 영역에 둘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저렇게 엇나가는 듯 보여도 어느 때는 더없이 사랑받던 아이였으리라,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아이이리라, 그저 인정해주고 품어주면 언젠가는 제 삶을 찾아가리라.’ 그런 마음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왠지 이틀쯤 손해 보는 듯한, 2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2월이 여느 달처럼 30일까지 있다면, 남은 이틀을 더 내 아이들과 보낼 수 있을 텐데…… 괜히 아쉽기도 합니다. 그러나 꼭 그만큼 새로운 아이들(학생들)을 만날 기대로, 다른 달보다 빨리 끝을 맞은 2월의 마지막 날이 설레기도 하네요.
우리 가족 모두, 새로운 출발선에 설 3월을 기대하며.
함께 한 시간들을 거름 삼아 우리 모두 새로운 환경에 잘 뿌리내리고, 아름다운 꽃도 피워내보기를 소망합니다. 더불서 저와 만나게 될 소중한 아이들(학생들) 또한 새 출발이 두렵기보단 설레기를 조심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