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10일 차입니다.

by 진아

3월 2일 복직을 했습니다. 오늘이 13일이니, 워킹맘이 된 지 열흘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복직한 학교가 집과 꽤 먼 곳이라 7시에는 집을 나서야 하다 보니,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나와야 하거나 겨우 눈만 뜬 아이들에게 인사만 하고 나와야 합니다. 매번 현관문 너머 둘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마음이 괴롭기 그지없습니다.


첫날은 “엄마, 가지 마. 가지 마.”라고.

둘째 날은 “엄마, 나 엄마 많이 좋아해.”라고.

셋째 날은 급기야 제 다리를 끌어안고 “엄마, 보고 싶어.”라고.


애처롭게 매달리는 아이를 꼭 안아주고 집을 나설 때면, 어김없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저 울음소리를 들으며 출근을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밀려옵니다. 그러나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 시동을 걸 때면,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삶을 살아내는 당당한 엄마로 기억되기 위해 오늘도 씩씩하게 출근하자.’라고 다짐을 합니다. 막상 차가 출발하고 나면 애처롭게 매달리던 아이의 모습은 어렴풋해지고, 출근하자마자 처리해야 할 업무와 당일의 수업 시간표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합니다.

고속도로를 달리고도 한 시간이 걸려서야 도착한 학교는 아침부터 분주합니다. 아이들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노트북을 켜고 해야 할 일을 체크합니다. 수업 시간에 사용할 활동지를 정리하고 오늘 수업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득, 울면서 헤어진 아이들이 떠올라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내봅니다.

“애들은 어때? 나 나가고 금방 그쳤어? 어머님 댁에는 잘 갔고?”


남편은 언제나처럼 금방 그쳤고, 잘 갔다고 대답합니다. 진실은 알 수 없으나 남편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거니 믿습니다. 믿지 않고서야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테니까요. 남편은 제가 출근한 이후 아이들을 시댁에 데려다 놓고 출근을 합니다. 시어머님께서 아이들의 아침을 챙겨 먹인 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데려다주시는 덕분에 그나마도 덜 바쁜 아침입니다. 아침밥과 등원 준비를 맡아주시는 어머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아마도 복직은 더 까마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걱정이 무색할 만큼 엄마 없는 아침에,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준 아이들 덕분이기도 하고요.


어린이집 알림장 역할을 하는 키즈노트 어플에 둘째의 등원 알림이 울립니다. 무사히 제시간에 등원한 것을 보니, 별일 없이 아침이 지나갔나 봅니다. 그제야 마음을 놓고 수업과 업무에 에너지를 쏟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5교시 수업이 끝날 때쯤, 키즈노트의 알람이 다시 울립니다. 둘째의 놀이 사진과 그날 일과에 대한 알림장이 올라온 것입니다. 쉬는 시간에 사진과 알림장 내용을 보고 또 보며, 엄마가 없는 자리에서도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는 아이를 떠올립니다.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이렇게 열심히 지내다 저녁에 만나자고, 마음의 인사를 건넵니다.


퇴근 시간이면 단거리 육상 선수가 됩니다. 차까지 뛰어가 시동을 걸고 1분이라도 빨리 아이들 곁으로 가기 위해 엑셀에 발을 올립니다. 다행히 출근길보다는 덜 막히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오늘 아이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생각합니다. 아침 출근길에 잠깐 꺼두었던 엄마 스위치를 딸깍, 켭니다. 자동으로 직장인의 스위치는 딸깍, 꺼지고요. 엄마 스위치를 켜는 순간,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 먹일지, 내일 아이들 등원 가방에는 무엇을 챙길지, 아이들과 잠들기 전까지 무슨 놀이를 하게 될지, 머릿속은 온통 엄마로서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찹니다.


엉망으로 어질러진 집을 치우고(사람도 없었던 집이 도대체 왜 이렇게 어질러져 있는 걸까요.), 아이들을 씻깁니다(아이들은 물에만 들어가면 왜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요. 그리고 왜 엄마랑만 씻겠다고 우기는 걸까요.). 아이들이 벗어 던져둔(왜 아이들은 옷을 그냥 벗어두지 않고, 벗어 ‘던져’ 두는 걸까요.) 옷가지를 챙겨 세탁기를 돌리고(매일 세탁기를 돌리는 데도 어디서 이렇게 빨래가 많이 나오는 걸까요.), 급하게 저녁 준비를 합니다(다른 워킹맘들은 도대체 매일 이 저녁을 어떻게 해먹이시는 걸까요. 1식 1찬도 겨우 하는 초보 워킹맘은 그저 웁니다...). 식사 시간 동안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했는지, 첫째는 유치원에서 누구와 친해졌는지 재잘거립니다(그래도 이 시간이 유일한 힐링입니다.). 엄마도 학교에서 어떠했다고 얘기하며 식사를 마치고 나면, 남편은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저는 아이들과 잠깐의 놀이시간을 갖습니다(아이들은 어떻게 하루의 끝에 다다라도 이토록 에너지가 넘치는 걸까요.).

잠자기 전 함께 동화책을 읽습니다. 목이 아파 하루쯤 건너뛰고 싶지만, 엄마 모드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약속한 만큼의 책을 읽고 나면 아이들보다 제가 먼저 잠이 듭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여섯 시 십 분.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에 눈을 뜹니다.


다시 하루가 시작됩니다.

워킹맘의 분주한 하루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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