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 송진권
나는 형이 숨었다고 생각해
옷장이나 문 뒤에 숨어 있다가
예전처럼 갑자기 튀어나와서
휘파람 불며 내 귀를 잡아당길 것 같아
지금도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형의 킥킥대는 웃음소리도 들려
그런데 형, 왜 이렇게 안 나와
못 찾겠어 형, 얼른 나와
설마 의리 없이 우리만 두고
진짜 하늘나라 간 거 아니지
엄마 아빠랑 나만 두고 간 건 아니지
진짜 하늘나라 갔으면
죽어도 다신 형 얼굴 안 볼 거다
난 이제 노란색이 싫어
산수유 유채꽃 왜 이렇게 다 노랑인 거야
달을 봐도 눈물이 나고 리본만 봐도 눈물이 나와
빨리 나와, 형
그렇게 오래 숨어 있으니까 엄마가 또 우시잖아.
- 세월호 추모 시집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