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벗기 싫어서 점심을 굶는다고?

by 진아

코로나의 유행으로 학교는 모든 면에서 전과 달라졌지만, 그중에서도 급식실의 풍경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일단 모든 자리에 투명 칸막이가 설치되었고, 자리마다 지정석이 생겼다. (칸막이에 학번과 이름이 붙어 있다.) 대화를 할 수 없으므로 모두 1인 칸막이 속에 몸을 밀어 넣고 식판 옆에는 휴대전화를 둔 채로 밥을 먹는다. 어떤 아이는 게임을 하고, 어떤 아이는 유튜브를 본다.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브이로그를 찍는지 셀카 모드의 동영상을 찍고 있다.


왁자지껄하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옅어지고 식판에 숟가락 부딪는 소리만 가득한 급식실의 풍경은 여전히 조금 낯설다. 학기 중반이 넘어가고 코로나가 조금씩 잦아드는 시기에는 옆자리 친구와 한두 마디씩 나누는 아이들도 보이긴 했는데, 아마 2학기가 되면 그런 모습도 다시 사라질 것 같다. 코로나 증가세가 심상치가 않으니.



선배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점심시간 이야기가 나왔다. 점심시간에 복도를 지나가면 밥을 먹으러 내려가야 하는 시간인데도 교실에 남아 있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종종 밥을 안 먹는 애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오래 휴직했다 돌아와서 그런지 급식이 진짜 맛있던데.”

“맛이 문제가 아니라, 마스크 벗기 싫다고 그런답니다.”

“네? 진짜요?”

“특히 여학생들 중에 그런 애들이 몇 꽤 있나 봐요.”

“그럼 오후 수업까지 어떻게 버티죠? 진짜 배고플 텐데…….”


천천히 내려가려나 보다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그 아이들 중 일부는 점심을 아예 먹지 않는다니. 심지어 그 이유가 ‘마스크 벗은 얼굴을 보이기 싫어서’라니! 충격이었다. 단순히 급식실에 칸막이가 생겼다는 것, 급식실의 소음이 줄어든 것만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그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마스를 벗기 싫어서 아예 굶기를 선택한 아이들이 있다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샘, 얘 완전히 마기꾼이에요.”

“뭐래, 그럼 너는?!”

“하긴, 나도 마스크 쓴 게 훨 예쁘긴 하지.”


여학생 둘이 옆에 교탁 옆에 서서는 뜬금없이 던진 말이었다. 서로가 마스크 속 서로의 얼굴을 고발(?)하듯 마기꾼 운운하더니 큭큭거리며 웃어댔다.


“얘들아, 마기꾼은 마스크로 사기를 치는 사람이라는 말 아냐? 사기꾼 자체가 남을 속여서 뭔가를 얻으려는 사람인데, 너네가 무슨 마기꾼이야. 너네가 마스크 써서 무슨 이득을 얻는다고. 너네는 이 답답한 마스크 당장이라도 벗고 싶지 않아?”

“샘, 아마 마스크 벗어도 된다고 해도 애들 거의 안 벗을걸요.”

“왜?”

“얼굴 보여주기 싫으니까요.”

“아니, 그래서 점심을 안 먹는 애들도 있다던데, 마스크 벗기 싫어서. 진짜야?”

“있죠. 많을걸요?”

“하아...”


무슨 말이든 해야겠다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정확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잔소리일 뿐일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 우연히 보았던 인터넷 게시글 하나가 떠오른다. 당장 마스크 사야 하는 짤이라며, 같은 인물이 마스크를 쓴 모습과 벗은 모습을 비교하는 글이었다. 마스크를 써서 눈만 보이는 모습에서 스크롤바를 밑으로 한참 내리면 마스크를 내리고 얼굴 전체가 보이는 모습이 나왔는데, 두 얼굴의 외모 차이가 크다는 게 핵심적인 메시지였다. 댓글에는 ‘최고의 마기꾼이다’, ‘절대 마스크 벗고 나가지 마라’, ‘마스크 없던 때는 어떻게 살았냐’는 등 아무렇지도 않게 외모를 비하하는 표현이 난무했다. (알고 보니 진짜 마스크 판매 광고글이었다!)


아이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마스크 속 얼굴을 드러내는 일을. 마스크를 쓴 얼굴과 벗은 얼굴을 비교하는 댓글을 떠올려 보면, 그건 정말 두려운 일이 맞다. '충분히 예쁘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아무도 네 얼굴에 관심 없다'는 류의 말은 어른들의 말이었다. 그냥 안타깝고 아깝다. 꽃보다 아름답다는 십 대를 자기 비하 속에서 보내는 아이들이. 그토록 부자연스러운 일을, 자연스러운 듯 겪고 있는 아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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