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시작, 새로운 수업을 계획합니다.

by 진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고등학교의 학사일정은 수능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중학교나 초등학교에 비해 여름방학이 매우 짧다. 우리 학교는 지난주 수요일, 8월 10일에 개학을 했다. 방학 중 수업을 5일 하고, 가족여행을 5일 다녀왔더니 개학 준비를 할 틈도 없이 개학날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개학 전날 새벽 2시까지 수업 준비를 했다. 다음날 출근을 못할까 걱정하며 겨우 잠이 들었는데, 몸이 긴장했는지 알람보다 먼저 잠에서 깼다.


오랜만에 만난 학생들도 꽤 피곤해 보였다. 방학 내내 낮밤이 뒤바뀐 아이들이 많았다. 자야 할 시간에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하고, SNS를 하다가 일어날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을 테니(안 봐도 비디오....), 개학날 다크서클을 드리우고 온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모르는 척, 도대체 밤에 잠 안 자고 뭐했냐고 물었더니 “샘, 아시면서.”라는 므흣한 웃음만 돌아왔다. 아고. 이 녀석들과 다시 수업의 패턴을 잡고 한 시간 한 시간 미션 수행하듯 수업을 해나갈 생각을 하니 조금 까마득했다.


특히 이번 학기에는 새로운 수업을 구상 중이라 조금 더 그랬다. 이번 학기에 계획한 수업은 ‘프로젝트 수업’이다. 프로젝트 학습의 원래 개념은 ‘학습자가 자기 활동을 스스로 선택·계획·방향을 설정해 가는 문제 해결의 학습’이다. 원래 문제 설정부터 해결까지 학습자 스스로 하는 게 프로젝트 학습의 가장 큰 특징인데, 이번 수업은 전체 판은 내가 설계할 예정이기에 ‘프로젝트 학습’이라기에는 좀 부족하긴 하다. 그래도 교과서와 학습지로 지식을 암기하고 주입하는 수업이 아닌 데다가, 한 학기 총 14차시의 수업을 할애하여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을 계획 중이므로 ‘프로젝트 수업’이라 명명해본다.


수업의 주제는 ‘공존’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공존’은 필수다. 그러나 현실은 ‘공존’에서 배제되는 대상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학생들과 수업에서 ‘공존’을 말해 보고 싶었다. 차별을 철폐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가르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렇게 가르친 메시지는 시험 문제를 풀 때 암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그 메시지를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국어 교과에는 문학이라는 매개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문학을 제재로 수업을 구상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했지만,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는 쉽지 않았다. 방학 내내 이 수업을 고민했다. 어떤 형식을 취하면 아이들이 어렵지 않으면서, 너무 이론적이지도 않게 ‘공존’을 생각할 수 있을지. 제 안의 이기심을 내려놓고 이타심을 키울 수 있을지.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그림책이었다. 육아를 하면서 그림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다. 그러면서 그림책의 세계가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았다. 글자가 빼곡한 사회과학서보다 단순한 문장에 그림으로 채워진 한 권의 그림책이 더 큰 울림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학생들과 함께 읽을 만한 그림책을 골랐다. 여러 그림책 토론 수업 책들을 참고했고, 평소에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던 책 중에서 좋은 책을 골랐다.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사서 선생님들이 추천한 도서를 살펴보았고, 리브레리아Q라는 독립서점의 도움도 받았다.(이 서점은 장애, 인권, 환경, 동물권, 약자, 여성 등에 대한 책을 주로 소개하는 서점이다. 인스타 계정도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방문해보시기를!)


그림책을 선정하면서 전체 수업의 흐름도 구성했다.


1. 그림책을 통해 공존 대상의 범위, 공존이 힘든 이유, 공존이 필요한 이유를 토의해보도록 한다.
2. 그림책에서 접한 내용이 현실에는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지 신문기사를 찾아 읽고 내용을 나눈다.
3. 함께 생각할 문제를 다룬 소설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


핵심 활동은 이 세 가지이고, 이를 매끄럽게 연결하고 시간을 확보하는 데 총 14차시의 수업이 필요했다.(평가까지 포함) 이렇게 대단위의 수업을 해보는 건 나도 처음이라 지금 긴장감이 최고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이 일을 하면서 자꾸만 가슴이 뛴다. 아이들을 재운 뒤, 새벽 한두 시까지 수업을 구체화하고 활동지를 만들면서도 피곤하기보다는 설레고 두근거린다. 이 정도면, 병이다. 진짜.


학생들과 한 학기 동안 어떤 ‘공존’을 이야기하게 될지 짐작할 수 없다. 내가 설계했지만, 그 안에서 학생들을 자유롭게 생각하고 발언하고 묻고 답하고 쓰고 읽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말로 ‘공존’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학생이 생길지,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 학기 수업을 하고 좋은 성적을 받는 데만 몰두할지는 알 수 없다.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그 끝에서 나와 학생들이 무엇을 만나게 될지는 여전히 아득하다.


여러 어려움에도 이러한 수업을 하고자 하는 목표는 하나다. 국어과 교육과정의 목표가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국어로 이루어지는 이해・표현 활동 및 문법과 문학의 본질을 이해하고,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맥락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품위 있고 개성 있는 국어를 사용하며, 국어문화를 향유하면서 국어의 발전과 국어문화 창조에 이바지하는 능력과 태도를 기른다.

가. 다양한 유형의 담화, 글, 작품을 정확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며 소통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익힌다.
나.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활동 및 문법 탐구와 문학 향유에 도움이 되는 기본 지식을 갖춘다.
다. 국어의 가치와 국어 능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국어생활을 하는 태도를 기른다.


학생들이 그림책, 기사문, 소설 등 다양한 유형의 글을 읽으면서 현실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친구들과 자유롭고 건강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국어의 가치과 국어 능력의 중요성을 이해하며,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주제를 탐구하고 생각을 확장하여 보다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겨우 한 학기 수업으로 이룰 수 없는 목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학기의 수업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모든 걸음은, 결국 첫 발을 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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