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누구에게나 그리운 것은 있다.
나의 집, 나의 가족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 김소월 시인의 '가는 길' 중
그립다고 말을 할까 하는 순간에 이미 그리움은 울컥하고 올라온다. 모른 척 그냥 지나가 버리려 해도 그리움은 나를 붙잡아 다시 한번 더 뒤돌아보게 한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그리운 것이 있다.
그리움은 필연적으로 잃어버린 것, 혹은 사라진 것, 돌이킬 수 없는 것에 수반되는 감정이므로, 무언가를 잃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감정이다.
내가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느끼게 된 것은 20대 후반이 되어서였다. 취업을 하여 집과 가족으로부터 독립을 한 뒤에야 고향, 고향집, 그곳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 대한 마음이 그리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그리움이라는, 사랑도 보고픔도 애틋함도 아련함도 다 품어내는,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을 모르고 살았다.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한 내가 아주 오랫동안 그리움을 모르고 살았던 것은 그 부재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나의 외가 식구들이 나를 사랑으로 귀하게 품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듬뿍 사랑받았던 시간들과 그들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공간이 모두 기억 저편에 남아서 삶이 버거울 때 그리움이라는 감정으로 울컥, 하고 쏟아진다. 그리움이 더해진 기억들은 해가 갈수록 선명해지고,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들에 불쑥불쑥 튀어나와 나를 웃게도, 울게도 한다.
이제는 재개발이 되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온기 가득했던 우리 집,
나를 막내딸 삼아 거둬 키워주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내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친손녀 이상으로 사랑해주신 작은할아버지와 작은할머니,
자신은 가난했더라도 딸들만큼은 부자로 자라게 해 준 우리 엄마,
나의 또 다른 아빠가 되어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언제나 나를 지지해준 이모와 이모부, 삼촌과 숙모들까지.
살아갈수록 그 집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귀했는지 더 느껴진다. 생각만 해도 온기 가득한 그 기억들을 고스란히 담아 글로 써내려 하니 벌써 설레고 괜히 뭉클하다.
나의 그리움이 담뿍 담긴 글에서 다른 누군가도 잊고 살던 오랜 그리움을 꺼내 볼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