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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un 13. 2024

엄마, 내가 어떻게 엄마를 찾아왔냐면


엄마, 내가 어떻게 엄마를 찾아왔는지 알아?

어떻게 엄마를 찾아왔는데?

있지, 하늘님이 구름을 바느질해서 예쁜 아가들을 만들거든?

아, 진짜? 그래서 아가들이 몽글몽글했구나!

어느 날 하늘님이 구름 하나로 오빠를 먼저 만들고, 그다음에 다른 구름으로 나도 만들었어. 그리고는 엄마 뱃속에 오빠를 먼저 후- 하고 불어서 보내줬지!

구름으로 만들어서 후- 불어서 엄마 뱃속까지 날아올 수 있었구나!

응. 그러고 나서 나도 보내줬는데, 내가 오빠가 간 길을 따라서 바람을 타고 온 거야.

우와. 봄이는 오빠가 간 길을 따라서 왔구나.

응, 그런데 내가 엄마랑 약속한 날보다 늦게 나왔지?

맞아. 봄이는 엄마랑 만나기로 약속한 날에서 3일이나 지나도 안 나왔지.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 똑똑 두드려 나오라고 했지?

맞아. 엄마가 예전에 말해준 건데 아직 기억하고 있네?

응, 그때 사실 엄마 뱃속이 너~~어~~무 좋아서 조금 더 있고 싶어서 안 나갔던 거야.

그랬구나. 엄마 뱃속이 좋았어?

응, 너무 포근하고 따뜻했어.

그래도 이렇게 나와서 엄마랑 만나서 좋지?

응. 엄마 품도 너무 따뜻하고 포근해.



봄이는 하늘님이 구름을 바느질해서 아이들을 만들었다고 했다. 오빠와 자기를 함께 만들었지만, 오빠가 먼저 나를 찾아왔고 그 길을 따라 자기도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두둥실 바람을 타고. 구름처럼 가볍게. 예정일보다 3일 늦게 태어났다고 말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는 내 뱃속이 너무 포근하고 따뜻해서 조금 더 있고 싶었다고 했다.


요즘 나는 아이들에게 꽤 예민하고 날카로운 엄마다. (<시의 언어로 지은 집> 독자분들에게 들킬까 겁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봤자, 아이들에게 나는 결국에는 포근하고 따뜻한 존재인가 보다.(그럴 리가 없는데….) 엄마란 존재는 원래 그런 것인가.


봄이가 잠들기 전 들려준 동화 같은 이야기 덕분에, 이제는 맑은 하늘에 보이는 구름 한 점도 허투루 볼 수 없을 것 같다. 저 구름은 어떻게 바느질되어 누구 품으로 날아갈까, 궁금해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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