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걱정 없는 퀴노아 비빔밥
남편의 하루는 인바디 체중계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밤새 무단 침입한 지방세포를 색출해내기 위함이죠. 주로 몸무게와 피하지방을 확인하는데, 수치가 맘에 안 들면 당장 절식 선포를 합니다. “나 오늘 저녁 안 먹을래.” 저는 그 말이 귓전에 닿기도 전에 받아칩니다. “안돼. 탄수화물 뺀 저녁해 줄게."
우리 집에서 자주 일어나는 갈등입니다. 굶겠다는 남편과 먹이겠다는 마눌의 힘겨루기 한 판!
저는 굶어서 살을 빼겠다는 무지막지함에 동조할 수 없습니다. 다이어트는 나이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믿거든요, ‘제 살 파먹기'와 '16시간 금식'의 효용성이 밝혀졌다 해도 그건 젊은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얘기 아닐까요? 중년 이후의 살 빼기는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영양 섭취를 기본으로 깔아주는 게 맞다고 봅니다. 오십을 넘어 육십에 가까운 나이에 굶는다고요? 노! 네버!
단언컨대!
그의 나이에 끼니를 거른다는 것은 지방뿐만 아니라 수분과 전해질, 피부의 탄력까지 날려버리는 미련한 처사입니다. 그래서 제가 잔소리를 해대는 겁니다. 먹을 건 먹어가며 소량의 지방만 살살 가출시키라고요.
십여 년 전, 남편의 몸이 갑자기 불어난 적이 있습니다. 턱이 하나 더 생기고 허리춤으로는 굵직한 냄비 손잡이가 삐져나왔었지요. 그때 남편은 밥의 양을 반으로 줄여 큰 효과를 봤습니다. 세 끼를 다 먹고도 원래의 몸으로 되돌아간 것이었죠. 그런데 나이가 드니 더 이상 이 방법이 먹히질 않는 겁니다. 그때부터 남편은 저녁을 안 먹겠다는 얘길 시작했고, 저는 식단을 대폭 재정비했습니다. 작년부터 우리 부부는 아침엔 먹고 싶은 것을, 점심으론 적은 양의 밥과 많은 반찬, 저녁은 단백질과 야채만을 먹고 있습니다. 그 결과, 그는 밖으로 내놓고 입던 티셔츠를 바지에 넣고 입는 기쁨을 맛보게 됐습니다. 잘 챙겨 먹으면서도 살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거죠.
현재 남편은 177센티의 키에 몸무게 78킬로, 근육량도 많은 편입니다. 나이에 비해 좋은 체형을 유지하고 있지요. 하이킹과 홈트, 음식 관리를 꾸준히 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건, 피하지방이 항상 높게 나오네요. 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운동하는 저는, 낮은 체지방을 갖고 있는데 말입니다. 짐작건대 토실한 뱃살이 고집스레 자리 잡고 있어 그런 것 같아요. 아무리 내쫓아도 떠날 생각을 안 하는 불청객! 이럴 땐 어쩔 수 없습니다. 유전자 탓을 하는 수밖에요.
정우성 뺨치는 뒤태(안타깝게도 뒷모습만)를 가지셨던 아버님과 미인(안타깝게도 얼굴만)이신 어머님 사이에서 태어난 남편은, 체질에 관한 한 아버님을 빼닮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지방을 활발히 생성하는 유전자(특히 복부)를 어머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듯합니다. 체지방을 낮추려 노력하는데도 당최 그린 라이트가 켜지질 않고 있거든요. 한때는 전신을 근육으로 무장했던 그였는데 말입니다.
젊은 시절의 그는 초콜릿 복근에 말벅지까지 장착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제 남자 친구가 원래 그렇게 태어난 줄로만 알았지요. 그러나 그의 몸은 등산과 줄넘기, 덤벨, 수영 등으로 만들어낸 노력의 산물이었습니다. 피자 모양의 얼굴에 복어처럼 부푼 배를 갖고 있던 어린아이가 사춘기와 청년기에 걸쳐 몸을 다시 만든 겁니다. 돼지로 불렸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고통스럽게 지방층을 태운 결과였죠. 줄넘기를 두 시간 한 적도 있었다고 하니..... 리스펙트!
남편은 말합니다. 어렸을 때 하도 놀림을 받아서 자기가 살찌는 데에 민감한 것이라고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타고난 체질과 나이를 생각해서 목표를 낮추는 수밖에요.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순 없잖아요.
하긴 초인간적인 의지로 젊은 시절의 몸을 되찾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보상이 따르는 법. 그들은 날렵한 몸을 얻는 동시에 노안이라는 부작용을 떠안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얼굴과 몸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무리한 다이어트와 운동을 하는 연예인들이 얼굴을 당기고 필러를 주입하는 게 다 그런 이유에서지요. 그래서 저는 남편에게 제안합니다. 당신의 축복받은 얼굴을 포기하지 말라고요.
천연 지방(젊은 시절을 여드름으로 불태웠음. 어마 무시한 지성)이 남달리 풍부하고, 표피도 두꺼운 남편은 나이에 비해 주름이 적은 편입니다. 게다가 인상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나이가 드니 온화한 그의 성격이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지요. 거기에다 적당히 살이 있어 부드러운 느낌을 더해 주고요. 얼굴이 삐쩍 마르면 날카로운 인상을 주잖아요. 그래서 저는, 남편이 뽀얀 뱃살을 데리고 살면 좋겠습니다. 떠나간 옛 친구인 식스 팩(six-pack)은 깨끗이 잊고, 식스 팻(six-fat)을 쓰담 쓰담해주길 바랍니다. 그러면 느긋한 마음으로 살을 뺄 수 있을 테니까요.
양질의 단백질과 질 좋은 지방이 들어있는 퀴노아를 비빔밥에 활용하면 건강과 다이어트를 다 잡아버릴 수 있겠죠? 며느리의 레시피인데 영양과 맛, 음식 궁합을 잘 맞춘 똑똑한 한 끼라 공유합니다. 양은 대충 주관적으로 잡아하셔도 됩니다.
퀴노아, 달걀, 마늘, 양파, 토마토, 파프리카(또는 원하는 채소), 소시지, 아보카도, 파슬리(또는 파)
들기름, 새우젓, 간장, 식초, 매실액, 페페론치노(또는 고춧가루) 레몬즙
1. 식용유에 마늘 저민 것과 양파를 볶다, 토마토를 넣고 볶습니다. 큰 토마토를 잘라 쓰셔도 돼요. 중요한 것은 토마토를 짓이겨서 즙이 나오게 하는 겁니다. 그 국물이 소스가 되는 거지요.
2. 준비한 채소를 넣습니다. 저는 파프리카를 넣었는데, 호박이나 가지도 좋아요.
3. 소시지를 넣고 새우젓과 간장, 매실액, 페페론치노(또는 고추 가루)로 간을 합니다. 새우젓을 넣으니까 돼지고기 소시지를 사용하면 더 좋겠죠?
4. 식초를 살짝 넣으세요. 느끼함을 잡고 감칠맛을 더합니다.
5. 마지막으로 아보카도와 파슬리(또는 파)를 넣고 들기름을 추가하세요.
6. 퀴노아에 달걀을 얹고, 먹기 직전에 레몬을 살짝 뿌리세요.
밥 할 때 퀴노아를 섞어보세요. 씹는 재미도 있고, 탄수화물 섭취도 적게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