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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Jan 06. 2022

예술이 글로 남겨져야 하는 이유

의미 있는 후기 남기는 방법

요즘 글쓰기가 참으로 뜨거운 감자이다. 그야말로 글쓰기에 관심들이 많아졌고 실제 글을 쓰려는 사람도, 글을 쓰고 있는 사람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어릴 적에도 앞으로는 논술 글쓰기가 아주 중요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될 것인지 사실 잘 와닿지가 않았었다. 그저 글을 잘 쓰는 게 좋은 건가 보다 생각만 했을 뿐.


그런데 정말 왜 이렇게 '글'이라는 것이 우리 생활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을까?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생활은 편리함으로 중무장을 했지만, 실상 그 디지털 세상에서 소통하는 방식이란 단연코 '글'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무리 화상 통화, 화상 회의 시스템 등이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왔어도, 여전히 우리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주요 매개체는 바로 '글'이다. 나를 표현하고, 사람 간에 소통을 하고, 그러자니 우리는 매일 SNS나 메신저, 이메일, 블로그, 또는 이렇게 브런치를 통해 정도의 차이일 뿐 각자의 영역에서 글을 써 내리고 있지 않던가.


이러한 상황에 있다 보니 글쓰기도 참으로 카테고리가 다양해졌다. 그중에서도 나는 예술 작품을 보고 느낀 바를 글로 남기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몸담았던 분야이고 현재까지도 내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취미생활이 되어버린 공연 관람에 특정해 이야기해보겠다.




인간은 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삶을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볼 수도 있고, 정신적으로 풍요해짐을 느끼기도 한다. 예술 작품이 아니어도 볼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 돈이 되는 일도 아닌 걸 굳이 왜 찾아가서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것이다. 그러나 세기를 거듭해오며 예술이 후세에 명맥을 이어오고 끊임없이 예술을 논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본다면, 그 넘쳐나는 수많은 볼거리와는 구분되는 예술만의 본질적 기쁨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건 명백하다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전부 다는 아니지만 연중 올려지는 뮤지컬 작품들의 상당수를 찾아가 관람하고 있다. 나 역시도 그것이 잘 아는 작품이건 아니면 처음 접하는 작품이건 간에 반드시 미리 작품 정보를 찾아보고 음악도 찾아서 들어보곤 한다. 현장에서 작품을 맞이했을 때 단순히 전개되는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온 신경을 쓰다 보면 그 이외의 것들을 사실상 모두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종종 인터넷 상에서 후기를 검색해보면 '스포 주의'라는 타이틀을 붙여 놓는 경우가 상당수인데, 내 개인적으로는 스포일러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뮤지컬 또는 오페라를 보겠다 한다면 반드시 사전에 줄거리를 파악하고 가라고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극의 스토리, 배우, 무대, 음악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동시다발적으로 돌아가는 종합 예술을 '처음' 접하면서 완벽하게 보고 듣고 이해하기가 생각처럼 수월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될 터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관람하며 내가 받은 느낌과 벅찬 감동은 얼마간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게 마련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현장에서 느꼈던 감동은 차츰 반감되어 잊혀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모처럼 돈 쓰고 시간 들여 공연 관람을 하고 왔는데, 내가 느낀 바를 글로 잘 남길 방법은 없을까? 요즘 일반적인 관람 후기를 찾아보면 웃음이 나올 때가 많다. 공연을 보고 와서 블로그에 정리한다는 글의 대다수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 1층 R석에 앉았더니 우리 OO배우님 열라 잘 보임

- 포토존에 줄 겁나 길었는데 그래도 기다려서 사진 남겼다.

- MD상품 너무 예뻐서 조금 비싼데 샀다.

- 이 작품 정말 내 취향이었음

- 다들 연기가 미쳤다!

- 되게 감동적이고 재미있었다 - 끝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이 있다. 그걸 요즘 말로 하자면 사람은 죽어서 '글'을 남긴다고 살짝 수정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게다. 모든 역사의 기록은 '글'을 통해 전해져 왔고, 지금 내가 쓰는 글은 후세에 어떤 유용한 기록으로 활용될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멀리 갈 필요도 없이 10년 후쯤 내가 어떤 공연을 보고 남겼던 글을 다시 들춰본다면 '다들 연기가 미쳤다'라고 써놓은 말이 내가 다시 접하고 싶은 문장 일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 젊은 혈기에 적어 놓은 말이 참 단도직입적으로 유치했구나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을까.


사람은 세월을 먹으며 당시의 처한 상황에 따라 생각도 취향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도 제각각일 게다. 그러니 이 작품이 왜 나의 취향에 맞았었는지, 배우들의 연기 중 어떤 부분에서 나에게 울림이 있었는지, 작품의 특정 부분에서 왜 나는 감동을 느꼈었는지 등을 좀 더 찬찬히 생각해보고 표현해보는 연습은 반드시 필요하다.


나 역시도 기록의 힘을 알게 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이다 보니, 결혼 전 즐겨 보러 다니던 뮤지컬 작품들에 대해 글로 남겨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가끔 이야기 중에 떠올려 볼 일이 생기더라도, 당시 어떤 배우가 출연했었는지, 어떤 음악이 그렇게 좋았었는지 사실상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 그러나 이젠 접하는 모든 작품에 대해 사전에 공부하고, 현장에서 '충분히' 보고 느끼며, 그때 받은 감동과 느낌을 솔직 담백하게 글로 모두 기록하고 있다. 그로 인해 시간이 한참 지나고라도 다시금 글을 들춰 읽어보면 당시에 내가 느꼈던 감동이 다시금 재현됨을 경험하고 있다. 기왕에 공들여 한 문화생활인데 두고두고 나의 기록을 통해 재방송이 된다면 그보다 더 '남는 장사'가 어디 있을까.




그렇다면 관람 당시 느낀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간단히 세 가지 팁을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앞서 이미 언급했지만 관람 전 작품 정보를 미리 찾아보고 파악한다. 스스로 모두 찾아보려면 당연히 시간도 걸리고 귀찮은 일이 된다. 그러니 나처럼 공연 관람에 진심인 사람의 블로그나 브런치를 찾아보면 쉽사리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기본 정보만이라도 알고 간다면 공연을 관람하는 중에 내용 파악하느라 두뇌를 풀가동할 필요 없이 다양한 상황들을 바라보며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된다.


  둘째, 생각할 여유를 얻었다면 넋 놓고 배우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무대 전체를 바라보는 큰 시야를 가져보자. 무대 위에는 주인공 한 사람뿐 만이 아니라 앙상블 연기자, 무대 장치,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그런 것들을 봤을 때 느껴지는 나의 느낌들을 아주 간단하고 솔직하게 인터미션 때 메모를 해두면 좋다. 약 1분 정도만 들여 기억을 도와줄 단어 몇 가지 만을 나열해도 좋으니 화장실에 갈 시간이 모자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셋째, 관람 후 며칠의 시간을 묵히지 말고 되도록 하루 이틀 사이에 생각이 가장 신선할 때 글로 적어보자. 메모해둔 단어들에 근거하며 당시의 느낌을 되살려 보면서 단순히 재미있었다, 멋있었다 등에 머무르지 말고, 내가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를 차근히 문장으로 표현해보자. 본질적으로 어떤 것에든 'Why'라는 질문은 상당히 중요하고 또 유용하다는 것을 기억해두면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글쓰기 가운데 공연 문화 관람을 의미 있게 글로 남기는 방법에 대해 아주 간략히만 정리해 보았다. 글로 남기는 것의 중요성을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애초 관심조차 보이지 않을 내용이지만, 한 번이라도 모처럼 문화생활해놓고 그때뿐이더라 싶어 다소 아쉬웠던 기억이 있는 분이라면 찬찬히 나의 경험과 느낌을 기록하는 연습을 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뭔가 글로 남기고 싶었는데 그냥 좋았다는 말 밖에는 쓸 말이 없어서 난감했던 경험이 있다면, 단순히 '재미'에 매몰되지 말고 생각을 넓혀 나의 시선을 다양한 요소에 맞춰보자. 후기가 반드시 좋았던 경험만을 적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 내리며 비평을 남길 수도 있는 이다. 3시간의 기억이 그저 재미 아니면 지겨움으로 점철되지 않도록 다양한 사고와 글쓰기를 통해 나만의 히스토리로, 또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는 기록으로 남겨질 수 있게 되길 바라 원하는 바이다.




글쓰기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서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갑니다.  
1월의 주제는 '글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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