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고나를 즐기는 인생
'윽... 너무 달다.
이렇게 마실 거면 차라리 설탕물을 마셔라..'
원두커피에 각설탕을 3~4개쯤 넣어서 휘휘 저어 만든 나만의 커피를 맛보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소싯적엔 단맛을 지나치게 좋아했다. 달달한 초콜릿, 달달한 커피, 달달한 음식들... 단맛이 그렇게나 당겼다. 최근까지 유행하던 '달고나'라는 설탕 덩어리도 말 그대로 달고 살았던 것 같다. '퐁퐁'이라는 놀이기구를 타고나서, 국자에 설탕물을 녹여 소다를 찍어 돌리며 만든 간식! 달고나를 만들었던 어린 시절 추억도 고스란히 자리 잡혀있다. 내 인생 최애 간식 달고나가 돌고 돌아 또다시 유행하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그렇게 단맛에 푹 빠져서 달고나 인생을 살았던 내가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 여름날, 육아에 찌든 며느리를 돕기 위하여 땀을 뻘뻘 흘리며 만든 어머니의 음식 중에 파김치, 마늘쫑! 그 음식들을 밥 위에 올려 먹는 순간... 입안 가득 쌉쏘름함과 알싸함이 울려 퍼지며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허허. 이거.. 맛있네? 그때부터 파향, 마늘향, 양파 향, 심지어 고추냉이 향까지 쌉쏘름한 쓴 맛도 즐길 줄 아는 입맛으로 변화되었다. 그저 입맛만 변화된 줄 았았는데, 달라진 것은 입맛만이 아니었다.
입맛 따라 인생도 흘러갔다.
달달한 맛에 푹 빠져서 살았던 때에는 달달한 꿈만 꾸었던 것 같다. 꿈에 그리던 인생을 하나씩 펼쳐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품었고,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왔노라 싶었는데 멀쩡히 흘러가는 듯했던 인생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허무하게 떠나보내며 달달한 꿈은 그저 '꿈'일 뿐이었다고... 단맛만 느끼며 살아갈 줄 알았던 인생이 돌연 쓴맛으로 뒤덮이는 나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글쓰기였다. 세상 어디에도 나와 같은 사람은 없는데, 단맛에 젖어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존재에 대해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무지함을 뚫고, 쓴맛과 함께 쓰고나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존재'의 내면을 두드리며 조심스럽게 글쓰기를 이어나갔다. 오직 하나뿐인 존재에 대해 사유의 시간을 갖고 의미를 발견하면서 삶의 가치를 알아가는 글쓰기, 쓰고나 인생이 열리게 된 것이다.
진한 글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쓴맛과 함께 드러난 결핍에서부터 내면으로 다가가는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달고나'는 달달한 액체를 내 안에 투여하여 일시적인 만족을 뿜어내는 작업이라면, '쓰고나'는 존재하는 그 안에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루만지는 작업이었다. 존재에 대한 성찰의 과정을 보여주는 고된 여정의 기록을 모아, 존재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손길에 온 마음을 깊이 물들이는 작업...!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존재를 느끼며 '존재로서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제 더는 단맛만 꿈꾸지 않는다. 글을 쓰며 존재하는 삶, 다양한 맛을 음미할 줄 알기에 쓴맛도 더는 두렵지 않다.
글쓰기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서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갑니다. 1월 주제는 '글쓰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