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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Apr 01. 2022

확찐자로는 부족해 확진자까지..

일요일 오후, 정말 모처럼 혼자서 평화로운 낮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아이를 데리고 본가에 갔던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얘 갑자기 열나기 시작하네.. 그래서 일찍 집에 돌아가는 길이야.."


헐... 아니 멀쩡하다가 갑자기 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사실 주중에 아이 같은 반에 확진된 아이가 등교를 했던 바람에, 급식도 못 먹고 긴급으로 수업만 마무리 후 하교한 일이 있었다. 어린이집 같았으면 걱정스러운 상황에 그냥 가정보육을 선택해도 되었지만, 학교는 다른 문제였고 더구나 이제 막 입학한 1학년 아이에게 학교 생활 적응을 위해 등교는 선택이 아닌 사실상의 필수 사항이었기에, 이런 상황이 그저 당황스러울 뿐 딱히 대안은 없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자가진단 키트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데, 한 줄이 나오면 어쨌든 무조건 등교는 해야 한다. 같은 반에서 여러 명의 아이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가 한 줄이 나오면 학교는 가는 거다. 딱히 어쩔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답답하기만 했다.


어쨌든 사정이 이러하기에, 워낙 조심성 많은 남편이 예전 같았으면 굳이 본가에 가겠단 소리를 안 했을법한데, 이젠 다들 조금 무뎌진 건지.. 일요일 아침 아이와 함께 자가진단 키트를 해보고는 둘 다 한 줄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 선뜻 집을 나섰다. 그런데 가서 점심 먹고 조금 후부터 아이가 열이 오르더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불안한 마음에 자가진단키트를 다시 해보았다. 여전히 한 줄이다. 그런데 이미 38도를 넘어가고 있는 아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충분히 의심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밤새 열이 나 해열제를 복용한 아이를 데리고 월요일 아침 동네 신속항원 검사가 가능한 소아과에 방문했다. 간 김에 세 식구 모두 검사를 받았는데 예상대로 아이는 양성이 나왔다. 나도 이미 목이 아파오기 시작했음에도 남편과 나는 음성이 나왔다. 상태가 보아하니 어차피 모두 걸렸는데 격리고 뭐고 의미가 없단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지속적으로 아이의 열을 재며 해열제를 먹이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양성 판정을 내려준 병원에서 보건소에 등록을 하면 다음 날 순차적으로 연락을 취할 예정이란다. 그러니 하루는 그저 해열제를 먹이며 지켜보는 수밖에...


그러나 다음날도 보건소에서 연락 오길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동네 소아과에 비대면 진료 예약을 문자로 접수하였다. 유선상 간략히 증상을 말해주니 지정한 약국으로 처방전을 팩스로 보내준다고 한다. 그 와중에 재확인이 필요했던 나와 남편은 각각 오전에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러 다시 다녀왔는데, 둘 다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럼 그렇지.. 그냥 올 것이 온 것이다.

문제는, 세 식구가 모두 확진자가 되었으니 약국에 약을 가지러 갈 수가 없게 됐다. 병원에서 들 안내해줄 때는 비대면으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고 퀵으로 약을 다 보내준다고만 해줬다. 그러니, 내 귀가 제대로 들은 거라면, 처방전이 넘어간 약국에서 아마도 단체 퀵이라도 돌리는 모양이라고 생각했건만... 역시나 약은 다음날까지 오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이지? 왜 안 보내주지?


그러니까 내 말인즉슨, 지금 현 상황은 그 어느 곳에서도 명확한 지침을 가지고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야말로 모두가 카오스의 한 복판에 있고, 그저 대충 맞을법한 정보를 얼버무려 전달해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결론적으로, 전날 넘어간 아이의 처방약은 약국에서 하룻밤을 묵었을 뿐이고, 뒤늦게 약국에 전화 걸어 개인적으로 퀵서비스 기사를 보내야 약을 픽업할 수 있는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우리 부부는 추가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우리를 위한 약을 처방받아 약국에 퀵서비스 아저씨를 보내는 수고로움을 마지않아야만 했다. 뭐 확진자 집으로 약을 가져다주시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이지만, 정말 가까운 약국에서 약을 가져다주는 대가로 1만 원이나 지불해야 했다는 것이 살짝 황당했으나 약값이 국가(?) 보험으로 처리되었다는 데에 그나마 심정적 위안을 받아야만 했다. 하여간 처방약이 집에 당도했을 즈음에 아이는 이미 열도 내리고 상태가 좋아진 상황이었다는 후문..




아마도 같은 바이러스에 걸리더라도 아픔을 겪는 정도는 제각각 다를 터인데, 천만 다행히도 아이는 한 이틀 정도 고열을 겪었지만 해열제만으로 진정이 되었고, 목이 아프다고는 하지만 더는 아픈 아이처럼 보이지도 않을 만큼 상태가 좋아졌다. 지난 금요일에 3차 백신을 맞았건만 미처 항체가 형성되기도 전에 확진자가 되어버린 나의 3차 접종은 소위 전문 용어로 '나가리'가 되었는데, 어쨌든 대체적으로 건강한 체질인 덕에 현재 조금 심한 감기를 앓는 정도이다(감기로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증상 다 있다.) 사실 그 누구보다 걱정되었던 건 바로 남편인데, 나름 고혈압이라는 기저질환을 안고 살고 있다 보니 걸리면 죽는 거 아니냐며 막연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건만, 남편 역시도 나와 비슷한 정도로 감기 증상을 앓고 있는 중이다. 사실 이보다 더 아프지 않으니 그저 감사할 일이다.




일단, 직접 확진자가 되어보니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오미크론의 전염력은 그야말로 갑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남편과 아이가 잠시 방문했던 본가에서 시댁 식구들도 바로 감염이 되어 버리셨기 때문이다. 절대 방심해서는 안된다.

 

둘째, 오미크론은 확실히 약해진 바이러스임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급성 천식을 앓았던 이력도 있어 상당히 염려했었건만, 바이러스가 딱 목까지만 갔다. 목이 많이 붓고 아프지만 폐까지 영향을 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이니 절대 가볍게만 생각해선 안될 것 같다.


셋째, 자가진단키트를 맹신해서는 안된다. 아이는 내내 한 줄이 나왔지만 병원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니 바로 양성으로 나왔다. 자가진단키트의 정확도는 20% 정도이고, 신속항원 검사도 50% 정도라고 한다. 참고적으로 자가진단키트는 15분~20분 기다리면 결과가 나온다고 안내되어 있는데, 무심코 아이의 테스트 결과를 버리지 않고 테이블 위에 놔뒀던 걸 다음날 확인해보니 아주 희미하게 두 줄이 되어 있었다. 최소 12시간 이상 지나니 결과를 보여준 샘.


넷째, 보건소에서 연락해준다는 게 알아서 비대면 진료를 해주고 처방을 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단 양성 판정을 받았으면 보건소 연락 기다리지 말고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병원에 먼저 전화를 걸어 처방을 받기 바란다. 그리고, 약국에서 약을 알아서 보내주는 일은 없으니 퀵서비스는 내가 보내는 것이 미덕임을 잊지 마시길... (나는 국가에서 퀵서비스까지 동원해 약을 보내주는 줄 알고 혼자 괜히 막 감동했다. 김칫국 벌컥벌컥)

어쨌든 일반 약국에서 판매하는 감기약보다 처방약을 받아먹으니 상태가 호전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다섯째, 우리 아이는 그나마 증상이 아주 심각하지 않았기에 해열제로 진정이 됐지만, 아이들은 해열제를 먹이고도 38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바로 보건소에 연락하면 입원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이 부분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여섯째, 동네 병원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받아 양성 판정이 나오면 바로 확진자가 되는 거고, 보건소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면 다시 검사 가능 기관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확진자 판정이 난다고 안내받았다. 왜 이런 번거로운 차이가 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냥 동네 병원에서 신속 항원 검사를 받으면 된다. 비용은 5천 원 소요된다.)




우리 가족은 생각보다 증상이 심각하지 않았음에 감사할 따름이지만, 그래도 하루 이틀 정말 제대로 앓았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다. 요즘 주변에 정말 확진되신 분들이 많아서 그야말로 국민 전체가 한 번씩은 거쳐가야 끝이 나려나 싶을 지경이다. 그렇게 지난 2년을 답답해 속 터질 정도로 집콕을 감내해가며 조심하고 또 조심했건만, 아이의 학교 생활이 시작된 이후로는 그런 과잉 조심성도 이렇게 순식간에 소용없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언제 내 순서가 오느냐의 문제라더니 기어이 내게도 찾아온 이놈의 바이러스. 덕분에 확찐자 타이틀에 하나 더 얹어 확진자도 되어 본다. 오미크론이 이만큼 판을 치고 나니 이젠 스텔스 오미크론이란 놈도 등장했다는데, 이제 제발 좀 그만하면 안 되겠니.. 모두의 경각심이 상당히 많이 무뎌진 요즘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리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인류의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날이 좀 왔으면 좋겠다. 세상에 이보다 더 지겨운 존재는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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