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 참 열심히 산다. 자신에게 주어진 본분에만 충실하면 마치 인생을 충분히 잘 살지 못한다는 듯, 그렇게들 뭔가를 찾아 배우고 끊임없이 두드린다. 서점에 가면 '자기 계발서' 코너에는 언제나 빽빽하게 도움의 손길들이 펼쳐져 있고, 어떻게 하면 그야말로 나를 계발할 수 있다는 건지 궁금함은 넘쳐나며 가려운 곳을 긁어주려는 정보도 차고 넘친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살다 보니, 왠지 아무것도 안 하면 나만 뒤쳐질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 불안감을 불식시키려 내가 뭘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하기도 전에 '자기 계발'이라는 명분 하에 다분히 여기저기 무턱대고 참 많이 들이대 본 것 같다. 그러다 그 끝은 체념과 포기로 얼룩져 방안에 흐트러진 물건들처럼 기억 속에 여기저기 흩뿌려져 희미한 자국이 되어 있을 뿐이다.
이젠 정말 아쉽잖게 세월을 챙겨 담아 그런 건지 무턱대고 달려가는 자기 계발과는 사실 거리가 멀어졌다. 솔직히는 끊임없이 뭔가 새로운 것에 달려드는 사람들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도가 상당히 높게 느껴질 때가 많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건 죽어도 싫은데, 남들과 똑같이 나를 갈아 넣어가며 달려드는 일에는 거리두기를 하고 싶으니 이게 무슨 심보인 건지.
요즘은 스스로에게 자주 되뇐다. 그저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가자고 말이다.
이렇게 그다지 뒤처지고 싶지는 않으나, 너무 앞서 뛰고 싶지도 않은 나에게 있어 글쓰기는 그 무엇보다 최적의 무기이자 도구가 되고 있다. 그저 이렇게 나만의 속도로 글을 써내리기만 하는데도 '연결'과 '연대'를 경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글을 써내리려다 보니 요즘은 맞춤법을 자주 들춰보게 되는데, 그러다 우연히 자기 '개발'과 '계발'이 비슷하긴 하지만 아주 살짝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 자기 개발이란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하게끔 한다는 의미이고, 계발이란 슬기나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준다는 의미란다. 사실 한번 읽어보니 이게 무슨 차이인가 싶었다. 그러나 쉽게 설명해보자면, 자기 개발이란 원래 알고 있던 자신의 재능을 좀 더 발전시킨다는 뜻이고, 자기 계발이란 자기도 몰랐던 재능을 일깨워 발전시키는 것이라 한다. 풀어놓고 보니 미묘한 차이가 이제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사실 그렇게 본다면, 자기 개발을 하건 계발을 하건 간에 그 어떤 것도 내 안에 있지 않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그것이 일찍이 재능으로서 발굴이 되어 내가 잘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내 안에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었으나 미처 발굴이 되지 않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의 차이일 뿐인 것이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결과적으로는 또다시 무엇을 하건 간에 '나'를 알아가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나의 재능을 발굴하고, 콘텐츠화시키고 그래서 그것이 또 나의 브랜딩으로 연결되는 세상. 그 시작부터 끝까지의 코어에는 '나'라는 본질적 근원이 있다.
무엇을 하든 일단 시작은 '나'로부터
사람들은 쉽사리 이렇게 말을 한다. 나는 내가 가장 잘 안다고.. 그러나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본다면 그 말에 그다지 확신이 들지 않음을 곧 느끼게 될 것이다. 사실 누구나 '나'를 완전하게 객관화하여 바라보기는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내게 있어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기에 사실 그것이 얼마나 멋진 경험인지, 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얼마나 유용한 도움이 될지 나 스스로는 미처 깨달을 길이 없었다. 그러나 스스로 알아채지 못했던 부분들을 주변에서 일깨워 줌으로써 새로운 도전에 이르고, 그것에 숨결을 불어넣어또 하나의 역량으로 발굴되어가는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진정한 '자기 계발'을 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시작은 모두 '글쓰기'였다. 내가 대단한 작가여서가 아니라 이유 불문하고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었고, 그 연결을 통해 함께 뜻을 모아 연대하게 되었으며, 그 안에서 함께 성장과 더불어 그 무엇보다 진짜 제대로 된 자기 계발을 해나가고 있으니, 글쓰기가 가져다준 행운과 축복을 어찌 이루 다 감사할 수 있을까.
내가 얼마나 잘 쓰고 못쓰고는 이제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시작을 했음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 꾸준히 해나갈 수 있음이 더더욱 감사할 일인 것이다. 나는 아직도 글을 통해 나를 만나는 과정 중에 있다. 앞으로도 발굴하고 찾아내야 할 '나'가 너무 많기에, 하나씩 펼쳐질 내 모습들이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그 누구라도 자기 계발에 몹시 목마른 상태라면, 나는 살포시 글쓰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이보다 더 '나'를 진정으로 찾는 방법이 어디 있을 것이며, 이보다 더 찐으로 자기를 계발하게 해주는 도구가 어디에 있을까 싶어서다.
글은 진심으로 나를 오롯이 바라보게 해 준다. 진정으로 나를 찾아가는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얼마나 대단한 글을 많이 써내서 유명한 작가가 되느냐를 논하는 게 아니다. 그저 '나'를 발견하는데 이 글자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얼마나 놀라운 일들을 해주는지, 그 마법 같은 시간을 더 많은 분들이 마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감히 조심스레 전해드리고 싶을 뿐이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자기 계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