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 하리(Mata Hari), 그녀는 정말 이중 첩자였을까 아니면 불쌍한 희생양이었을까?
'마타 하리'라는 그녀의 이름은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첩자로 활동하다 발각되어 처형된 네덜란드 출신의 '마르하레타 헤이르트라위다 젤러'의 가명이라고 한다. 그녀는 네덜란드의 '레이우라르던'에서 사업가의 딸로 태어났는데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자바(Java)계 혼혈이었다 하고, 그녀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복무하던 네덜란드 장교와 결혼을 했었다고 하니, 어쨌든 여러 방면에서 그녀가 자바 섬에서 온 공주 행세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많았음은 분명하다.
그녀는 남편을 따라 자바에 살면서 그곳의 문화적 배경을 체험하고, 파경 후 파리에 돌아가 '동양식' 춤을 선보이며 사교계를 주름잡았는데, '코르티잔'으로 일하며 많은 장교들 및 정치인들과 스캔들을 남겼다고 한다.
※ 코르티잔 - 과거 유럽에 존재했던 귀족 및 왕족, 부자 같은 상류층을 상대하는 고급 매춘부
실제 '마타 하리'의 모습 (출처: 구글 온라인 서치)
이런 정도의 배경을 아는 상태에서 뮤지컬을 관람하러 갔다. 사실 뮤지컬 '마타 하리'는 EMK 뮤지컬 컴퍼니에서 최초로 선을 보였던 국내 창작 뮤지컬인데, 제작비 130억 원을 투자한 대형 뮤지컬로 애초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다만, 지난번 '엑스칼리버' 작품을 보면서도 창작진이 모두 외국인인데 이것을 과연 국내 창작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었는데, 요즘 전 세계를 휩쓸고 다니는 K-Pop 가수들의 노래들 중 다수가 외국인 작곡가들의 손에서 탄생한 것을 고려해본다면, 뮤지컬이라고 안되란 법이 있던가 싶은 생각이 들긴 한다.
여하 간에 이 작품 역시 당대 최고의 뮤지컬 작곡가인 '프랭크 와일드혼'의 손에서 탄생했고, 작품을 관람하는 내내 느꼈던 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연상시키는 공식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너무도 전형적인 프랭크 와일드혼의 색깔이 가득했고, 고로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음악은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이 삼연째인데, 2016년 초연부터 재연, 삼연까지의 줄거리가 모두 다르고 주인공을 제외한 조연의 구성이 모두 달라졌다고 하기에 이 작품이 아직도 자리를 못 잡았구나 싶어 사실상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채 극장을 찾았다. 다만, 창작 뮤지컬로서는 유일무이하게 뮤지컬 전용 극장인 샤롯데 시어터에 최초로 입성했다기에, 그만큼 대접을 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기대 아닌 기대는 조금 가지고 있었다.
현재 마타 하리로는 옥주현 님과 여성 그룹 마마무의 솔라 님이 캐스팅됐는데, 명불허전 옥주현 배우님의 출연날은 티켓을 구하는 게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라 그냥 포기했고, 그나마 겨우 솔라의 무대로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솔라 님은 뮤지컬 배우로서는 이번이 첫 무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워낙 가창력으로 유명한 가수이니만큼 시원스레 쭉쭉 뽑아내는 노래만큼은 정말 최고였다고 할 수 있겠으나, 아직까지는 무대 위에서의 노련한 배우는 아닌 만큼 간혹 딕션이 불분명한 부분들이 있어 대사를 놓친 경우가 좀 있었다. 그러나 첫 무대 치고 그녀의 퍼포먼스는 무척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사진출처: EMK 뮤지컬컴퍼니 인스타그램 (좌:솔라/우:옥주현)
당시 마타 하리가 남성들을 그렇게도 홀렸다는 동양풍의 댄스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뮤지컬에 등장한 춤은 약간 인도 풍으로 느껴졌다. 착착 들어맞는 군무와 솔로 댄스 장면들은 상당히 볼만했다.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덕인지 각본 역시 탄탄하게 잘 짜였단 느낌이다. 무엇보다 무대 장치들도 상당히 클래식한 분위기로 1차 세계대전 당시의 파리의 느낌을 잘 살렸단 생각이 들었고, 회전 무대가 적절히 활용된 다양한 신(scene)들이 작품과 잘 어우러지며 볼거리를 충분히 제공해 주었다.
파리의 느낌을 살리는 데 있어 아코디언 사운드와 어우러지는 샹송 스타일의 음악은 그야말로 파리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는데, 역시나 프랭크 와일드혼다운 음악적 표현이라 생각된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에서 마타 하리의 파이널 넘버는 정말 감동을 온통 끌어올려 북받침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틱하게 연출된 그녀의 마지막 순간에 몰입되어 왈칵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특히 이 클라이맥스까지 이르는 과정에 있어 안나 역의 최나래 배우님의 눈물 연기가 정말 한몫을 톡톡히 해냈던 것 같다.
극에서 '마타 하리'는 철저히 희생양이었던 것으로 표현됐다. 실제 기록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베를린에 머물고 있던 마타 하리는 독일 정보기관에 2만 마르크를 받는 조건으로 포섭되어 암호명 'H21호'로 연합군 고위 장교들을 유혹하며 군사 기밀을 독일군에 제공했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그녀는 영국의 정보기관이 베를린-마드리느 간의 외교 통신을 해독하여 그녀가 스파이임을 밝혀내 프랑스 정부가 파리에서 그녀를 체포하여 총살형에 처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실제 첩자였는지 아니면 그녀가 뿌린 헛소문 중 하나였는지는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1999년 영국 정보부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녀가 실제 첩자로 활동하며 독일에 군사 정보를 빼돌렸다고 '자백'했다는 프랑스 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한 논란이 근거가 되어 뮤지컬 작품이 탄생한 듯하다. 작품에서는 그녀가 철저히 마녀사냥을 당해 억울하게 희생된 것으로 표현되고 있으니 실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은 하늘만이 알고 있으리라. 섹시함과 지성미, 능수능란한 사교술로 대표되는 미녀 스파이들은 비단 007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 속에 존재해왔지만, 아마도 마타 하리가 역대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웠던 미녀 스파이로 가장 많이 언급되지 않나 싶다.
그녀는 많은 남정네들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찬란하게 아름다웠고, 그렇기에 정체가 드러났을 때 찾아오는 배신감과 괘씸죄는 걷잡을 수 없이 배가되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지금까지도 논란 위에 있지만 말이다.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그녀의 스토리는 이렇게 뮤지컬로 탄생되어 안타까운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한번, 아니 두 번 세 번도 가서 볼만한 좋은 작품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