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으로부터는 존경받았던 한 나라의 왕이 호색한이었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로운 희극의 소재였음은 분명하다. 빅토르 위고는 그 자신보다 3세기나 전에 살았던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의 사생활을 어떻게 발견해낸 건지, 그 사실들을 바탕으로 써낸 <왕은 즐긴다>라는 작품을 1832년에 발표했다. 귀족, 평민 그 누구든 가리지 않고 여색을 밝혔기에 그 일생의 끝은 '매독'으로 종결되는 다소 영예롭지 않은 결말이었지만, 제목만으로는 상당히 자극적일 수도 있을법한 이 희극 속에는 너무도 다양한 '인간사'가 버무려져 있다.
베르디 역시 이 작품을 셰익스피어에 이은 최고의 연극이라 극찬을 하며 결국엔 오페라로 제작했는데, 바로 <리골레토>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당시 오페라 장르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던 빅토르 위고는 자신의 희극에 음악을 붙인다는 사실 자체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으며, 실제 작품이 무대에 올라가자 프랑스 법원에 공연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는 건 꽤나 유명한 사실이다. 물론 그는 패소했는데, 주변 친구들의 권유로 등 떠밀려 관람하게 된 '리골레토'를 보고 그는 상당히 감명을 받았으며, 그간의 오페라 장르에 대한 불신을 완전히 깨트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원작의 제목은 왕의 사생활이 주요 내용일 것처럼 보이지만, 베르디의 오페라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궁정 광대 '리골레토'의 안타깝고도 비극적인 스토리가 비극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광대라는 페르소나 안에서는 타인들에게 악행을 저질렀지만, 아버지라는 페르소나 안에서는 그 누구보다 자식을 사랑하는 선한 마음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이 작품을 통해 만나보는 '리골레토'라는 캐릭터를 향한 관객의 심정은 참으로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에게 일어난 비극이 과연 그의 악행에 대한 응당한 대가였을까, 아니면 불쌍한 한 인간에게 내려진 안타까운 저주였을까.
당시 베르디의 전성기 시절 이태리의 국가적 배경 상황과 원작에 얽힌 상세 스토리와 함께 리골레토 작품 전반의 이야기와 음악을 풀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방송을 통해 만나보시길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