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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Oct 13. 2022

에니어그램 6번의 자아 발견기

사람이 궁금하고 나에 대해 궁금한 건 나만 그런 걸까 아니면 근본적인 인간의 본능인 걸까? 나는 후자가 답일 거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오랜 세월 혈액형으로 사람을 구분해 규정짓고 요즘은 더 나아가 MBTI로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서슴없이 표현하지 않던가. 어떻게 그 많고 많은 사람이 몇 가지 되지도 않는 유형 안에 다 드러 맞을까 마는,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어떤 유형인지를 굳이 찾아내 부득부득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욱여넣지 않던가.


나는 항상 사람이 궁금하고 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싶다. 스스로를 다 아는 것 같지만 언제나 어느 순간 난 왜 그럴까?라는 의문이 문득문득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혈액형으로부터 시작해 MBTI는 물론, 사주팔자를 논하는 명리학까지 폭넓게 관심이 많다. 사실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논하는 내용에 혹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본다. 이런 이야기들이 주제로 올라오면 실상 누구나 귀를 쫑긋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나를 알고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싶다는 샘솟는 호기심에서 비롯되어 얼마 전 에니어그램 스터디에 참여했다. 깊이 알고자 들면 상당히 심오하고 오묘함을 담고 있어 단순히 어떤 인간 유형의 분류라기보단 신비롭단 느낌마저 들었는데, 아직은 초보 단계로 수박 겉핥기식 기본 내용만 배웠지만 그래도 얼추 내가 어떤 인간이구나를 알게 되어 참 좋았다.


사실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하자 들면 너무도 장황한 강의가 돼야 하므로 자초지종은 일단 생략한다. 대략적으로만 정리해보자면 에니어그램은 특정인에 의해 정립된 학설은 아니라고 한다. 이는 오랜 세월 고대 철학과 종교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적 지혜를 현대 심리학과 결합한 것이라고 정의하는데, 원, 삼각형, 헥사드라는 세 가지의 상징을 합쳐 9가지의 성격 유형을 정리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누구나 단 한 가지의 유형으로만 카테고라이즈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양 옆 유형의 특징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기도 하며 심지어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또는 아주 평온하고 이상적인 상황에서는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유형 간에 유사한 특징들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점이다. 실상 들여다보기 전엔 와닿지 않는 설명이겠으나, 한마디로 결론 내자면 에니어그램은 상당히 '입체적'으로 인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툴 tool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6번 유형의 인간이다. 사실 5번 유형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이 상당히 많이 보여 애초 5번인가 싶었는데, 6번 유형까지 섭렵하다 보니 결론은 6번 쪽으로 기울었다. 다만 나처럼 옆 유형의 성향을 보이는 것을 표현할 때 '5번 날개를 가진 6번 유형'이라고 한단다. 위의 표에 보면 6W5라고 된 부분인데, 여기서는 '방어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텍스트북마다 약간씩 다른 표현들을 적용하는 것 같은데 결국은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표현들이다.




일단 6번 유형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단다. 그래서 항상 확실하고 안전한 것을 찾는단다. 딱 내 얘기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때문에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전에 하던 방식을 사용함으로 내가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그러니 뭔가 진취적이고 획기적인 모험이 필요한 일에 결코 어울리지 않을 수밖에..

대부분의 6번 유형은 조직의 규칙 안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대체적으로 모든 것에는 자연적인 질서가 있다고 여기며 그 안에서 행동하는 것에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예술가나 작가처럼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경우에도 일정한 형식 안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 구조 안에서 자유를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6번 유형은 갑작스러운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상황이 마음을 편하게 해 주기 때문이란다.


나의 20대 시절을 온전히 피아노만 껴안고 지낼 수 있었던 건 내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었으며, 그토록 지치지 않고 온통 연습하는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바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기 때문이었다. 나는 항상 '철저히' 그리고 '미리' 준비를 해야만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30대 시절을 대기업의 일원으로 무난하게 보낼 수 있었던 건 내가 조직의 규칙 안에 머물며 안정감을 느꼈기 때문일 게다.

또 다른 특징은, 아무리 친한 지인이라도 갑자기 연락이 와서 지금 시간이 되냐며 만나자고 하는 것이 그다지 달갑지는 않다. 모든 약속은 최소 일주일 전에는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건 순전히 사전에 예측이 가능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여행도 미리 '제대로' 계획하에 떠나야지 갑자기 떠나는 건 내게는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호주로 미국으로 해외 생활을 오래 했던 터라 주변에서는 내가 상당히 모험을 즐기는 줄로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6번 유형의 사람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부딪치는 일이란 건, 누구에게나 어렵겠지만 나는 특히나 힘들었것이 분명하다. 글로벌하게 자유로운 사람이라 보였을지 모르지만, 나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을 택하지 않았던가.

오페라 코치로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짐을 싸 투어를 다녀야 했던 부분이었다. 공연을 위해 장기간 타지에 머물러야 하는 것이 너무도 싫었다. 그래서 내가 가장 부러워했던 삶의 모습은 그저 집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일터에 나가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내가 그런 삶을 그토록 원했기에 결국은 경영 공부를 한다며 무모한 도전을 했고 기어이 '커리어 체인지'를 이뤄냈던 모양이다.


사실 20대, 30대, 40대까지 무슨 10년 단위 인생 계획을 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제각각 정말 다른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러니 저러니 혼자 내적으로는 갈등이 많았다 해도 현재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마도 '안정'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유형이기 때문인가 보다. 내가 애초 그려봤던 삶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크게 걱정할 일이 없기에 지금의 삶에 녹아들어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에니어그램을 공부해보니 어쨌든 나 스스로에 대해 궁금했던 부분들이 해소되었다. 나는 그렇구나.. 이게 장점으로 발현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또 단점이 될 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그래서 거기까지가 전부일까? 에니어그램의 목적이란 단순히 거기에 그치지 않는 것 같다. 나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는 것이 에니어그램이 주는 통찰이라고 한다. 나를 객관화해서 바라보고 알게 되었으니, 순간순간 스스로에 대해 '왜'라는 의문이 찾아올 때 그 순간의 '나'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한 일인 것이다.


나는 계획하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찌 인생이 모두 계획하에만 돌아가던가. 갑작스러운 일이 닥쳐올 때 나의 상태를 바라보고 내 마음이 그래서 불편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만 있어도 덜 당황스럽지 않겠나. 나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으니 모험을 하지 않을 테다 결심하기보다는 그런 상황에 맞닥드렸을 때 나의 마음 상태를 들여다 보고 조금은 덜 불편하게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쓰면서도 '나'를 찾아간다 하지만, 이렇게 실질적으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나를 알고 사람을 이해하고, 어떤 관계에서든 좀 더 지혜로운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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