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마뮤 Oct 21. 2022

바른말 잘하는 예쁜 누나

몽둥이 언니의 단상

나는 현재 브런치 작가들이 모인 작가 레이블, 팀라이트에서 활동 중이다. 사실 여러 사람이 모여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자니 각자의 자율에 맡겨서는 실로 일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성질 급하고 나대기 좋아하는 내가 자꾸 잔소리를 던지고 바른말을 하다 보니, 어느새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몽둥이 언니'라는 별명을 얻어 가지게 되었다.


원래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을 우르르 몰고 다니는 골목대장 타입이긴 했는데, 성향이 그러하다 보니 리드하며 코칭해야 하는 오페라 코치가 적성에 잘 맞기는 했다. MBTI로는 ESTJ에 속한다. 한마디로는 엄격한 관리자 또는 경영자로 설명하는 부류이다.

10여 년 전에 처음 MBTI를 접해봤는데, 당시 테스트 결과는 'i'로 시작했기억만이 남아있다. 물론 지금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지만, MBTI는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따라 결과가 조금은 상이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 ESTJ의 특성 ◎
현실적, 구체적, 사실적이며 어떠한 활동을 조직화하고 주도해 나가는 지도력과 추진력이 있다.
타고난 지도자로서 프로젝트의 목표를 설정하고, 지시하고, 결정하고, 독려하여 기한 내에 철저히 이행하는 능력이 있다. (출처: 나무 위키)


아주 어릴 땐 앞에 나서못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가 내성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전적으로 나를 위해서는 그 어떤 것에도 나서 주시지 않던 엄마 덕분에 나는 스스로 나대는 법을 배웠다. 내 안에 내재된 '끼'가 가만있지 못했던 것이다.  어디서 주서 왔나 보다, 오빠를 더 많이 사랑하나 보다 등등 어린아이 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원망을 했었지만, 지나고 보니 결과적으로는 나를 강인하게 성장시켜주신 엄마한테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엄마는 나를 너무도 많이 사랑해주셨다.


그 강인함이 퀀텀 점프를 한 시기라면, 단연코 호주에서의 20대 시절이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직후 부모님은 완전히 한국으로 돌아오셨는데, 처음으로 부모님의 그늘을 벗어나 오빠와 단둘이 살아가는 삶은 생각처럼 그리 녹록지 않았다. 나는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학교 생활과 병행하며 모든 일처리를 해야만 했다.(우리 오라방은, 젊고 바빴다!)

뭔가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와 더불어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싫은 소리를 하는 법도 그 시절 자연스럽게 익혔던 것 같다. 아니 어쩜 약간은 감정 이입이 덜 되는 외국어로 말해야 했기에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전적으로 세상살이에 직접 부딪치며 자연히 생겨난 용기였다.


거기에 나의 스승님이셨던 스티븐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성악가들은 자신의 몸이 곧 악기이기 때문에 실수 지적에 대해 여느 음악가들보다 조금 더 예민한 경향이 있다. 다른 악기 연주자들은 탓을 돌릴 수 있는 악기가 따로 존재하지만, 성악가들은 자신의 몸이 곧 악기이고 그에 관해 지적을 받으면 마치 자신이 공격당하는 것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내게 해주신 조언은 이것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지적받는 건 달갑지 않으니, 뭔가를 얘기해줘야 할 땐 반드시 잘한 점을 한 가지씩 먼저 이야기해주라는 것이었다. 

그 조언은 지금껏 나의 인생살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나는 필요에 의해 바른말을 한다. 그 말을 하는 내가 결코 속이 편하거나 아무 어려움을 못 느껴서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당연히 나도 껄끄럽고 말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다만 필요하니까 하는 것일 뿐이다.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솔직한 발언은 달갑지 않다. 문제와 자신을 분리하여 누군가의 지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은 바른말을 대놓고 하는 사람 무섭다고 여긴다. 아무리 순화시켜 돌리고 돌려 부드럽게 얘기해도, 어쨌든 바른말을 해주는 사람은 바로 쎈캐(센 캐릭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조심스러운 사람 말이다. 신들이 껄끄러워 못하는 걸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의 이미지는 그렇게 굳어진 듯하다. 굉장히 쎈 언니 말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나도 속으로는 상처 잘 받는다. 다만 상처를 받아도 회복을 잘하는 편인 거지, 쎈 언니라서 그저 마음도 철강 같고 그 어떤 것에도 끄떡없는 마징가 제트인 건 결코 아니다.

나는 그저 절제와 규칙을 선호하고 그 안에서의 자유를 원하는 사람이다. 전체 그림에서 엇나가는 부분이 있을 경우엔 타이르거나 아님 맞서서라도 굳이 갈등을 피하진 않는다.


어쩌다 보니 쎈 언니가 왜 쎈지를 해명하는 듯한 글이 되어 버렸는데, 요즘 다양한 상황 속에서의 내 모습을 정의해보객관화하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나는 어떠했는지를 다시금 바라보는 것 재미가 들려 글로 한번 정리해보았다. 

그러나 제목에 '예쁜 누나'라며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심심한 사과를 드리며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래도 얼추 호감형 아줌마는 된다고 믿지만 말이다.(웃음)

몽둥이 언니라는 별명을 안겨준 바로 그 캐릭터




매거진의 이전글 에니어그램 6번의 자아 발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