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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Oct 27. 2022

오페라 vs 뮤지컬, 뭐가 다른가요?

간혹 내게 두 장르의 차이점을 물어오시는 분들이 꽤 있다. 그냥 언뜻 보기엔 실상 큰 차이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하나씩 들춰보면 꽤나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기에 우선은 명확한 공통점부터 정리해보겠다. 오페라와 뮤지컬 두 장르 모두 노래와 춤, 연기가 어우러진 종합 예술의 형태를 갖고 있다. 무대가 있고 그 위에 배우가 있으며, 무대 아래에는 오케스트라가 있고 무대 뒤에는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두 가지 장르 확연한 공통점을 갖는다.


그렇다면 정말 무엇이 다른 걸까?


1) 노래 스타일

가장 명백한 차이점이다. 오페라는 정통 성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오페라 가수들이 무대에 선다. 반면 뮤지컬은 오페라 대비 상대적으로 대중음악의 색깔을 강하게 띠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지르는 스타일의 창법도 많이 활용된다. 요즘 대중음악 가수들도 트레이닝을 받는다며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맞는 말이다. 다만 트레이닝의 방향이 전혀 다르다. 성악은 내 몸의 전체 근육과 호흡이 큰 성량과 성악적 사운드를 낼 수 있도록 단련시키는 과정이라 한다면, 대중음악 가수들이 받는 트레이닝은 장르와 스타일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 코칭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성악과 출신들이 뮤지컬 무대에 서는 일은 빈번하다. 그러나 뮤지컬 배우가 오페라 무대에 서는 일은 사실상 불가하다. 성악을 한 사람들이라도 뮤지컬 무대에서는 발성을 달리 쓰는 경우가 많고, 이런 대중음악의 색깔이 강한 뮤지컬의 특성 덕분에 아이돌 가수들이 뮤지컬 무대를 넘나들 수 있는 이유라고 보면 된다.


오페라 무대에서 연기하는 사람을 오페라 가수(Opera Singer)라고 칭하는 반면, 뮤지컬 무대에 서는 사람은 뮤지컬 배우(Musical Actor/Actress)라고 표현한다. 두 장르의 형식 자체에는 다름이 없으나 이렇듯 '노래' 하나를 두고도 관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오페라는 그만큼 음악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뮤지컬은 그보다는 좀 더 극적인 연기에 비중을 두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2) 마이크 사용 여부

노래 스타일이 달라서 생기는 명백한 차이는 바로 마이크의 사용 여부이다. 오페라 가수들은 훈련을 통해 길러진 자체적 성량으로 온몸을 활용해 소리를 뻗어 내기 때문에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뮤지컬 배우들은 자세히 보면 이마 또는 뺨 쪽으로 핀 마이크가 부착되어 있다.

이런 차이로 오페라에서는 오케스트라도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밴드도 모두 마이크를 활용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 이유로 오페라 오케스트라 대비 적은 인원으로 연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 오케스트라 악기 구성

오페라는 그야말로 클래식이다 보니 오케스트라도 정통 클래식 악기들로만 구성되어 연주한다. 그러나, 뮤지컬은 얘기가 다르다. 어찌 보면 오페라보다 훨씬 더 다양한 장르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대중음악의 색깔을 띠고 있기 때문에 동원되는 악기도 전자 기타, 드럼, 신시사이저 등 일렉트릭 인스트러먼트가 상당수 포함된다. 그런 이유로 때로는 오케스트라라는 명칭보다는 밴드라 불리는 게 어울리는 경우도 많다.


4) 오케스트라 피트(pit) 활용의 차이

기본적으로 오페라는 마이크가 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무대 아래쪽으로 자리한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위쪽으로 잘 뻗어 나와야만 한다. 그래야 성악가들이 무대에서 소리를 들으며 노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피트는 보통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단이 오픈되어 있다.

사진 출처: Pixabay

그러나 뮤지컬은 좀 더 유연한 사용이 가능하다. 어차피 오케스트라의 소리도 모두 스피커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상단이 모두 막혀 있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오케스트라 피트의 윗부분을 모두 덮어 무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최근에는 더 많아진 것 같다. 이렇게 무대로 연장하여 사용하거나, 간혹 특별 관객석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어떤 뮤지컬 작품들은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 위치하는 경우도 있다. ('브로드웨이 42번가' 또는 '시카고'같은 작품들이 그런 케이스다)


5) 랭귀지

오페라의 근원지가 이태리인 덕분에 오페라 중 상당수가 이태리어로 불린다. 그 외에 독일어, 불어가 많이 쓰이는데 이처럼 작품에 쓰인 원어로 공연이 진행되는 관계로 관객은 자막을 통해 진행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그래서 늘 강조하는 것이 자막만 읽다가 무대를 다 놓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오페라를 보러 갈 요량이라면 사전에 작품의 줄거리는 알고 가는 것이 즐거운 관람을 위한 중요한 팁이다.('알아두면 부티 나는 오페라 상식'을 들으면 된다!) 자막은 그저 잠깐씩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는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반면, 뮤지컬은 한국어로 공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해외 오리지널 팀 내한 공연이 있는데 그럴 땐 현지어로 공연을 올린다. 그런 경우에는 역시 자막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살짝만 알려드리자면 한국어로 부른다고 해서 전부 다 알아듣는다는 보장은 없다. 명확한 가사를 전달하는 것 역시도 노래를 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차이점이 있는데 뭐 어쩌란 말이냐 싶은 분들도 계실 것 같다. 오페라는 16세기 말 경부터 시작되었고, 뮤지컬은 19세기 영국에서 등장했는데 그의 뿌리는 결국 오페라로부터 왔다. 그러니 오페라는 뮤지컬의 조상님 뻘이다. 이런 차이점들을 이해하고 결국은 내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국내에서는 오페라 대비 뮤지컬이 훨씬 더 대중화에 성공하여 시장에 안착을 했으니 오페라보다 접할 기회가 좀 더 다양하고 많다.


여러 방면에서 뮤지컬이 큰 거부감 없이 입문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에 이런 무대 종합 예술을 만나보고 싶은 초심자라면 뮤지컬 무대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이 좋은 시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만일 뮤지컬에 푹 빠져 그 재미를 충분히 느껴보신 분이라면 오페라에도 한번 눈을 돌려보시길 추천드린다. 오페라 작품이 모티브가 되어 탄생된 뮤지컬 작품들도 여럿 있기 때문에, 그러한 차이점들을 이해하며 작품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상당히 쏠쏠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잘 알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이다. 제목에 오페라를 달고 있다 보니 상당히 많은 분들이 그거 오페라 아니야?라고 반문하신다. 내용이 오페라에 관련된 스토리이고, 실제 그런 이유로 창법이 제대로 오페라틱 하다. 그래서 간혹 오페라 컴퍼니 쪽에서 이 작품을 다루는 경우도 빈번하다.


같은 뮤지컬 장르 안에서도 출발지에 따라 굉장히 다른 색깔을 지니기도 한다. 국내에서 상당히 인기를 얻고 있는 다수의 유럽 뮤지컬들은(예를 들어 모차르트, 드라큘라, 엘리자베스 등의 작품들) 조금 더 오페라와 가까운 느낌을 품고 있다. 그것은 오페라의 본고장이 유럽이었기에 그러한 헤리티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브로드웨이의 뮤지컬들은 좀 더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하는 편이라 볼 수 있다. 대다수의 미국 작품들이 좀 더 '쇼(show)'의 느낌을 강하게 보여주는 것들이 많다.

이렇듯, 지역적인 특색에 따라 작품들이 지니는 색깔이 무척 다르다.




국내에도 오페라 무대가 좀 더 다양해지면 좋겠다. 이렇게 뮤지컬이 국내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되리라고 그 누가 예전에 쉽사리 예측할 수 있었을까? 이제는 우리 삶의 수준이 그만큼 발전했다. 공연장을 찾을 때마다 문화생활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진 것에 놀라곤 한다. 개인적으론 뮤지컬을 너무 사랑하지만, 어쨌든 나의 뿌리를 오페라에 두는 한 사람으로서, 국내에서도 좀 더 오페라 무대가 다양하게 확장되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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