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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나에게 보내는 응원

by 마마뮤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사실상 운동을 그만둬야 했다. 재미와 효과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아준 '줌바 댄스'를 4년의 시간 동안 매일 아침 이어왔었는데, 이유불문 코로나의 장벽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쩌다 보니 나는 현재 숨쉬기 운동만 겨우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더불어 내 생활이 같이 분주해져 어디 센터에라도 등록해 정기적인 운동을 하겠다는 의지조차 사실상 사치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집에서 홈트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도 맘처럼 가능하지 않았고, 그래서 결국 매일 1분씩 플랭크를 했지만 그 역시도 뭔가 시원찮다는 아쉬움을 떨쳐낼 수 없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아이 학교 바로 뒤쪽으로는 산책로가 아주 잘 조성되어 있다. 그걸 알면서도 매일 드나드는 학교이건만 그 길까지 가서 걷겠다는 의지는 좀처럼 잘 생겨나지 않았다. 그러나 갈수록 여기저기 몸에 탈이 나기 시작하고 걸핏하면 체력이 달려 헉헉대는 나를 보니 이제는 더 방치하면 100세 인생이고 뭐고 머잖아 자리보존하게 생겼구나 싶었다.


아이의 개학과 함께 이번 주 월요일부터 매일 아침 산책로 걷기를 루틴으로 삼았다. 교문 앞에서 아이를 들여보내고 나면 나는 곧장 학교 뒤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로 간다.


아침에 숲길에서 맞이하는 광경은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다. 왜 그동안 이 좋은 걸 무시하며 지내왔던가. 바스락대는 소리에 돌아보면 바삐 뛰어가는 청설모, 멀찍이서 느릿느릿 오가고 있는 꿩, 도무지 어느 나무인지 보이지는 않지만 연이어 들려오는 딱따구리 소리 등 여기가 서울 한복판이 맞나 싶게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오늘 아침엔 나뭇잎 바스락대는 소리에 옆을 돌아보니 너무도 예쁜 새 한 무리가 열심히 먹이를 찾아 나뭇잎 사이를 쪼아대고 있었다. 멈춰 서서 한참 새들을 바라보다 다시 걸었다.



얼마나 몸을 안 썼는지 매일 30분 정도 걷는 것을 이틀 연이어하고 나니 몰려오는 피로감이 엄청났다. 안 쓰던 다리 근육들도 당기고 어찌나 몸이 천근만근으로 느껴지는지, 첫날 숲길에서 맞이하던 상쾌한 기분은 온데간데없었다. 뭐든지 과유불급이라고 사실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야 하는 것을, 처음부터 너무 욕심껏 정상을 노리고 올라갔다 온 게 화근이었다. 그렇다고 오늘을 쉬어 버리면 남들 다 하는 그 작심 3일조차도 못하는 셈이 아닌가. 마음을 딱 잡고 숲길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숲길을 걷다 보면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 시간 여전히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주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선 자동차 행렬을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자니, 바삐 돌아가는 그 장면에서 나만 다른 세상으로 쏙 빠져나온 듯한 묘한 착각을 일으킨다. 저 멀리 보이는 찻길에 서둘러 달려가는 자동차들을 내려다보면 내가 그 바쁨 안에 있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 평화로운 숲의 소리를 듣고 있음에 감사함마저 느껴진다. 왜 이런 힐링과 평화의 기회를 진즉에 찾아오지 않았을까. 이렇게 가까운 곳에 '여유'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제 다소 무거웠던 마음이 다시 밝음 모드를 찾아온 것 같다. 매일 아침 숲길을 걷고, 매일 어디에든 글을 끄적이며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본다. 아무리 강철처럼 보이는 사람도 누군들 그 내면이 항상 단단하기만 할까. 수없이 바람에 흔들리고 방황에 몸서리치다 다시금 페이스를 찾는 것이 우리 내 살아가는 모습인 것을...


괜찮다.. 잘하고 있다.. 스스로를 도닥이며 오늘 지내온 하루를 감사함으로 돌아본다.

괜찮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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