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어로 '맙소사' 또는 '세상에!'라는 의미를 담은 말이지만 직역하자면 '나의 엄마'라는 말이다. 말하자면 우리가 시도 때도 없이 '엄마야~'라고 외치는 것과 상당히 유사한 말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거의 매월 뮤지컬 관람을 다녀왔었는데, 이번엔 생각해 보니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지난 1월 이후 석 달만에 찾은 극장이었다. 사실 맘마미아는 뮤지컬로 만나기 전에 이미 뮤지컬 영화로 만나본 작품이다. 스웨덴의 레전드 팝 그룹인 아바(ABBA)의 히트곡 23개로 구성된 전형적인 주크박스 뮤지컬인데, 제목으로 채택된 '맘마미아'라는 곡은 아바가 1975년에 발표한 세 번째 앨범에 수록되었던 곡이다.
※ 주크박스 뮤지컬- '도넛'이라고도 불리는 싱글 앨범이 가득 담긴 기계에 동전을 넣고 선곡을 하면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상자(Juke Box)처럼 흘러간 예전의 인기 대중음악을 가져와 무대용 콘텐츠로 재가공한 부류의 뮤지컬을 일컫는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뮤지컬은 1999년 4월에 영국 런던에서 초연되었고 2001년에 뉴욕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그리고, 한국에는 2004년에 처음 소개되었다. 이 작품은 2008년 영화로 제작되어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메릴 스트립이 도나 역으로 분하고 어맨다 사이프리드가 그녀의 딸 소피 역으로 등장했다. 아바의 음악으로만 구성되었으니 그 인기야 사실 말해 뭐 하나 싶지만, 워낙 스토리도 음악과 기묘하게 잘 맞아떨어져 영화로 접했을 때도 보는 내내 상당히 재미로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대한민국 뮤지컬 계의 살아있는 역사라 해도 사실 과언이 아닐듯한 최정원 님이 도나로, 그리고 그녀와 합을 맞춘 친구들 역에 홍지민 님과 박준면 님이 출연하는 회차였다. 이들의 케미란 보지 않아도 왠지 자동 찰떡일 거란 기대감이 컸는데, 그야말로 역시나! 였고 엄지 척 이었다.
무엇보다 뮤지컬 배우가 아닌 장현성 님과 김진수 님의 등장이 상당히 뜻밖이었는데, 사실 이 작품에서 남성분들은 사실상 조연인 데다 노래가 대단히 많이 동원되는 역할은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그들의 연기는 극속에 잘 어우러져 들어갔다. 개그맨 김진수 님의 등장이 사실 반갑고도 놀라웠는데, 그의 코믹 연기가 전반의 극 흐름에 약방의 감초 노릇을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최정원 님의 노련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는 최고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녀도 세월을 거스르지 못할 나이가 된 건지 앙코르 때 최선을 다해 신명 나게 노래를 불러주셨지만 다소체력이 달리는구나 싶어 공감 속에 웃픈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 아바의 노래가 줄줄이 나오는데, 내심 기대했던 건 함께 들썩이는 관객석의 반응이었다. 마치 콘서트장 같은 느낌이 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있었는데, 어찌나 정자세로 얌전히들 관람하시는지 마치 클래식 연주회 왔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 부분이 사실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 무대가 잠시 이어졌는데, 그때엔 관객들이 모두 일어서서 함께 들썩이긴 했지만 공연 전체적으로는 너무 지나치게 차분했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공연 진행 내내 기대할 수 있는 박수 환호조차 인색했단 느낌이 든다.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도 관객 연령대와 관계가 있지 않았나 싶다. 뮤지컬이 대중화되고 대단한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맘마미아를 보러 오신 분들은 사실상 우리 부모님 연령대까지도 보이는 듯했다. 왜냐하면, 아바의 뮤직이라 한다면 그분들의 젊은 시절을 한창 꽃 피우던 노래들이 아닌가. 그러게 반가운 마음에 뮤지컬을 관람하러 많이들 오신 것 같은데, 그 세대에게는 이러한 공연을 관람하는 문화 자체가 현재 젊은 세대들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이 일어났단 생각이 든다. 사실 그걸 뭐라 탓하겠는가. 그저 맘마미아를 볼 때는 조금 아쉬울 따름이란 얘기일 뿐..
이 작품이 초연됐다는 1999년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젊었던 시절, 바로 얼마 전이란 생각이 들건만벌써 세월이 흘러도 많이 흘러 90년대를 논하는 게 이제는 옛날 옛적의 이야기가 되었다. 최근 등장하는 뮤지컬들이 최첨단 무대 세트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상황이다 보니, 맘마미아만 해도 벌써 원로 작품 취급받는 마당인지라 무대 세트가 상당히 클래식하고 심플하단 느낌이 들었다. 사실 스토리 전개상 뭐 대단히 요란한 세트가 등장할 거리도 없지만, 여하 간에 뭔가 무대장치나 의상 등 모든 것이 좀 심심해 보이긴 했다.
5월 가정의 달이 밝았다. 요즘은 명절에 모두 모여 제사상을 차리기보다 다 함께 공연 관람을 오는 가족들도 상당히 눈에 많이 띄던데, 가정의 달을 맞이해 가족들과 함께 관람하기에 최적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아바의 노래는 워낙 유명한 곡들이 많아, 한 두곡쯤은 모두 들어봤을 법한 노래들인 데다, 사실 워낙 좋은 곡들로 구성되어 있어 보는 내내 듣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유쾌한 스토리 전개와 어우러지는 코믹 연기들까지 삼박자가 아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명작임은 분명하다. 가족들이 함께 재미와 감동에 흥을 더해 느껴볼 아주 좋은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