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의 한결같은 사랑, 드라큘라

by 마마뮤

한 석 달만이었던 것 같다. 주말에 혼자 뮤지컬을 관람하러 다녀왔는데 조금은 더운 여름날이 되었지만 호젓하게 자유시간을 즐기는 내게는 이러나저러나 홀가분하고 상쾌한 기분일 뿐이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개막 전부터 기대에 차 예매를 해두었었는데, 안타깝게도 캐스팅 주역들이 코로나에 감염되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바람에 오프닝 일정이 모두 미뤄지는 한바탕의 소동을 치른 작품이다. 좋아하는 배우님들이 다수 포함되어 사실 진심으로 걱정이었다. 코로나는 후유증으로 폐가 손상될 수 있다던데 노래하는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으니 어쩌나 싶어 그저 그들이 탈없이 모두 완쾌될 수 있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천만 다행히도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무대에 돌아와 주었고, 덕분에 좋아하는 전동석 배우님 캐스팅으로 드라큘라를 관람할 수 있었다.




'브램 스토커'의 동명의 원작을 각색한 뮤지컬 드라큘라는 사실 여러 가지 버전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체코판'과 '브로드웨이판'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이번에 관람한 버전은 '브로드웨이판'으로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입맞춤'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홍보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1년 샌디에이고에서 초연되고 2004년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는데, 특히나 '지킬 앤 하이드'의 음악을 작곡한 '프랭크 와일드혼'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라 그런지 특유의 화려함과 웅장함을 지니고 있어 대중의 큰 호응을 얻어내기에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는 2014년에 처음 소개가 되어 올해가 4번째 무대로 8/1일까지의 일정을 앞두고 있는데, 동방신기 출신 김준수 님이 뮤지컬 배우로서 굳건한 자리매김을 하게 만들어준 작품으로 그의 팬덤으로부터 호응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전동석 배우님의 '찐 팬'이라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 배우님, '동큘'의 출연날 무대를 찾았다.


블루스퀘어 홀은 거의 10년 만에 찾았는데, 전반적으로 음향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 떨어져 몰입에 방해가 되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연을 해주신 배우님들 덕에 작품 속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극의 초반부에 늙은 모습의 드라큘라 백작을 연기하는 전 배우님은 상당히 중후한 음색의 바리톤 사운드로 줄곧 노래하시더니, 조나단의 피를 마신 후 젊어지는 장면에서 좀 더 맑고 젊은 톤으로 사운드 체인지를 하는데, 순간 그 드라마틱한 효과에 마스크를 뒤집어쓴 내 입에서도 감탄이 튀어나왔다. 그야말로 마법의 꿀성대였다. 다양한 음색과 연기로 여러 가지 모습을 표현해주는 배우들의 능력과 노력에 그저 감탄의 박수를 보낼 따름이다.

망토를 벗어던지는 순간 등장한 배우님의 수려한 모습에 한번 더 동공이 확장되는 걸 느꼈다.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하는 배우님이기도 하지만 큰 키에 잘 생긴 얼굴은 그야말로 젊은 드라큘라 백작의 모습을 완성하기에 완벽한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외모 지상주의 같은 발언이지만, 진짜로 완벽했다. 눈이 튀어나올 만큼...)




드라큘라는 보편적으로 단순히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내용만 많이들 알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작품의 큰 맥락은 절절한 사랑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연인을 불의의 사고로 잃게 된 한 남자가 좌절에 빠지고 절망하여 신을 원망하며 십자가에 칼을 꽂는데, 이를 계기로 그는 저주를 받아 흡혈귀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환생한 그의 연인(미나)을 다시 만나면서 극이 펼쳐지는데, 드라큘라 백작은 사랑하는 그녀에게 자신과 함께 '영원한 삶', 즉 흡혈을 하며 살아가는 삶을 제안하며 자신에게 돌아와 줄 것을 바라지만 이미 약혼자가 있는 미나는 이를 계속 거부하게 된다. 그러나, 너무도 매혹적인 드라큘라 백작의 유혹에 미나도 흔들리고 결국 정신적으로 연결이 되며 미나는 거부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깨닫기에 이른다.


극의 연출이 다소 자극적인 부분들도 사실 많이 보였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장면들일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극은 극으로써만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회전하는 무대 장치로 장면이 지속적으로 교체되면서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도록 역동적인 장면들이 연출되었는데, 드라큘라와 피를 나눈 미나를 살리기 위해 뱀파이어를 쫒는 반 헬싱 교수와 무리들이 드라큘라를 죽이려 맞서 싸우는 장면은 왠지 무협소설 같은 느낌이 좀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웃음이 살짝 나왔다. 마치 손에서 보이지 않는 광선이 발사되듯 드라큘라 백작이 손을 뻗으면 뒤로 나가떨어지는 연출이었기 때문이다. 다스베이더의 광선검이 등장했더라면 좀 더 리얼했을까 잠시 생각해봤지만, LED 패널로 연출하는 백그라운드와 시각 효과만으로도 라이브 무대에서의 연출로는 충분히 멋졌다는 생각이다.


400년간을 지켜온 사랑을 되찾기 위해 미나에게 다가갔지만, 결국 사랑하는 여인을 흉측한 흡혈귀의 삶으로 끌어들일 수 없다는 생각으로 결국 드라큘라 백작은 자신의 삶을 끝내기에 이른다. 그 끝은 미나의 손에 의한 죽음이었어야 했다는 부분이 사실 너무도 가슴 아픈 결말이었다. 너무도 몰입했었던지 드라큘라 백작의 관에 엎드려 절규하는 미나의 마지막 울음은 너무도 먹먹한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인간의 피를 빨아들이는 드라큘라 백작이 아니라, 이렇게 가슴 아픈 그의 사랑 이야기였다니..


한 가지 흥미로운 무대 장치는 바로 드라큘라 백작의 관이었다. 이 관이 누웠다 일어섰다 하는데 아마도 누웠을 때 바닥을 통해 백스테이지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는 모양이었다. 드라큘라 백작이 관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관이 누우면 그가 사라지곤 했는데, 마치 마술쇼를 보듯 그 통로가 참으로 궁금해지는 연출이었다.

마침 커튼콜 촬영이 허용되는 날이었어서 영상으로 담아왔는데, 마지막 드라큘라 커튼콜에도 이 관을 통해 등장하는 것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어찌나 심쿵하게 등장하고 멋지게 퇴장하시던지...

(전동석 배우님 최고!)

6/20일 커튼콜 데이 전동석 배우님, 임혜영 배우님




사실 연초부터 여러 뮤지컬 작품들을 관람했는데, 무대를 볼 때마다 철저히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지키는 관객들은 그렇다 쳐도, 밀접하게 접촉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은 코로나의 위험으로부터 어떻게 관리를 하고 있을지가 무척 궁금하기도 하고 염려도 됐었다. 그러던 중 실제 캐스팅 배우들이 감염되는 사태가 이 드라큘라 작품을 통해 발생됐는데, 그래도 배우님들이 무탈하게 완쾌되어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음이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공연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봤지만, 공연을 통해 삶을 이어가야 하는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중단이 최선의 방지책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 마치 무모하게 공연을 이어가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사고방식이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현재 열심히들 백신 접종을 맞아가고 있는데, 언제 나에게까지 순서가 올진 모르겠으나 어서 이 혼란의 시대가 지나가고 모두가 안전하게 세상에 나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바라본다. 코로나가 사라지지 않으면 드라큘라도 흡혈을 할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어느 시점에서건 드라큘라 백작의 400년의 사랑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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