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자와 넷째 날

겐로쿠엔과 21세기 미술관 그리고 대망의 눈 치우기

by 엄마몬

가나자와의 명소를 간다.

겐로쿠엔이라는 가나자와 중심의 멋진 공원, 겐로쿠엔은 눈이 쌓인 나무들이 부러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만들어 줄로 묶어 무게를 지지해 주는 유키즈리가 유명하다. 겨울철이나 단풍철등 예쁜 시기에는 밤에 라이트업도 한다. 우리는 아침 일찍 맑은 날 갔다. 하늘은 맑지만 구름은 많다.

히포 멤버들과 함께 한 열댓 명이 움직였다. 눈 쌓인 공원은 아름답지만 어제 만난 남자애 세명은 눈을 꽁꽁 뭉쳐서 공원 가운데 연못에 던져 넣기 바쁘고.. 안 잡혀가나 모르겠네.

공원 나오는 길 2층에 찻집이 있다. 창 너머로 겐로쿠엔이 보인다. 가나자와의 유명한 금박! 금박 아이스크림을 판다. 역시 여행객만 먹는 상품인지, 3천 원짜리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금박 한 장 얹어주고 만원 정도. 우리 집 소년이 금박 아이스를 시키니 현지분들이 구경을 하셨다. 참고로 아무 맛도 나지 않고 예쁠 뿐이다.

저도 호사스러운 말차 안미츠 들어간 파르페 같은 걸 시켜서 보통의 점심값정도를 쓰고 나왔다.


다음 코스는 21세기 미술관. 가나자와 간 모든 사람들이 가는 것 같은 예쁜 미술관이다. 미술관 한가운데에 레안드로 에를리히의 스위밍 풀이라는 체험작품이 있어서 더 유명한 것 같다. 현지분들이 예약해 주신 덕에 들어갈 수 있었다. 먼저 예약 안 해서 못 들어갔다는 후기도 읽었는데 감사합니다. 그런데 홈스테이는 마음을 먹는다고 동선을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우리가 예약해서 가기도 뭣하고 부탁하기도 어려워서 말하지 않았었는데 갈 수 있어서 기뻤다.


소장품도 규모가 있는 작품들이 있었다. 홀 들어가자마자 입구 첫 관에 아니시 카푸어의 반타블랙이 크게 있었다. 심연 같은 눈. 외려 요거는 아는 작품이라 동행에게 설명할 수 있었다. 살면서 내가 영국 작가의 미술을 일본어로 설명할 날이 오리라고는... 사람일 모른다. 반타블랙은 보면 그대로 보이는 거라서 이상한 외국 아줌마가 얘기하니까 어린이들도 신기해하면서 같이 봤다. 몇 가지 크고 분명한 것들을 보고 애들은 또 저 미술관 밖에 나가서 눈 맞으며 눈싸움..

그려 미술관 따위.. 마냥 눈 좋지 뭐. 눈싸움 배경 예쁘다야.




미술관에서 도서관을 갈까 했는데 도서관 두 군데의 주차장이 만차. 눈이 계속 오는 날이라 여의치 않네.

아이들 몸도 좀 젖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와서 좀 있었는데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차가 나가기가 어렵다며 미안해하신다. 그리고 애들이 모여서 눈을 치우네? 저도 저도 할래요!

집마다 눈 치우는 도구가 잔뜩 있다. 우리 어린이는 이날이 전 일정 중에 가장 좋았다고 한다. 형누나랑 다 같이 모여서 눈 치우던 날. 삽질도 신나게 하고 눈 밀대도 신나게 하고. 서울에서는 시끄러우면 안 되니 적당히 치우고 들어오고 했는데 여기는 아무리 치워도 계속 계속 눈이 있다! 누나 형아랑 계속 같이 논다!


집주인님 동생 이모네에 4형제랑 우리 집에 두 명, 어린이 여섯 명과 어른 네 명이 지치도록 눈을 치웠다. 집에 와서는 어른들이 카레하고 나는 따님 둘이랑 같이 떡볶이 밀키트 만들었다. 일반 떡볶이는 죄금 매워하면서 큰 아이들이 먹고 짜장 떡볶이는 어린이 인기 폭발.

핸드폰 하고 그런 거보다 사람이랑 노는 걸 훨씬 좋아한다, 신기해라. 조용하게 종이접기 하는데 끼어서 시작했더니 왠지 종이접기 수업이 돼서 애들 네 명이 붙어 앉아서 다 같이 종이접기 했다. 종이접기 책 가져와서 펴서 보여주면서 이거 접고 싶다고 하고, 한 시간 동안 선생님 됨. 4살쯤 된 아가짱이 왠지 나 좋아했다. 우리 집 소년은 시큰둥하다가 다들 몰려와서 접으니 은근슬쩍 한자리 앉아 펭귄 접고 학 접었다. 동갑내기 조카 따님이 조용하지만 수줍지 않은 태도로 우리 집 소년이랑 놀았다. 오오.


원래 다음날 학교 참관 가기로 했는데 계속 싫다고오~ 하닥 오늘 누나야가 잘 놀아주니까 학교에 가겠다고 스스로 결심했다. 고마워라, 뭔가 테라피 온 기분이다. 육아 재활운동 같은 날들.



작가의 이전글가나자와 셋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