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학교에 가요, 도서관도 가요
눈이 폭폭 와도 일본 초등학생들은 반바지에 노란 모자를 쓰고 학교에 간다.
정말 강하게 키우시네요 반바지라니요.
어린이는 2학년 겨울방학이고 형아는 4학년 3학기, 누나 형아들의 교실이지만 어차피 못 알아듣는 거 교실 분위기랑 학교를 들어가 보는 마음으로 참관. 홈스테이 호스트분이 가기 전에 라인 메신저로 혹시 와보고 싶냐고 물어봐주셔서 감사하게도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자기 학교 자기 반에서도 얌전하게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 불초 아드님을 데리고 학교를 가는 마음은 혼잡했으나 이미 양해를 몇 차례 구해 아니다 싶으면 바로 데리고 나오겠다고 설명드리고 맨 뒷줄에 앉았다.
학교 규모 자체는 작지 않은데도 우리 참관 온다고 교감 교장선생님이 나오셔서 수업 시작 전에 교장선생님 방에서 차와 과자를 대접받고 아이들이 외국인 구경 오고 그랬다. 안녕하세요~ 해보는 일본 초등학생들 감사합니다. 서로를 신기해하며 마냥 무해하게 웃었다.
아침에 일찍 가더라, 다른 초등학생도 마찬가지인지 모르겠지만 집에서 7:20에 채비하고 나와서 7:40에 학교 실내 현관을 열어주시고 8:20에 수업을 시작했다. 일교시는 수학, 소수점 있는 숫자의 나눗셈. 그나마 알아볼 수 있는 숫자라 다행이야..
일본의 소학교라는 생각이 빡! 들었다. 반장이 일어나서 기립! 하고 아이들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사하고 수업 시작. 수업 끝날 때도 마찬가지. 조금 나 어렸을 때 풍의 나무재질의 신발장이라거나 시설이 좀 더 오래된 느낌이었다. 아마도 지역차이가 있겠지.
2교시는 사회, 30초 CM 만들기. 개인 노트북을 다 주는구나. 스크린 터치식 노트북을 꺼내와서 자유롭게 조별 모임처럼 움직이면서 만든다. 너도 이리 오렴 같이 만들자, 해주시는 친절한 누나들도 있었다. 가정교육을 아름답게 받으셨네요, 우리 집 망나뇽은 수줍어하면서 살짝살짝 기웃거렸다. 역시 딸이 최고시다.
그래도 1교시 중간에 탈주할 마음으로 계속 준비하고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그래도 2교시까지 들어보고 싶다고 본인이 결정했다. (훌륭하다, 오늘의 가챠 비용을 내리겠다 - 마음속으로)
엄마는 몹시 조마조마한 한 시간 30분여를 지내고 20분짜리 쉬는 시간이 왔다.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감사 인사하고 눈 쌓인 운동장에 아이들이 달려 나와 짧고 굵은 눈놀이를 하고 들어갔다. 일본 학교를 들어가서 구경하고 수업 들은 건 제법 오래 생각날 것 같다. 아이들의 수업태도, 신발주머니 걸이, 인사하는 방식, 뭔가 다들 선생님 말씀에 잘 따르는 아이들.
출근하신 홈스테이 호스트 대신 저희랑 낮시간 놀아주고 계신 히포 멤버가 차로 운동장에 데리러 와 주셨다. 다들 이 눈 쌓인 길을 어떻게 아무렇잖게 운전하시는지 놀란다. 겨울에는 절대 렌트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가나자와에는 건물이 대단한 도서관들이 있다. 아마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이시카와 현립도서관, 2017년에 개관했고 가운데가 뻥 뚫린 동그라미, 콜로세움처럼 생겼다. 위에 자연광도 일부 들어온다. 어디에 앉아있어도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공간이다. 그런데 이날은 쉬는 날이었나? 암튼 여기 대신 우미미라이 도서관을 갔다. 우미미라이 도서관도 몹시 유명한 곳인데 여기는 실내 사진촬영이 금지여서 인스타그램의 시대에 덜 알려지는 것 같다. 어린이 도서관이 육아지원센터 놀이터 못지않게 다정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물에 걸려서 책을 보거나, 나무 미로를 타고 다락방에 올라가면 책들이 비치되어 있다거나.
같이 간 로니이모(가명)와 함께 서로 책을 읽어줬다. 우리는 한국어로 미피책을 읽어주고, 로니이모는 소년이 좋아하는 노라네코 군단을 원어로 읽어줬다. 한국어 그림책들도 있어서 같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도 녹음본을 가끔씩 듣는다. 일본어 노라네 코 군단 책을 중고책으로 사 올걸 그랬어!
https://www2.lib.kanazawa.ishikawa.jp/umiguide/ko/guide/index_14.html
도서관에서 나와 근처의 지역 맛집 라면집에서 밥 먹고 도서관 옆의 카라쿠리 기념관에 갔다. 카라쿠리는 태엽 등을 통해 건전지 등의 외부전력 없이 움직이는 나무인형이다. 헤더에 있는 멋진 건물이 카라쿠리 기념관. 2시간에 한번 정도 기념관 입구에서 카라쿠리 인형의 구조를 설명해 주고 차를 전달해 주는 인형이 직접 찻잔을 배달해 주는 설명시간도 있다. 일본어지만 어쨌든 인형 움직이니까 알아듣던가 하면서 설명을 들었다.
나무들로 퍼즐이나 입체 큐브 등도 있고. 생각보다 어린이가 집중해서 많이 놀았다.
오늘은 집에 돌아가니 우리를 위해 다 같이 저녁밥, 홈스테이 호스트의 할머니이신 리짱(가명)이 어머어마한 상을 차려주셨다. 둘째 이모야네 4남매와 부부, 리짱이랑 할아버지랑 할아버지의 아버지 94세이신 할아버지도 함께 계시다 대가족, 그리고 홈스테이 가족 2명에 우리까지 2명. 총 13명의 식사.
상이 부족할 정도로 모여 앉아서 뷔페식으로 직접 덜어먹는다. 소년도 직접 자기가 밥 퍼고, 공용 접시마다 있는 젓가락 사용하는 걸 배우면서 제법 많이 먹었다. 튀김도 서너 가지를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와글와글하게 밥을 먹고 애들은 텔레비전 보기도 하고 일본 보드게임도 하고
낮에 한참 돌아다녀서 기력이 떨어지고 정신이 반쯤 나간 아드님은 텔레비전 만화영화를 봤다.
다들 함께 놀고 있는데 아쉽지만, 행패 부리지 않고 함께 있는 걸로 만족하자 오늘은.
늦게까지 놀고 (9:30) 내일 만나~ 하고 헤어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게 좋네. 일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