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째 날, 갑자기 마지막 날

폭설로 인한 하루 빠른 안녕

by 엄마몬


일곱째 날, 2/3 세츠분

세츠분은 입춘 전날이다, 봄이 오기 전날 도깨비(악운)를 보내고 복을 불러오는 날.

나라마다 묘하게 챙기는 날들이 있는데 일본에는 세츠분이 좀 강력한 행사인 모양이다. 여러 만화, 책에서도 묘사되고 세츠분 노래도 있고 지역에서도 세츠분 도깨비 가면 만들기라던가 심심치 않게 보이고 팔리고 있다.


세츠분 당일이라 유치원에 방문할 수 있었다. 꼬마들의 세츠분 노래도 구경하고 세츠분에는 작은 콩을 뿌려서 빨간 도깨비를 쫓아낸다. 마스코트 도깨비씨.


아마 누군가의 아빠겠지? 도깨비 탈을 쓴 아저씨가 방망이를 들고 등장하셨다. 어린이집에서 산타할아버지를 보고 우는 어린이처럼 눈물콧물 흘리며 우는 아이들도 있고, 아저씨 불쌍해 싶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집어던지는 친구들도 있다. 원래는 콩으로 던졌는데 항상, 매년, 귀나 코에 콩을 집어넣는 친구들이 있어서 신문지를 호두알만 한 크기로 구겨놓은 콩 대체품으로 던졌다. 왜 도깨비 아저씨들은 펀치파마를 하셨을까.

KakaoTalk_20260421_131940198_10.jpg

임부를 끝내신 두 도깨비는 멋지게 안녕하고 퇴장. 고생하셨어요.


요 뒤에는 황성옛터 같은 시내의 옛 궁궐터를 갔다. 작은 몽촌토성 같은 느낌으로 옛 집터를 돌아보고 옛날 영주님 집 구조도 들여다보고 여기는 마굿간.. 그런 작은 산책. 홈스테이 온 고등학생 형아네랑 같이 가서 어린이는 형아뒤를 폴짝폴짝 따라다녔다. 역시 형이 최고야. 커다란 형아들은 치와와처럼 애가 뛰어다녀도 그게 크게 거슬리지 않고 받아주는 맛이 있다. 역시 너그러움은 체력에서 오는가.

KakaoTalk_20260421_131940198_12.jpg

형아랑 할아버지랑 한 바퀴 돌아보고 형아네 호스트분 댁에 가서 함께 점심 먹으면서 내일 귀가 이동 대책 회의하러 갔다.


아오모리시에 26년 만의 폭설이 지속되고 있어서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떠나는 나는 내일 아침에 출발해도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원래는 다 같이 어린이와 나의 비행시간에 맞춰 이동할 계획이었는데 조금 더 이야기를 해봐야 하지 않나 제안 주셔서 하치노헤 시의 대장님 집에 가서 간단히 빵으로 점심 먹으면서 내일 출발 일정을 나눴다.

아오모리 도착하는 날도 로컬 기차는 운행이 중지돼서 신칸센을 타고 왔고, 공항버스도 아오모리역까지는 있지만 신칸센은 신아오모리에서 타야 하는지라 아오모리-신아오모리 이동도 확언할 수 없어서. 나 혼자라면 내일 아침에 허둥지둥 가겠지만 아이와 함께 이동하기에는 불안해서 오늘 이동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다급하게 일정이 변경돼서 하치노헤에서 아오모리로 이동하는 신칸선이 2:30인가 뒤에는 4시 타임이다.

마음은 후다닥 채비해서 2시 타임 타고 싶지만 (이왕 이동이라면 가서 아오모리 시내도 조금이나마 보고 싶어서) 가족들은 오늘 저녁에 작별의 나베요리를 준비해 주셨는데 영 아쉬워하셨다.

그래서 차 한잔하고 너무 서두르지 않고 4시 기차를 타는 일정으로 준비했다.

손녀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너무 도깨비처럼 떠나게 되어서 미안하다.


그렇게, 예기치 않은 한낮에 할머니 안녕 우리 곧 다시 만나요 하고

할아버지가 기차역에 내려주셔서 부산스럽게 헤어졌다.


하지만 파워 할머니 할아버지는 의욕적이고 몹시 용감하셔서

우리가 지내는 동안에 언제 서울 오세요, 하고 청하니 노트북을 들고 나와서 바로 아오모리-서울 항공권을 예매함. 4월에 오신다고요. 두 달 뒤에 만나요.

깔끔하게 예약하고 다음 볼 날을 기약해서 더 가뿐하게 헤어짐 아닌 마타네 またね.

화요일 연재
이전 04화여섯째 날, 백조의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