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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죽음

馬主授業: 경주마 히든티아라

by 마마남녀


죽음은 포장할 수 없다.

죽음은 종료이자 상실이고 가능성의 소멸이다. 여기에는 어떠한 위안도 없다.


말이 죽었다. 아니, 말을 죽였다.

안락사의 정의를 새삼 찾아 읽어본다. 회복의 가망이 없는 중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시켜 사망케 하는 의료행위. 구구절절 틀린 말이라고는 없는 완벽한 서술 그러나 거슬린다, "생명을 단축시켜 사망케 한다"는 표현은 너무 시적이다.


죽음은 날것이다. 일말의 아름다움도 없다. 대놓고 보는 것, 듣는 것 모두 거북한 무엇이다. 죽음을 똑바로 마주하기 위해서는 자꾸 도망가려는 몸과 마음을 꽉 잡아 붙들어야 한다. 스스로를 고문하는 이유로 이렇게 대답했던가, "이것도 저희 몫입니다." 그래놓고 버둥거리는 마지막 모습은 차마 보지 못해 뒤돌아 서 있었다. 다시 마주했을 때 말의 숨은 멎어 있었다. 완벽한 정적. 완벽한 종료. 끝.


보내주는 것이 맞았다 혹은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는 있지만 마음은 참담할 뿐이다. 스스로 경험해 보지 않은 상태로 말을 내모는 행위가 가지는 근원적인 두려움과 불확신 때문이다. 눈을 들여다보며 괜찮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지만 사실은 자신이 없었다. 겪어보지도 않았는데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위선자, 배신자, 말의 눈에 비친 나는 그러했을 것이다.


원통한 죽음이었다. 슬픔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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