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불안함이 느껴지시나요?
햇빛이 쨍한 날이면 화초처럼 앉아 빛을 쪼이는 걸 좋아한다. 베란다 앞에 쭈그려 앉아 작아진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창밖에 무언가가 ‘부웅’하고 ‘위잉’ 날아올랐다. 벌새라기에는 아담했고 곤충이라기엔 몸집이 육중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장수말벌이었다. 사람을 물고 쏘아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을 지닌 벌이었다. 곧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최근 들어 우리 아파트에 말벌들이 집을 짓는 중이오니 벌이 나타나면 창문을 닫고 신고해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사는 곳은 신도시였다.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해서 하루에도 여러대의 사다리차 짐을 올리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벌들도 신도시에 새집을 짓고 이주하려나보군...’ 아파트 초고층 고도에서 만난 벌이 마냥 신기했다.
벌들이 이사 올 만큼 신도시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일단 뭐든 새것이라 좋았다. 새 아파트에 칠해놓은 페인트는 햇빛 아래에서 더욱 쨍하게 빛났다. 바닥에 그려넣은 건널목과 신호등도 깔끔하게 정돈되어있었다. 새로 지은 도서관 안에는 오래된 세계문학전집조차 새 책이었다. 마을 도서관은 새 책이 빼곡한 대형문고에 들어선 기분이 들어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장난감들이 사는 마을에 놀러온 듯 윤기 자르르 도는 소방서와 최신 놀이터를 보며 현실적인 감각이 뒤흔들리곤 했다. 가끔 이 숨막히게 완벽한 도시에서 나는 뱃멀미를 느끼기도 했다.
아파트는 신도시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그런 아파트에 주인공은 바로 조경이다. 키가 큰 수목들은 조경에 골격 역할을 한다. 키 작은 초화류는 사람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어느 아파트에서는 제주도에서 팽나무를 직접 가져와 심었다고 한다. 조경을 잘해야 아파트 값이 오른다는 설이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새로 생긴 아파트에 조경으로 채우는 나무와 바위들은 대게 다른 곳에서 옮겨져 왔다. 이 과정은 사람의 장기를 떼어 옮겨 붙이는 “이식”이라 표현한다. 기온이 다른 지역마다 생육 가능한 나무가 달라진다 한다. 이식된 나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이겨내려 힘쓰고 있다.
아파트에 이식되어진 건 나무뿐일까. 사람들도 이식되기 시작했다. 신도시 초등학교에는 학기 중에도 학생들이 끊임없이 전학을 온다. (보통 오래 된 중소도시에는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2월에 이사를 마친다.) 보통 아이들을 품은 가족들도 함께 이사를 온다. 학교라는 어수선한 공간은 너도 나도 고향을 떠나 새로운 도시로 품고 온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아이들은 누구든지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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