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드신가요?
1)일기를 쓰는 삶
여행지에서 집이 간절하게 그리워질 때가 있다. 등이 베기는 잠자리와 멀미도 그럭저럭 이겨낼만 했다. 나에겐 화장실이 늘 문제였다. 여행지에 숨겨진 맛집을 그냥 칠 수 없어 하나씩 사먹다 보면 배설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 집에서는 야채와 고기의 비율 그리고 과일을 신경쓰고 챙겨먹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화장실은 원활히 드나들 수 있었다. 여행 중에는 대체로 영양소나 균형 따위는 무시한 채 입안을 즐겁게 몰두하는 편이다. 그래서 곳 탈이 난다. 장칼국수, 마늘 바게트, 물 회, 어묵을 잔뜩 먹어도 화장실을 못가니 결국 배가 아파온다.
시장을 찾을 때가 되었다는 신호이다. 조그만 마을입구 시장에서 가서 과일 한 봉지를 산다. 칼이 없이 물에 씻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자두나 천도복숭아 같은 과일을 고른다. 전부 씻어 봉지 째로 배낭이나 트렁크 안에 씻어서 넣어 둔다. 가끔식 입이 출출하거나 목이마를 때 베어물면 시원하고 든든하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입할 때 유산균 음료나 과채주스를 사서 쟁여두는 것도 좋다. 다음날 아침 훌륭한 요원이 되어줄테니. 자자 믿어보시라.
부끄럽지만 배설 문제는 내게 살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카페에 가서 혼자 책을 읽는 시간을 좋아한다. 책 속에 소개된 다른 책들이 궁금해서 끊임없이 거미줄 독서를 하곤 한다. 혼자서 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나는 가끔 외로움을 기본값으로 장착하고 태어난 사람 같다. 그럴수록 책 속으로 빠져든다. 책을 읽고 길거리를 거닐다보면 몸속에 말이 차오르는 순간이 있다. 현실을 사느라 바빠 잊고지낸 내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번에는 다른 배설의 욕구가 시동이 걸어온다. 차오르는 말들을 무시하고 묵묵히 일상을 지내다가도 어느 날엔 다 쏟아내야만 살 것 같아. 그런 날이면 일기를 쓴다.
스치듯 떠오르는 조각난 생각들은 메모장에 적어둔다. 굵직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순간에는 일기를 쓴다. 일기는 흰 도화지처럼 자유롭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 내 글을 읽진 않을까 초조해하지 않아서 좋다. 살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일기장에 무가해한 폭력을 쏟아내기도 하고, 왠지 자신이 없을 날엔 그런 자신을 벌거벗고 들여다볼 수 있는, 꾸미지 않은 일기를 쓰는 일은 나 자신과의 화해이기도 하다. 일기를 쓰면 이젠 아물었다고 생각했던 내면의 상처도 쓰다듬고 살고자 애쓰는 나를 만난다. 감사 일기를 쓰는 날에는 아이 같은 벅차는 설레임도 느낄 수 있다. 일기는 삶을 다면적이고 명료하게 만든다.
“나무 연필을 꼬옥 쥐고 사각사각 끄적이는 행위의 기쁨. 종이 한 장으로 세상을 바꿀 순 없겠지만...내면에 생겨난 조그만 파동은 결국 나를 바꾸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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