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서 수다를 떨 땐 찰옥수수

명치가 쓰리고 소화가 잘 안 되시나요?

by 지각쟁이

푹푹 찌는 더위가 찾아왔다. 올 여름 더위는 열섬현상이 더해져 유난스럽게 느껴졌다. 하루는 운전을 하던 중 까만 아스팔트 위에 갯지렁이 같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타이어를 녹일 정도로 대단한 열기였다. 속도를 내어 얼른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때였다. 알록달록한 파라솔을 꽂은 옥수수 장수를 만났다. 압력솥에서 옥수수를 막 삶아 건져내어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었다. 나는 옥수수장수를 만나면 꼭 한 봉지를 사고야 만다. 옥수수를 한 봉 건네는 아저씨는 목에 수건을 두르고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낸다. 생계도 생계지만 길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의 건강이 염려되었다. 가만히만 있어도 육수가 나오는 계절이 아니던가.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차 안에서 옥수수를 받아드는데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뒤섞였다. 봉지 안에는 옥수수 세 개가 나란히 머리를 맞대고 서있다. 귀여운 병아리처럼 노란 옥수수도 예쁘지만 나는 거뭇한 알갱이가 섞인 찰옥수수가 더 좋다.


옥수수를 쉽게 먹는 방법을 아시나요. 어릴 적에는 튼튼한 이를 믿고 옥수수를 갈비처럼 뜯어 먹었다. 사람들의 눈을 의식할 나이가 되자 깔끔하게 먹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게 된 방법이 손가락으로 알맹이를 뽑아 먹는 거였다. 처음 한 알 그게 참 힘들었다. 빼곡히 차있는 알갱이들은 든든한 군사들처럼 완전무장하고 있었다. 충치를 뽑아내는 치과 의사가 된 기분으로 처음 한 줄은 공을 들여 뽑았다. 그다음은 쉬웠다. 든든한 친구를 잃어버린 알갱이들은 힘없이 한 줄로 드러눕기 시작했다. 어떤 점에서는 사람과도 비슷한 것 같다. 갑자기 주변에 있던 좋은 사람들을 잃어버린 사람은 무너지기에도 쉽다.


옛날 어느 마을에는 죄수를 마을 밖으로 영영 추방하는 형벌을 내렸다. 한 사람이 커오며 알고 지내던 모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 채 이방인으로 살게 하는 벌이었다. 이는 [그림자를 판 사나이] 책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인 페터 슐레밀은 <행운의 자루>를 받고 악마에게 그림자를 판다. 단지 발밑을 비추는 형상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만 이후 슐레밀의 삶은 깊은 나락으로 추락한다. 사람들은 그림자가 없는 슐레밀을 괴물취급하며 피하기 시작했다. 원하는 것을 돈으로 살 수 있었지만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가 잃은 것은 그림자뿐이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평범한 삶과 자기 존재의 이유 전부였던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 채 차단되어 사는 삶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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