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드신가요?
코로나로 인해 몸과 마음이 좀 답답해졌다. 지친 일상은 계속되는데 잠시나마 풀고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것이었다. 떠나고 싶은 이들은 주말마다 캠핑장으로 몰려들었다. 가족끼리 한 텐트에 모여 자연 속에서 쉼표를 찍고 갈 수 있다니...멋진 일이었다. 코로나 덕분일까, 어른들의 약속과 회식이 없어지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우리 가족은 재난지원금으로 무얼할까 고민하다 캠핑장비를 구입했다. 드디어 집을 나서게 되었다.
전날 밤 초보캠퍼들을 위한 카페를 뒤졌다. 기세등등하게 짐을 싸서 트렁크에 테트리스로 실어 넣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캠핑은 낭만적이었다. 캠핑장에 도착하고 아이들을 먼저 그늘 아래 의자에 앉혔다. 이제 우리만의 집을 지으면 된다. 오늘하루 우리 가족이 실거주할 튼튼한 집을 짓는 일은 사실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 캠핑 고수들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두 시간 만에 완성했다. 망치를 들고 땡볕 아래에서 고생한 남편은 땀에 젖은 티셔츠를 두 벌 째 갈아입었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만지던 희고 고운 손가락에는 거친 땅을 두드리다 뚝살이 박혀버렸다. 집에서는 알전구 하나 제대로 갈지 못하던 남편이 캠핑장에서 이토록 멋져보이다니...이것이 캠핑효과인가.
캠핑지에서도 일상은 계속 되었다. 집에서처럼 요리하고 먹고 치우는 일인데도 모래 위에서 소꿉놀이 하듯이 재미있었다. 모든 게 신기한 아이들은 입가에 미소가 멈추질 않았다. 햇빛과 바람 아래에서 요리한 음식들은 꿀맛같이 달고 맛있었다.
어느덧 캠핑장에도 까만 밤이 내렸다. 검은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은 밤하늘 아래 봉긋 솟은 텐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화롯대에 불을 피우고 마쉬멜로우를 굽는 사람들, 조용히 빔을 틀고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낭만적이었다. 그 옛날 크로마뇽인이 동굴 속에 그려 넣은 라스코 벽화를 보듯이 까만 밤 아래에 저 마다의 삶은 모두 환상적으로 빛이났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요히 치유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캠핑장에서의 밤은 화장실을 뺀 모든 순간이 아름다웠다. 어김없이 신호가 오자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화장실로 갔다. 가로등 불빛으로 날벌레들이 새카맣게 날아들었다. 그 힘없고 작은 벌레들이 두려워 주춤하던 순간 무언가와 눈이 마주쳤다. 초록색에 축축하고 물컹한 생명체였다. 사우나에 다녀온 듯 촉촉한 피부에는 오돌토돌한 발진들이 나있었다. 나를 바라보고 몸 전체를 고무풍성처럼 부풀리던 녀석은 초록색 밭을 향해 유유히 사라졌다. 화장실 앞에 끝없는 논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잔잔한 밤바람이 논밭을 간질이자 초록 생명체들의 단체로 노래를 시작했다. 울음주머니를 부풀린 우렁찬 울음소리는 별들이 빛나는 하늘로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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