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치가 쓰리고 소화가 잘 안 되시나요?
혹한기 겨울이 돌아왔다. 온 몸이 차돌처럼 차가운 날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따끈한 돼지국밥이 담긴 뚝배기에 흰 쌀을 말아 먹으면 살 것 같았다. 호호 불어 후루룩 넘기는 뒷목이 벌써 뜨거워지는 기분이 든다. 살갗이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겨울바람을 피해서 골목길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모님, 저 여기 돼지국밥 특으로 주세요!”
식탁 위에 깔린 밑반찬을 집어 먹을 때 식당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그녀는 짧은 보폭으로 종종걸음 치며 걸어와서 돼지국밥을 무심히 툭 얹곤 연기처럼 사라졌다. 뚝배기는 마치 살기를 띤 것 마냥 맹렬한 기세로 끓어댔다.
허여물건 한 국물이 끓어오르는 파도에서 뿌연 수증기가 솟았다. 묽은 간장과 고춧가루만으로 버무려낸 부추무침을 젓가락 한가득 집어 국물 속에 넣는다. (되도록 뜨거운 국물이 식기 전에 자비 없이 퐁당 담군다.) 부드러워진 부추는 국물 맛을 끌어올린다.
부추와 국물의 기세도 한 풀 꺽이고 나면 그때부턴 부드러움의 향연이다. 한 수저 엷게 떠서 후후 불어 마신 국물은 텅 비어 울렁이는 속을 달래준다. 뼛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려져 나온 눅진한 국물은 젤라틴의 묵직함으로 균형을 맞춰준다.
‘진정 이게 돼지를 우린 국물에서 나온 맛일까...’
한 수저 두 수저 음미하며 삼킬 때 마다 콧잔등에 땀방울이 송골소올 맺히기 시작한다.
이제 공기밥을 열어볼까. 하얗게 고슬고슬 잘 익은 쌀알이 표면장막을 이룬 듯 밥그릇 위에 수북이 쌓였다. 공기밥 뚜껑은 어디에 둘까 고민하지 않고 뒤집어 상위에 올린다. 뚝배기에서 두툼한 고기 조각들을 건져 뚜껑 위에 먹기 좋게 식힌다. 아담한 종지 안에는 무른 갑옷을 입고 살이 오른 새우젓이 담겨져 있었다. 새우젓 한 마리를 집어 고기와 함께 입안으로 직행한다. 마치 상추쌈 위에 삼겹살을 싸듯이 넓적한 수육의 절단면 위에 소인국에서 온 쪼매난 새우젓을 올렸다.
‘수육 한 점, 우주 대폭발의 맛...’
입안에서는 시간차 공격이 이어졌다. 짭조롬한 새우젓이 먼저 톡 하고 터졌다. 그 다음은 고소한 돼지 비개와 껍질의 쫄깃함이 몰려왔다. 이 사이로 서걱서걱 고기를 씹어 댈수록 진한 육즙이 퍼져나갔다. 국물 안에서 토렴한 한 수저의 밥알이 씹을수록 단맛을 가미한다. 음식을 진지하게 음미하는 이 순간 생생하게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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