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 편인가요?
시계 속 분침이 5시 10분 전을 알린다. 무소음이라던 시계는 톱니바퀴가 낡았는지 티각 태각 요란한 소리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제 곧 오후이다. 양팔을 쭉 벌린 것처럼 넓은 유리창 밖으로 사라져가는 석양은 하루의 마감 시간을 알려온다. 태양은 하루에 한 번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타오르곤 소멸한다. 막이 내려진 오페라 공연장 속 주인공에게 쏟아지는 박수갈채처럼 낙조를 향한 환호와 축복이 고조된다. 손에 닿는 것이면 뭐든 황금으로 만드는 미다스 왕의 손길이 우리 집 거실 냉장고와 반질하게 낡은 소파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이제 저녁만찬을 준비할 시간이다.
냉장고 야채칸에 보관된 무는 수분이 적당히 빠져 단맛이 올랐다. 무를 손질할 때는 둔탁한 칼로 무심하게 숭덩숭덩 잘라내야 먹음직스럽다. 알이 굵은 양파는 반을 잘라 얇게 체를 썬다. 오랜 시간 박자를 맞춰온 칼과 도마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주방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치이...치....치이...”
가스렌지 위에서 풀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화산에서 나온 뜨거운 용암이 강물에 닿아 식을 때 나는 이 소리는...냄비의 빠른 퇴각을 알리는 신호이다. 아차차. 오늘도 냄비 하나를 태워먹었다. 가끔 필라멘트가 끊긴 전구 마냥 기억이 깜빡인다. 냄비 안에서 뿌연 연기가 피워올라 환풍기를 켰다. 위~이잉. 관악기를 빠르게 통과하는 듯한 환풍기 소리에 불 붙었던 마음이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환풍기는 실내의 공기를 깨끗한 바깥 공기로 바꾸어줄 뿐만 아니라 복잡한 마음속을 환기시켜주곤 한다. 뿌옇던 연기가 사라지자 마음도 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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